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TV를 잘 안 보기 때문에, 드라마를 볼 일이 없다. 주위에서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 나는 대화에 끼지 못한다. 드라마에 흥미가 없어서라기 보다 아예 보지 않기 때문이란 걸 안다. 왜냐하면 어쩌다 한번 봤던 드라마에 푹 빠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 보고 재미있어 다음 편을 애타게 기다렸다가 꼭 시청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 사람들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았다. 그래서 가능하면 드라마를 아예 안 보려고 한다. 한번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다루는 이야기는 대부분 허구다. 가상의 인물들, 환경, 그리고 사건들이다. 현실에서 실제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어떤 드라마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우연한 사건들이 겹쳐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저게 말이 돼? 하면서도 그걸 보고 있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재미가 있다. 그걸 방송으로 내보내는 전문가들은 이런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대하고 만들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빠져들게 하는 장치들을 이미 장착하고 나온 것이다. 현실적인가 논리적인가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이처럼 우리는 가상의 이야기에 잘 빠져든다. 우리가 보는 영화 드라마가 그 증거다. 소설도 그렇다. 실제가 아닌 이야기에 우리는 매료된다. 단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우리가 나누는 일상 대화 자체가 이야기다.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 나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는 곧 삶에 대한 이야기면서 내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이야기로 모든 것을 배우고 이해하고 소통한다. 이야기는 곧 삶이고 삶이 곧 이야기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스토리, 스토리텔링이란 말을 자주 접한다. '이야기시대'를 살고 있다. 이야기 홍수 속에 산다. 다양한 사람들이 말하고 보여주는 이야기를 매순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야기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건 아니다. 드라마도 영화도 마찬가지다. 수 많은 이야기 중에서 어떤 이야기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어떤 이야기는 그냥 사라진다다. 그럼 궁금해진다.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을 매료 시키는지.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 누구나 이야기를 만드는 시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시대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야기를 다루고, 주목 받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한다.이 책 <이야기의 힘>을 읽게 된 이유다. 이 책이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사람들이 그처럼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유를 밝히고, 재미있는 이야기의 조건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런 조건을 갖춘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도 소개하고 있다.

이야기가 가지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는 좋은 안내서 같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이미 오래 전에 방송한 내용을 담은 책이지만, 이야기가 갖는 힘을 배우고, 이것을 활용하는 기본적인 공식을 배우기에 적합한 책이다. 내가 소설을 쓸 것도 아니고, 시나리오를 쓸 것도 아니지만 독자들이 무엇에 끌리는지 재미있어 하는지를 알고 글을 쓴다면 더 주목받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자주 이 책을 펼쳐볼 것 같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 그것은 이야기가 가진 특별한 힘이다._(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