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步
  1. 자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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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진화
글쓴이
리처드 프럼 저
동아시아
평균
별점9.3 (17)
初步


진화론 하면 우리는 먼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떠올린다. 그리고 진화의 방식은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적 진화라고 믿고 있다. 나 또한 리처드 도킨스나 제래드 다이아몬드가 쓴 진화론과 관련된 많은 책을 읽으면서 이를 의심치 않았다. 지금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당시의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에 적합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만이 살아남았고, 그러지 못한 개체들은 자연선택을 통해 제거되었다는 진화론은, 이제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를 설명하는 과학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진화론에서도 여러 학자들 간에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배우자선택을 통한 성선택이다. 다윈주의자들은 자연선택만이 진화를 추동하는 유일한 원동력이라 보고 있으며, 성선택은 자연선택의 또 다른 형태로 성적 장식물은 자질과 조건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직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까지 진화론을 설명해온 대세이기도 하다.

 



이 책 [아름다움의 진화]를 쓴 조류학자 리처드 프럼은 이에 대해 아니라고 말한다. 진화의 결과 탄생한 성적 장식물은 배우자의 자질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오히려 신호전달자와 선택자의 생존능력과 생식능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적장식물이란 미적 형질로 그 진화는 주관적 평가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주관적 평가는 타 개체의 지각과 평가를 통해 기능을 발휘하고, 성선택을 통해 그 결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개체의 감각적 판단과 인지적 선택을 통해 전개되는 진화과정을 그는 미적 진화라고 부른다. 이런 미적 진화를 연구하려면 과시형질이라 부르는 욕구의 대상과 짝짓기 선호인 욕구 자체의 형태, 즉 성적매력의 양쪽 측면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며, 성선택의 작동방식을 이해함에 따라 드러나는 사실은 이들 욕구대상과 욕구 자체는 공진화 해왔다는 것, 즉 성적 아름다움이란 공진화의 결과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다윈이 1859년 발표한 [종의 기원]이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적 진화가 주제라면, 1871년 발표한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은 성선택에 의한 미적 진화가 주제이다. 자연계에 나타나는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윈의 미적 진화 이론을 빌려올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성선택을 가장 활기차고 적응적인 배우자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부차적 수단으로 간주한 것을,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폭넓은 성선택의 개념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진화이론의 모든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만연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다윈이 논증한 배우자 선택이론에는 또 하나의 혁명적 아이디어가 도사리고 있는데, 그것은 자연에서 아름다움의 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암컷의 성적자율성이라는 개념이라고 한다. 이것이 다윈의 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위태로운 개념으로 여겨졌고, 신다윈주의자들이 성선택을 새로운 진화 메커니즘의 하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일수도 있다고 저자는 추정하기도 한다.

 



