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들

책읽는엄마곰
- 작성일
- 2018.10.9
저주받은 야수
- 글쓴이
- 세레나 발렌티노 저
라곰
그 시절에는 여자를 다루기가 쉬웠다.
달콤한 사랑의 말 몇 마디를 건네고
상대의 말에 관심 있는 척하며 약한 모습을 연기하면
여자들은 넘어왔다.
사실 이렇게 쓸데없는 노력조차 필요 없었다.
여자가 넘치게 아름다울 경우에만 살짝 노력했을 뿐이다.
사실 왕자는 외모만으로도
여자들이 넋을 잃게 하기에 충분했으니까.
- 본문 중에서
사실 생각해보면 야수는
처음부터 악당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잘 생각해보라.
야수가 저주가 걸리게 된 계기를.
구걸하러 온 노파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고,
그 노파는 알고보니 마녀라 야수에게 저주를 걸었다.
그런데 수많은 책들이 그부분은 제외하고
그저 마법에 걸린 왕자님으로,
진정한 사랑을 하면 저주를 푸는 왕자님으로 소개한다.
그래서 수많은 이들은 그저 불쌍한 왕자님으로 그를 기억한다.
나 역시 그랬다. 앞부분 내용을 알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의 악당들이 세권 책으로 나온다는 말을 듣고
그를 전혀 떠올리지않았다.
내가 떠올렸던 것은 백설공주의 여왕과
인어공주의 우르슐라 (심지어 이름까지 기억해냄)와 라푼젤의 마녀였다.
혹시나 라푼젤이 아니라면 숲속의 잠자는 공주의 물레마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은, 미녀와 야수의 야수라는 걸 알고
조금 놀라운 마음이 들었고,
책을 읽으면서야 아 맞다, 하고 앞의 스토리가 떠올랐다.
그만큼 우리는 포장된 것들을 믿는다.
진정한 사랑의 아이콘이라는 포장.
이 책은 야수가 야수로 변해가는 과정에 집중을 한다.
자만과 오만. 자비라고는 없는 못된 왕자.
그저 사회적 지위와 외모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나쁜 사람.
책을 읽은 뒤에서야 생각해낸 것이지만
어쩌면 그에게 야수라는 저주는 가장 합당했는지도 모른다.
저택을 그대로 남겨준 것이 오히려 자비같다.
이 시리즈의 1편인 사악한 여왕이 외모 자존감을 이야기했다면
야수의 경우는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다고 볼 수도 있다.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물질만능주의를 꼬집는달까.
우리는 현실에서 수많은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가진 것이 많거나 겉모습이 멀끔한 경우 사랑에 성공하는 것이나
가진 것이 없고 겉모습이 추악하면 사랑에도 실패하는 경우를.
돈이 전부가 아닌데도
돈이 없으면 결혼도 못하고 부모도 되지 못하는 세상.
겉모습이 멀끔한데 칼날같은 말을 하면 냉철한거고,
겉모습이 못났는데 칼날같은 말을 하면 독하다고 평가받는 세상.
세상은 예쁜 여자들이 여성인권을 이야기할땐 차도녀라 부르고
못생긴 여자들이 여성인권을 이야기하면 메갈이라고 부른다.
생각조차 못생긴 여자는 하면 안된다는 듯.
잘생긴 남자가 데이트비용을 더치페이 하면 실속있는 거고,
못생긴 남자가 데이트비용을 더치페이 하면 찌질이가 되는 세상.
못생겼으면 돈이라도 있으라는 듯.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은 그저 겉모습이 멋지면 쉽게 현혹된다.
대부분의 사기꾼이나 살인범이 멀끔한 외모를 지닌 것도 어쩌면
쉽게 현혹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가 가진 오만과 자만이 우리 스스로를 악하게 만든다는 것과
우리 스스로 세워놓은 기준들이
때로는 누군가를, 또 나를 가두는 철창이 된다는 것을.
곁에 누군가를 두고도 겉을 보는 세상.
마주보고 서있는 소중한 사람의 마음조차 읽지 못하는 세상.
차 사이즈, 집의 평수, 연봉, 직장명이 명함이 되는 세상.
어쩌면 이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는 추녀와 야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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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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