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철학이라고 하면 왠지 다른 학문보다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팬데믹을 겪고, 다양한 사건들을 경험하며 앞으로의 삶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한 방법으로 철학을 공부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제 막 관심을 가지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할 지 감이 안 잡혔는데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

두껍고 이론만 적혀있는 책은 딱 질색인데, 이 책은 일상에서 철학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게 해 준 책이었다. 한국에 몇 안 되는 고등학교 철학 교사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일상에서 철학하기'를 실천하는 임상철학자라고 한다.

이 책은 33가지 철학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루에 한 과씩, 33일 동안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어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일상 철학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저자에 의하면 책의 제목은 '자주 철학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라."는 로마의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구절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일상에서의 '철학 타임'은 그 옛날부터 이어져 오던 중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잘못을 저지른 자 역시 나와 같은 인간임을 명심하라. 그는 단지 무지한 탓에 일을 벌였을 뿐이다.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머지않아 죽게 될 운명이다. 이를 깨닫는 순간 깊은 애정이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와 사랑을 베풀 것이다. 굳건하게 이성적으로 처신한다면, 그들은 당신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는 있어도 그대를 더 나쁘게 만들지는 못한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나오는 구절인데, 얼마 전 친구와의 말다툼을 떠올리게 했다. 이 구절을 미리 읽고 마음에 새겼다면 어땠을까? 아마 한번 더 생각하고 좀 더 현명하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남았다. 저자는 감정 다스리기도 운동 선수들이 근육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이야기 했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영혼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그래서 철학이 필요한 것 같다. 삶에 대한 조언, 충고를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

니체에 따르면, "인간이란 극복해야 할 존재"다. 주변 눈치를 보며 주눅 드는 내 안의 나약함을 이겨 내라는 뜻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인간은 극복해야 할 존재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되었다. 왜냐하면.. 본래부터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니 나를 살피고 내 안의 철학을 키워서 단단해지라는 말 같았기 때문이다. 원래 나약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내가 나 스스로를 단단하게 다져서 휘청거리지 않도록, 모두 극뽁! 할 수 있길 바랬다.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더 좋은 인간과 덜 좋은 인간이 있을 뿐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이 관대하고 대인배적인 말은 또 다시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더 좋은 인간과 덜 좋은 인간이라.. 아무리 다른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고 법에 저촉되진 않지만 나쁜 행동을 해도 너무 모질게 대하지 말자는 생각은 탑재하고 있었지만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 적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갑질하고 꼰대질 하는 직장 상사.. ^^; 너무 밉고 싫었다.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할까?', '도대체 왜 저럴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스트레스 받고, 그의 행복하지 않은 삶을 마음 속으로 바랬던 적이 있었다; ㅋㅋ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엔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땐 이미 시간이 지나고 상사가 퇴직한 이후.. 내가 그때 아우구스티누스의 이 말을 알고 있었다면, 달랐을까? 아마 머리로는 그런거다라고 생각해도 감정을 다스리는 레벨이 낮아 마음으로는 계속 미워했을 것 같다. ㅋㅋ 이제부터라도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새기고 좀 더 관대해져야지.하고 다짐해본다. ^^ '덜 좋은 인간일 뿐이다.. ' 하고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합리화'라는 불치병을 앓는다. 자신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4장 본문에 들어가기 전 쓰여있던 글인데, 너무 공감이 되었다!! '자기 합리화'라는 말은 참으로 편리한 말이다. 내 마음 편하고자 아닌 것도 맞다, 괜찮다 하고 마는 것. 이런 자기 합리화가 계속되면 사람은 우둔해질 것이다.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나의 세계에만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자신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은 정말 천번 만번 동의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 같다.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끊어낼 것은 끊어내고 실천해낼 수 있다. 자기 합리화에 빠져 악순환의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보며 절실히 느껴 이 말에 특히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길은 끊임없이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공감을 이루며 단점을 없애 나가는 것뿐이다.

세상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그 문제를 드러내고 개선을 요구하거나 같이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 같다. 한국도 물론 시민사회의 힘으로 많은 부분들이 개선되고 나아지고 있는 중이지만, 우리는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보아야 할 것들을 꼭 봐야 할 것이다. 국제개발협력학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아마르티아 센의 말이라 더 눈길이 갔다. ^^

계몽이란 "미성년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이끌리지 말고 자기 스스로 생각하라는 뜻이다.

남의 시선,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을 많이 썼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전, 우연히 남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원하는지에 더 집중하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마도 칸트가 말한 계몽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 같다. 내 스스로 생각하며 사는 것, 간단하지만 정말 중요한 말이다.

리뷰에서 소개한 구절들 외에도 좋은 말들이 참 많았다. 좋은 구절이 나오면 연필로 줄을 치고 보는편이라, 이번 책을 읽으며 연필이 쉴 틈없이 바쁜 독서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을 읽으며 일상에 지친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 책에서 언급된 '명상록'도 한번 읽어보아야 겠다. 어렵지 않게 철학을 접할 수 있었고, 위안도 받을 수 있었다. 아직 철학 토들러이지만 철학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통해 삶의 조언을 얻고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저자가 '철학으로 휴식하라 2'를 내주었으면 싶다! 전 세계적으로 모든 이가 헛헛하고 절망적인 시간이 지속되며 지쳤기 때문이다. 지친 사람들에게 일상의 철학은 기분좋게 내리쬐는 햇볕같은 느낌일 것이다. 단단한 삶을 위해 우리 모두 일상에서 철학으로 휴식할 수 있길 바란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