이 책은 조류학자인 저자가 평생에 걸친 조류관찰의 결과를 가지고 다윈의 잊혀진 이론 성선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연애의 주도권을 둘러싼 성 갈등의 자연사’란 부제가 말해주듯 성선택이 진화의 또 다른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또한 다윈의 성선택에 내포되어 있던 혁명적 아이디어인 성적자율성을 연구와 관찰 끝에 과학적으로 도출해 내어 페미니즘이 만들어진 허상이 아니라는 것을 각종 동물의 진화사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조류에서 나타나는 성적 과시형질을 통해 성선택이 자연선택과는 다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을 설명한다. 새들은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서로를 관찰하고, 자신이 관찰한 것을 평가함으로써 사회적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즉, 새들은 특정 깃털, 색깔, 노래, 과시행동에 대한 선호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하고, 그 결과는 성적 장식물의 진화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열대우림에서 서식하는 수컷 청란과 마나킨의 경우 성적장식물의 아름다움과 복잡성은 인간의 눈에는 경이롭게 보일지 몰라도 그들의 암컷에게는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모든 정교한 장식물이 그에 못지않은 정교한 미적 안목과 공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따라서 암컷의 냉정한 결정이야말로 수백만 년 동안 수컷의 용모를 아름답게 만들어온 원동력인 셈이다. 또 이런 과시형질은 자연선택의 이점과 성선택의 이점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진화하였지만, 이 균형이 건강이나 생존능력의 극대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성적 이점이 생존적 이점을 능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시형질 레퍼토리는 다양한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진화적 유산과, 특정한 종에서만 진화한 새로운 과시형질 두 가지 요인에 의존한다. 이중에서도 어떠한 조상의 특징과도 상동관계에 있지 않는 과시형질의 등장은 바로 성선택에 의한 진화적 혁신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또 조류의 관찰과 연구를 통해 성적자율성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오리의 경우 수컷의 생식기는 암컷의 길이를 뛰어넘을 정도로 길고, 암컷의 생식기는 구불구불하고 험난하여 수컷의 생식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복잡하다고 한다. 이는 암컷의 선택을 받지 못한 수컷들이 종종 강제교미를 시도하고 암컷들은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생긴 군비경쟁의 결과라고 한다. 이처럼 성선택에는 수컷의 과시형질에 대한 암컷의 미적 선호에 기반을 둔 배우자 선택과 수컷의 권리를 둘러싼 수컷 간의 경쟁이라는 두 가지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존재하는데, 이 두 가지 메커니즘은 진화적으로 서로 상반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성적자율성의 개념은 성적폭력과 강압에 대한 방어기구가 진화한 이유뿐만이 아니라, 성갈등을 극복하는 다른 독특한 경로가 진화한 이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먼저 조류를 통해,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인간의 성적자율성까지도 성선택 이론을 통해 진화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바우어새의 미적 극단성은 진화적 힘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런 바우어새를 통해 미적 리모델링의 생생한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미적 리모델링이란 수컷의 성적 과시행동과 암컷의 미적 선호가 공진화함으로써 암컷의 성적자율성이 향상된 것을 의미한다. 바우어새과의 수컷들은 배우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구애용 정자 즉, 구조물을 짓는다. 이들이 짓는 바우어는 둥지가 아니라 오로지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구조물로 용도는 오직 하나, 성적과시를 위한 무대라고 한다. 따라서 수컷은 바우어를 짓고, 바우어를 장식하는데 온 힘을 쏟는데 수집하는 물건의 종류나 배치하는 방법은 종마다 다르게 진화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장식물과 재료들은 암컷의 짝짓기 선호와 함께 공진화한 수컷의 미적 선호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바우어는 어떻게 진화하기 시작했을까? 저자는 바우어새의 관찰과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바우어는 그곳을 방문한 암컷이 수컷의 폭력, 강제교미 등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곳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즉, 바우어는 암컷이 선호하는 수컷의 공격적 과시행동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을 해소해 주었고, 따라서 바우어는 암컷들의 선택기준이 되어 그때부터 진화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암컷이 자신의 성적자율성을 확보하고 나면, 그녀들의 미적 선호는 수컷의 과시행동 및 장식과 지속적으로 공진화하여, 훨씬 더 복잡하고 포괄적인 미적구조와 공연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선택의 자유는 성적자율성을 보장하며, 성적자율성은 아름다움의 진화를 추진하는 원동력’(313쪽)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는 단지 바우어새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나킨새 수컷들의 구애조직이 사회적관계로까지 발전한 것도 암컷 마나킨새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군집화를 배우자 선택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적 강제와 물리적인 억압만 있다면 아름다움이란 아무런 쓸모가 없었을 것이지만, 성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비로소 아름다움에 의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저자는 조류에서 살펴본 미적 진화, 성갈등, 미적 리모델링과 같은 힘들이 인간과 그 영장류 조상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추론하고 있다. 저자가 여기서 추론이라고 한 것은 앞으로 이것들이 비교연구 및 사회학적 연구를 통해 검증되고 분석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대의 진화심리학자들은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혀 그것을 인간생물학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그들은 인간의 성적장식물과 행동을 좋은 형질에 대한 정직한 광고와 적응전략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 책에서 배우자 선택을 통해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은 장식용 특징들을 살펴보며 인간의 진화에서 미적 선택의 작용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인간은 양성이 모두 배우자 선택에 관여하는 상호적 배우자 선택을 하는 종이라고 한다. 인간의 체모 감소가 적응이든, 미적형질이든 간에 특화된 털, 즉 겨드랑이나 음부, 눈썹, 두피 등에서 부분적으로 잔류하고 있는 것은 장식용이 분명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그것이 양성 모두 공통인 것은 바로 상호적 배우자선택을 통해 진화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암컷의 성적장식물에 대한 수컷의 배우자선호는 ‘생명의 나무’에서 뻗어 나온 인간계통에서만 독특하게 진화되었다. 다시 말해 인간 남성의 성적 까다로움은 오직 인간의 가지에서만 나타나는 배타적인 특징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포유류 가운데 영구적인 유방조직을 가진 종은 인간밖에 없다. 이는 생식자체를 위한 것도 아니고, 자연선택 될 만한 이점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오로지 남성의 배우자선택을 통해 진화한 미적형질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반해 인간 남성은 인간 여성과 달리 형태학적 장식을 별로 보유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여성의 배우자선택이 신체적 형질보다는 주로 사회적 형질에 초점을 맞추는 형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조류들이 암컷의 성적자율성을 진화시키는 과정에서 심미적 배우자선택을 통해 수컷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개조했듯이, 인간 여성 역시 남성의 난폭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심미적 배우자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인원 계통에서 수컷들의 몸집은 암컷에 비해 월등히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졌지만, 인간의 몸집은 성적 이형성이 뚜렷하게 감소했고, 남성과 여성의 송곳니가 똑같은 것이 그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여성의 성적자율성이 남성의 성적강제를 감소시킨 증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이 남성적 시선을 적응으로 착각한 나머지, 성차별적 경향을 인간의 진화생물학에 투사해 버렸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은 다른 반쪽의 배우자 선호를 설명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아름다움, 구애 및 짝짓기 관행, 성적 행동은 문화의 영향을 받는 다른 특징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한다. 보편적인 짝짓기 가치에 대한 진화심리학자들의 믿음과는 달리 문화 없는 인간의 섹슈얼리티는 존재하지 않으며, 문화에 적용되는 보편적 진리는 다양성 밖에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즉, ‘인간의 문화적 다양성은 많은 신체적 다양성을 잉태하며, 이 진화적 메커니즘은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진행 된다’(395쪽)는 것이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호모-섹슈얼리티에 대해서도 추론하고 있다. 동성간 성행동의 이유를 진화적 메커니즘 속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동물의 배우자 선택에 수반된 미적평가는 자연계에서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진화의 원동력’(484쪽)이라는 다윈의 생각은, 그가 살았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급진적이라고 한다. 이는 동물의 감각적 평가와 성선택이 진화함에 따라 새로운 진화적 행위 주체가 등장했음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시 말해 아름다움을 설명하는데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아름다움이 제각기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에는 쓸모없는 아름다움도 존재한다. 아름다움은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이다.

 




30여 년 동안 현장을 답사하며 새의 생태를 관찰했다는 저자의 성선택에 관한 이야기는 진화의 다른 면을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자연선택이라는 진화의 한 면 만을 가지고서 자연을 이해하려 했던 우리에게, 그는 진화에 대한 새로운 면을 알려주고 있다. 진화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남성과 여성은 평등함을 추구하도록 진화해 왔다는 것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야 할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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