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지선(엄지원)은 집에 들어와서도 바쁘다. 이메일을 급히 작성해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 딸 다은(서하늬)이를 위한 일이지만, 과연 그럴까 싶다. 지선은 13개월된 다은이가 엄마에게 안기고 싶어 다가와도 안아 줄 시간이 없다. 다행히 보모 한매(공효진)가 있어 지선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지선은 다은이보다 한매를 더 부르는 모양새다. 조선 동포 한매는 한국어를 잘 못하기는 하지만, 꽤 믿음직스럽다. 무엇보다 다은이에게 잘한다. 그래서 지선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아기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윗선의 불신감이 높다. 그렇게 눈칫밥을 먹으며 받은 월급의 반은 보모에게로 흘러간다. 살고 있는 아파트도 곧 비워 주어야 한다. 이혼 소송 중인 남편이 융자를 받아 얻은 아파트인데, 곧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다은이도 남편에게 보내야 한다. 판사가 지선보다 의사인 남편이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선은 그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어 투쟁 중이다. 하지만 한매가 다은이를 데리고 사라지는 바람에 지선의 싸움은 혼선을 빚는데..

《미씽: 사라진 여자》는 시작부터 평화롭지 않다. 워킹맘들의 흔하지만, 전혀 평화롭지 않은 일상이다. 그런데 만약 그 상황에서 아이가 없어졌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미씽: 사라진 여자》를 그저 허구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영화는 워킹맘뿐만 아니라 다른 처지의 엄마도 보여 준다.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가 힘들다는 메시지로 읽히는데, 이 영화의 주제는 ‘미씽: 사라진 아이와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인트로에서 지선은 다은이가 다가와도 안아 주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그 행위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깨닫고는 눈물을 흘리며 다은을 안는다. 아마도 한매와 다은이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끝까지 몰랐을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현실에서는 보모와 아이가 사라질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보다 보모의 품 안에서 성장한다. 엄마와 아이와의 시간은 그렇게 사라진다.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그러하다. 아마도 영화 속 지선 역시 또 다시 보모를 고용할지도 모른다. 조선 동포 보모만 쓰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문제는 그게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