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말은 그의 글만큼이나 진솔했다. 한국 라디오 방송에서 들려준 그의 말을 듣고는 한참이나 웃었다. 진행자가 작가로서 성공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다. 위화는 『인생』이 나오고 평론가들이 그의 소설을 분석해 놓은 글을 읽었는데 그건 대부분 헛소리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성공의 비결은 '운'이라고 했다. 진행자도 통역사도 위화도 함께 웃었다. 세계적인 작가가 성공의 비결을 운으로 꼽다니 겸손하고 솔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푸른숲에서 나온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작가 위화의 글쓰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의 말과는 다르게 그는 운으로써 성공한 작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작가가 되기까지 마음에 드는 소설을 만나 탐독하고 문체를 고민하고 작품을 지면에 발표한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작가가 되고 나서도 그는 문학을 읽고 쓰고 살아내는 체험을 기꺼이 했다. 내가 처음 위화의 작품을 읽은 건 『허삼관 매혈기』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피를 팔아 살아가는 허삼관의 이야기는 슬프면서도 웃긴 요즘 말로 웃픈 사연이었다.

중국의 현대 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위화의 작품이라면 전부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 된 게 그의 출세작 『인생』은 아직 읽지 않았다. 좋은 건 나중에 읽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의 글은 간결하고 편안하다. 과장된 수사도 어지러운 설명도 없다. 이야기는 물 흘러가듯 편안하게 소설을 장악한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에서 표현한 대로 위화는 소설을 쓸 때 작중 화자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것을 최고로 여긴다. 농민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면 농민이 되어 그가 아는 대로 소설을 시작하는 것이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은 작가 위화가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서 그의 소설이 출간되는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의 문학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문화대혁명 시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그는 읽을거리라고는 교과서에 실린 루쉰의 소설과 선전 문구로 가득한 표어 밖에 없어 활자에 굶주렸던 시기를 회상한다. 읽을거리가 다채롭지 않아 신문을 베끼고 아버지의 서가에 있던 '마오쩌둥 선집'의 주해를 읽던 시절에서 작가가 되고 나서도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다른 이의 작품을 읽으며 배운 것들을 이야기한다.

좋은 작가는 많이 읽는 작가이며 역시 좋은 독자는 많이 읽는 독자이다. 읽는다는 동사에는 읽어라라는 명령형 어미가 붙을 순 있지만 읽는다는 것은 누가 명령한다고 해서 행해지는 일이 아니다. 오롯이 혼자 책장을 넘기고 밑줄을 그으며 마음에 드는 문장을 옮겨 적는 일은 누구의 간섭이나 의도에 의해서 행해지는 작업이 아니다. 읽는 자는 쓰는 자가 된다. 위화의 소설 쓰기와 문학으로 가득한 삶의 목소리가 담긴 책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을 읽다 보면 그가 작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운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읽기와 쓰기로 문학 안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한 그의 과감한 결단이 그를 '가장 세계적인 중국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