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학

初步
- 작성일
- 2018.12.6
열두 발자국
- 글쓴이
- 정재승 저
어크로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아니 순간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선택을 하면서 살아온 우리는 때때로 삶을 돌아보면서 회한에 잠기기도 한다. 왜 당시에는 그런 선택을
했는지 후회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당시로 돌아가 다시 한번 선택을 하라고 해도 선택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미래를 알지 못하는 가운데서 그래도 당시에는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해야 하는 선택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 미래를 살기 위해 과연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떤
선택이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줄까?
이 책 [열두 발자국]은 뇌과학자인 정재승 KAIST
교수가 지난 10년동안 해온 뇌과학 강연중에서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강연 열두 편을
묶어 엮은 것으로,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살펴보는 책이라고 한다. 책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두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가 현재까지 뇌과학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을 가지고 삶의 성찰을 위한 것이라면, 2부는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뇌과학을 통해 상상해보고 있다. 물론
그 상상의 목적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보다 행복한 삶, 혹은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는 성찰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데 방점이 찍힌다. 사람에 따라 삶의 목적이 다르긴 하지만 뇌과학이 알려주는 사실을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우리의 뇌는 매순간 주변환경으로부터 수많은
자극을 받아 그 중 적절하고 의미 있는 자극에 반응한다. 영장류로부터 현생인류로 진화한 인간이 처음
맞닥뜨린 것은 생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원시부족사회에 유용하게 세팅 된 인간의 뇌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합리적일 수가 없다. 원시사회에 적합한 전략으로 현대사회를 바라보고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하고 또 결정을 내린다고 정재승 교수는 말한다. 그는 강연에서 의사결정과 선택, 결정장애, 결핍, 놀이, 습관, 미신 등과 관련된 뇌과학의 여러 관점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알지못했던 우리 자신에 대해 과학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끔 한다. 예를 들자면 우리는 선택과 결정을 할 때 신중하게 하고 한번 결정하면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배워왔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처음 해보는 일을 쉽게 계획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유치원생의 마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일단 시도해보고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조정하는 과정에서 혁신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자신의
내면과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결정이 힘든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임을
자각하게 되고, 내 삶에서 결핍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알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지금 살아가는 삶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우리가
인생을 ‘새로고침’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망이라고
말한다. 새로고침을 신경과학적으로 해석하면 나쁜 습관이나 뻔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이지만,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절박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습관이라는 틀을 빌어 알려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삶의 태도이고 그 방법의 하나로 ‘메멘토 모리’를 제안하기도 한다. 저자가 이끄는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과학이 알려주는
삶의 지혜가 이제부터라도 내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들기도 한다.
이어서 저자는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상상해보게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 세상을 지배하는 기기는 일상단절기기가 아니라 일상몰입기술이 필요한
기기라고 말한다. 스마트 기기의 비트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실세계의 시간이 멈추어야 하지만, 현실세계에 살면서도 단절없이 비트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증강현실이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아톰과 비트세계가 일치해 제조업과 유통업 전반에 걸쳐 혁신이 일어나는 4차산업혁명이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기술혁명과 함께 다가오는 미래의 모습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 주기 충분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뇌과학으로 밝혀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과 혁신적인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통해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발상 못지않게 의사결정과 위험에 대한 대응도 중요함을 역설하면서, 우리가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지성이 가야 할 길은 인공지능과 공생하면서 인간적 가치를 더욱 높이는 사회로 가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회가 그것을 평가하는 세상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균형, 뇌와 몸사이의 균형을 의식하고 조절함으로써 기회를 잡고 행복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과는 많이 다를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 일 게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인 [열두 발자국]이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자국’을 줄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과학자들이 내디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질문은 당연한 듯 하지만 대부분은 낯이 설다. 아마 아직도 다가올 미래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쉽게 상상하지 못해서 일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의 강연집을 읽으면서 내가 공감한 부분은 비록 열두 발자국 모두가 되지 않을지는 몰라도, 과학자들이 인간을 탐구해온 결과로 인해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성찰해보고 또 앞으로의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단초를 주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에 나온다는 ‘이 우주는 너무나 오래된, 나이 든 우주이고
인간은 너무나 어린, 나이 어린 뇌를 가진 존재’임에도
인간의 뇌가 우주를 얼추 알아낸 놀라운 존재라는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살아온 삶은 물론 미래에 살게
될 삶 역시 우리의 뇌와 관련이 있음을 새삼스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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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