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정리뷰

初步
- 작성일
- 2018.9.1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 글쓴이
- 조현 저
휴(休)
우리는 살면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행복하지만, 또한 그런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하고 만 살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알게 모르게 상처받기도 하고, 또 상처 주기도 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살이라 생각하며 살지만 마음은 공허하기만 하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에 경제적인 문제까지 끼어든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행복은 고사하고 끝없는 불안과 상처속에서 어느 순간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복잡하게 얽혀사느니 차라리 혼자가 되기를 선택한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행복이란 주관적인 감정이다. 때론 경제적인 부가 행복의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욕망을 내려 놓을 수 있다면 그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비록 살림살이는 어렵다 할지라도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그런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고통은 재난을 당해서 생기기도 하지만 더 큰 고통은 그런 재난을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야 할 때 찾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을 피하면서도 관계에 목말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는 그런 행복을 위해 공동체 생활을 하거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보통 공동체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안적 삶을 실천하기 위해서 만든 인위적인 마을을 말한다. 요즘은 기존의 마을을 더 사이 좋고 재미있는 대안마을로 변화시키는 전환마을을 포함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국내 공동체 18곳과 해외 공동체 5곳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공동체에는 전환마을과 도시에서 함께 집을 지어 사는 공유주택이 포함되어 있다. 3년동안 이들 공동체를 탐사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는 저자는, 새로운 가치와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세속에선 사람들 때문에 괴롭고 산속에선 아무도 없어서 괴로워하는 변덕쟁이’(11쪽)가 인간이라고 한다. 그런 가하면 ‘소속되고 합일되어 안정감을 주는 공동체야 말로 행복의 원천이라며 좇다가, 그것이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압살하고 피곤하게 하는 주범이라며 반공동체적으로 돌변하는 모순덩어리’(11쪽)가 인간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마을과 공동체가 주는 최대 장점은 노예살이에서 해방되는 것이라고 한다. 노예살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반복적으로 해야 할 때 그것이 바로 노예살이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공동체에서 사는 사람과의 인터뷰와 만남을 더해 갈수록 이들이 보통의 사람들보다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선명해졌는데, 그것은 바로 돌봄과 친밀에 있었다고 한다. 공동체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가치관의 변화이다. 이들은 적자생존의 자본주의 하에서 미래의 보험에 매달리는 삶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이웃과 서로 돌보며 친밀해짐으로써 행복해지는 삶을 택했다. 저자는 고립된 삶이 아니라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이롭고 행복한지를 이들 공동체의 탐사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공동체 중에서도 관심이 가는 곳은 전환마을과 ‘밝은누리’와 같은 우리나라의 공동체였다. 해외공동체의 경우 그들의 삶의 방식에 호기심이 들기는 했지만 선뜻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외국에서 공동체라 할 때는 자연마을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함께 모여 사는 마을을 말한다. 자기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자본주의 삶의 잔인성과 파괴성을 보고 대안을 선택해 사는 마을이다. 대부분 남다른 가치하에 모여 사유재산을 가지지 않은 채 한가족처럼 살아간다. (…) 우리나라 같은 욕망사회에선 부자는 말할 것도 없고, 별로 가진 게 없는 사람일지라도 자기 것을 내놓으라고 하면 ‘안 들어 가고 말지’라며 뒷걸음칠 가능성이 높다’(299쪽)라는 저자의 말은 공동체의 삶이 그리 단순하지 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공동체에서의 삶도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살아가는 삶이기에 단순히 욕망만을 내려놓는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헌신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최우선 덕목이어야 함을 이들 공동체에 사는 사람들은 보여준다.
이에 반해 ‘밝은누리 공동체’나 ‘은혜공동체’ 같은 우리나라의 공동체적 삶은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삶이 아닐까 싶다. 욕망에 사로잡히면 자유로울 수 없다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를 이들은 알고 있었다. 이들 공동체는 ‘자본의 부추김에 현혹돼 돈의 노예로 살아가지 않기 위해 분명한 삶의 여정을 제시하며 훈련한다.’(140쪽) 마치 우리가 어렸을 때 살았던 시골 동네에서의 삶이 이들에게 돌아온 것 같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시하지 않고, 아이들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많은 이들이 입시위주의 교육이 삶과 괴리되어 있음을 절감하면서도 자식에게 그런 교육을 답습케 한다. 자칫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85쪽)에서 벗어나고, 노후불안이 현저히 줄어 노후를 위한 준비에 목매다가 현재를 살아보지 못하는 삶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이들의 삶을 읽으면서 출세하고 부자가 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이들 공동체에서의 삶이 누구에게나 행복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분명한 것은 자본의 욕망에서 벗어나야 하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가치관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읽은 부분은 전환 마을이었다. ‘애초 누가 계획한 것도 아닌데, 한 명 한 명이 마음을 열고 함께하다 보니 이렇게 많은 가족 같은 이웃이 생긴 것을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더 놀란다’는 사람들. 나 또한 전환마을은 아니지만 시골 마을에 내려와 살면서 내가 사는 곳이 그런 마을이 되기를 꿈꾼다. 주위엔 비록 노인분들 밖에 없지만 다가가는 삶을 살고자 한다. 잘 되지는 않지만 타인의 시선과 자본의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습 중이다. 적게 벌어, 적게 쓰고 많이 베푸는 삶이 바로 행복의 비결인 것을 알아가고 있다. 나 역시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는 다르게 살기로 한 셈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욕망보다는 행복, 돈보다는 즐거움을 원하는 삶이 살고 싶다면 이 책에서 그 해결의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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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