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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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그리스인 조르바
글쓴이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8.8 (324)
꿀벌

책도 안 읽고 쓰는 리뷰라니... 

솔직히 읽긴 읽었다. 다 읽지 않았을 뿐. 

안 쓰고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일고십 온라인 독서 모임 이웃님들의 리뷰를 쭉 읽다 보니,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이렇게라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일조함. 


-

우리 일고십 이웃님들이 이렇게나 글을 잘 씁니다. 

책을 안 읽어도 리뷰가 가능할 만큼, 생각도 없던 리뷰까지 쓰게 할 만큼.

-


조르바에 대한 가장 근사한 정의는 나른한오후님의 리뷰에서 발견했다. 


자신에게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 준 사람


이 외에도 조르바한테서 자유를 배웠다는 얘기가 공통으로 나왔다.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자유라면, 

나는 지금까지 꽤 자유로웠고, 

내 삶을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내 일을 사랑하고, 

죽음이 두렵지 않다. 


그래서 그런가? 

책을 끝까지 잡고 읽을 만큼 조르바는 내게 큰 가르침을 주거나 매력적이지 않았다. 


나는 신중함보다는 행동파에 가까운 사람이라 

생각보다 행동을 먼저 했고 (때론 동시에),

행동 판단 기준은 이성보단 감정에 가까웠다. 

다행히 올바른 부모님 덕에 나쁜 길에 대한 유혹은 없었지만, 

자유로웠기 때문에 자유를 갈망하지 않았다. 


자유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있다. 

중학교 친구가 얼마 전에 연차를 내고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생활디자인을 전공한 친구인데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졸업생으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후배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나도 고등학교 후배들을 만나고 온 지 얼마 안 된 터라 공통점이 많았다.  


나 - 후배들 만나고 참 신기한 경험을 했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굳이 약점을 보이려 하지 않잖아. 잘난 점만 부풀려서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흠이 될 얘기는 딱히 안 하는데, 어린 후배들 앞에선 내 결핍이나 부족한 점을 먼저 말하게 되더라


친구 - 나도 그랬어. 발표할 내용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짜는데, '내가 이렇게 잘난 사람입니다'가 아니라 '난 이런 사람인데 이렇게 되었습니다'를 보여주니 '디자인에 자신 없었던 디자이너, 디자인을 하지 않으려 했던 디자이너'라고 나를 소개했어. 


나 - 완전 공감해. 나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실패를 많이 한 사람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거든. 큰 어려움 없이 성공했거나 쉬운 길을 선택했으면 오히려 해줄 말이 없었을 거야. 


친구 - 같이 발표한 친구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부전공, 인턴, 동아리 한 걸 소개하면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한 것보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했던거라고 털어놨어.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조금 더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을 해줬어. 하고 싶은 걸 알기 위해선 일단 많은 걸 경험해야 하고.


나 - 그래서 내가 절대 취업 안 된다는 전공을 선택했잖아. 남들 취업 준비한다고 마지막 학기에 최소학점만 들을 때, 난 최고로 학점 많이 들으면서 대학원 수업까지 들었고. 물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긴 했지만, 멋있어 보이는 동아리보다 내가 듣고 싶은걸 하다 보니 동아리도 다섯 개나 들고, 일하면서 봉사 활동까지 했으니... 이력서에 다 쓸 수도 없고 쓸 생각으로 한 것도 아니라 쓰지 않아도 나중에 면접 볼때나 나에 대해 말할 때 자연스럽게 할 말이 많이 생기더라. 경험이 진짜 자산이야.


친구 - 대학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참 많지만, 내가 가장 확인하고 싶었던 건, 내가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에 따른 온전한 삶을 꾸릴 수 있는지였어. 그래서 마음가는대로, 망설이지 말고 다 시도해보자는 마음을 가졌었고.


나 - 솔직히 후배들 만나고, 얘기를 나누면서 내가 더 배우는 게 많은 거야. 그래서 동기들한테 다음엔 이런 자리 같이 오자고 말했는데, 여러 이유로 다들 거절하는 게 사실 많이 아쉬웠어. 물론 강요할 순 없는 거지만, 잘 이해가 되진 않더라.


친구 - 교수님이 처음에 강의 제안했을 때, 친구들한테 물어봤더니 생각보다 꺼려했어. 이 좋은 걸 왜 안하지? 의아했는데 '내가 후배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를 해줄만한 사람일까?'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아. 오히려 이렇게 나서는 걸 사람들이 안 좋게 여길까봐 걱정하는 경우도 있었고. 


나 - 나도 당연히 내가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했지. 그래서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저도 부족하지만'이란 말을 항상 붙였거든. 근데 오히려 우리같이 어정쩡한 사람도 나타나야 하지 않아? 책이나 뉴스에 나오는 이미 성공한 사람들은 이미 격차가 커서 너무 먼 이야기 같잖아. 오히려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후배들에겐 더 와닿고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친구 - 예전에 해리포터 덕질을 하면서, 친구랑 나누었던 대화야. 결국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발언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It's amazing that so many people are going crazy over a world that came out of just one person's mind."


"Yeah, if we were half as interested in the world around us, the world would be a much better place."

 

-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작지만 큰 자유다. 

그래서 블로그에서 내 생각을 글을 표현하는 

지금 이순간, 

나는 자유롭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로움에 가장 가까운 사진 

@ California State Capitol


AB 1455 (Pupils: Bullying: Counseling)법안에 대해  

주하원 의원인 Jim Frazier (Assembly District 11)에게 발표한 날


-

단 한번도 자기소개서/이력서에 쓴적 없는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값진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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