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나는 위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치가 떨리고 소름이 끼친다. 비단 요즘 개봉한 영화 <도가니>에서 끔찍한 장면에 배경으로 깔려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래 전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랬다. 마음(혹은 정신, 뇌)에 병이 든 사람이 자신의 문제 때문에 고맙게도 찾아온 사랑마저 놓쳐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 책의 리뷰어를 신청한 이유도 그렇다. 내게 있거나, 있을지도 모를 정신적 문제들을 제대로 알고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변해가는 내 주변 사람들의 문제 역시 원인을 알고 싶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어느 정도는 만족할 만한 답을 얻었다. 덕분에.

저자는 병들의 본격적 증상을 세세히 논하기 이전 제2장에서 마음의 병은 뇌의 화학 작용 때문에 생기는 질병이다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우울증, 조증, 조울증, 정신분열증, 불안증,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경계선 장애, 알코올과 진통제 진정제 마약 하시시 도박 인터넷 중독, 도벽, 치매, 거식증과 폭식증, 신체형 장애, 수면 장애, 해리성 장애 등 23가지 심리질환의 증상을 자세히 열거해 준다. (자가 테스트도 있다)

저자가 책에 서술한 병의 증상들은 피상적으로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 보던 증세와는 많이 달랐으며 개인의 사적 문제에서 원인을 찾기보다 뇌화학적인 측면에서 신경전달물질에 대해 파헤치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그리고 그 증상의 원인(대개는 원인이 없다! 하!)과 치료법에 대한 서술이 자세히 나오는데 대개 약물 치료에 대한 정보제공이 많았다. 어느 부분은 서구인들의 증상이 우리 한국인들의 일반적 증상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특히 치매 부분이 그랬다. 마약류나 약물 중독 부분은 그리 우리 나라에서 흔한 문제가 아니어서 설렁설렁 읽게 되기도 했다.

다 읽고나니 일단은 각 병의 증상과 특징을 세세히 알게 되어서 유익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어느 병의 자가 테스트에서 많은 항목에 해당되어 놀라기도 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각각의 병에 대해 한두 가지 증상은 자신도 갖고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다. 요즘 유행하는 심리 에세이들과 달리 저자는 어릴적의 상처나 환경, 트라우마에 대해 원인을 찾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라는 식의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 아주 드라이하고 객관적으로 증상을 논하고 처방을 내린다. 그래서인지 내 경우에는 읽으면서 타인의 고통에 빙의되어 탈진해버리게 만드는 다른 책보다 좀더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사실, 내가 '경계성 인격장애'환자라는 것보다는 나의 '엔도르핀 체계'에 장애가 있다는 것이, 내가 '꾀병'환자라는 것보다 '신체형 장애'가 있다고 표현하는 식이 좀더 받아들이기 편하지 않은가. 뭐 눈 가리고 아웅일 수도 있겠다만.

(리뷰어 클럽에 신청해서 받은 책에 대한 리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