'EBS 지식채널e'에서 <2007,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 이란 제목으로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방송한 적 있다. 나는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보게 됐고, 시간을 두고 두 서너 번을 찾아 봤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운 생각에 두 번째 볼 때 부터는 영상이 시작되며 배경음악이 깔리기만 해도 삐죽삐죽 눈물을 머금곤 했다. 비단 내가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어서 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 어린 초등학생들이 학교성적 때문에 겪고 있는 고통을 5분 여의 동영상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대한민국 모든 부모들이 이 동영상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해 뭔가 깨달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학교 성적위주의 공부에 집착하는 학부모들의 욕심이 아이를 어떻게 벼랑으로 내몰게 되는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똑똑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부모 자신의 욕심이나 만족을 위해 아이를 통제하고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연스럽게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우선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이 속으로 멍들고 병들어 가고 있음에도 부모의 무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집 큰 녀석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전부터, 초등학습과정에 대해 설명한 학부모 참고서들을 구입해 읽으며 아이가 학교에 좀 더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선행학습을 시키느라 고심을 했었다. 오로지 뭘 공부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만 고민을 했다. 이미 오래 전 부터 누구네 아이는 무슨 학원을 다니고 뭘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학습에 관한한 뒤쳐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초등교과과정에 대한 책들을 모두 다 꺼내보지도 못할 만큼 무작정 구입해 책장에 수두룩 쌓아 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내 마음에 다시 한번 빨간불을 켜 준 책이 바로 이 책 《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에 달려있다》였다. 아이를 공부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이 초등학생 부모들이 범하고 있는 가장 큰 잘못이라고 지적한 이 책은 공부란 결코 많이 한다고 좋아하게 되는 것도,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초등학교를 입학할 시기에 아이들은 좁은 강의실에서 공부를 하기 보다 넘치는 운동 에너지를 운동장에서 발산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꼼짝않고 교실이나 학원 강의실에 얌전히 앉아 선생님 말을 무조건 잘 듣고 더 많이 공부하라고 강요하다 보니 당연히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책상에 앉아서 40분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집중하기를 바라고, 어른들 말에 거역하지 않고 고분고분 따르기를 바란다. 또 학교에서 돌아오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시간 맞춰 학원에 가야 한다. 책도 좋아해야 하고, 친구도 잘 사귀어야 하고, 그림 그리기는 기본이며,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알고 태권도나 수영 중 하나는 할 줄 알아야 하는게 우리 초등학생들이다. (PP.24-25)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살아야 하는 아이들의 운명이다. 부모들은 초등시절부터 이래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주위에서 자주 듣다 보니 당연시 하지만 왠만한 어른들도 소화하기 힘든 하루 일과를 그 여린 아이들에게 감내하게 하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물론 내 욕심도 내 아이가 태권도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며 그림도 잘 그리면 좋을 것 같고 그게 아이 인생을 사는데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과도하게 쏟아지는 과제들로 인해 아이가 웃음을 잃고 괴롭고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도록까지 내몰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문제는 나 역시도 아이의 속내를 제대로 공감해내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EBS 지식채널e' <2007,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 을 보다 결국 눈물을 주룩 흘렸던 것은 학업부담으로 자살한 어느 초등학생의 유서 중 한마디가 자막으로 올랐기 때문이었다. "나도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다". 초등학생들이 학업 성적 때문에 자살 욕구를 경험하고 심지어 자살을 감행하는 현실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아이가 그토록 속앓이를 하는데도 무심한 부모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다. 내 아이는 다를 거라고 믿고 있는 부모라면 이런 생각이 아무런 근거없는 자기만의 생각이 아닌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끼는 부모가 아니라면 아이의 행복에 대해서도 오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누가 나에게 "초등학생에게 꼭 가르쳐야 할 한 가지는 무엇일까?"를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세상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기'라고 말할 것이다. 그 세상은 친구와 가족, 선생님은 물론 공부도 아우른 세상이다.(P.48)

이 책은 우리 아이를 정서적으로 안정된 행복한 아이로 키우면서 아이의 학습능력도 함께 키울 수 있는 공부방법까지 제시한 책이다. 아이의 정서가 안정되어야 그 바탕 위에서 공부를 잘할 수 있다고 한다. 최소한 초등 3학년까지 아이들 공부 잘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이의 정서를 안정시켜 적극적인 태도를 만들어 주고 성격 좋은 아이로 만드는게 최우선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학년 별로 발달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춘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부모가 먼저 알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에 달려있다. 하지만 그 시절을 성공적으로 보내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달려있음을 잊지 말아야 겠다. 부모가 제대로 서 있지 않은데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육아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부모로서 내가 더욱 성장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시절 내 아이의 인생은 부모인 나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한다. 이 책은 내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