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1. 책읽기(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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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대여] 별을 잇는 손
글쓴이
무라야마 사키 저
평균
별점9.4 (25)
블루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서점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서점에 관련된 추억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 관련된 기억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목포에 '국제서림'이란 곳이 있었다. 차가 다니지 않는 길목에 있는 곳이어서 어딘가 특정한 장소를 정할 수 없을 때, '국제서림 앞'에서 주로 만났다. 약속 시간이 되기 전 미리 도착해서 책을 들춰보게 되는데 나는 항상 소설 앞을 서성거렸다. 거기서 발견한 소설을 좀 읽다가 한두 권을 계산하기도 하며 친구를 기다렸었다. 지금도 그 곳에 그 서점이 있는가 모르겠지만 국제서림은 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그립고도 그리운 시절을 추억한다고나 할까.

 

무라야마 사키의 소설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읽고 무척 좋았다.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의 책에 얽힌 이야기와 서점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어서였다. 물론 하나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책이 좋아 책과 가까운 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도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어딘가에서 그처럼 밤잠을 설쳐가며 책을 만들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좋다.

 

주인공 츠키하라 잇세이가 백화점 안에 있는 긴가도 서점에서 일해 오다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하여 서점에 폐가 갈까봐 그만두고 시골 마을에 있는 작고 오래된 서점의 주인이 되는 이야기가 『오후도 서점 이야기』였다. 『별을 잇는 손』은 그 후의 이야기다.

 

츠키하라 잇세이는 긴가도 서점에서 일할 때 <4월의 물고기>를 발굴하여 크게 히트를 쳤다. <검푸른 바람>이라는 인기작이 곧 출간된다는 소식에 기쁘게 기다리지만 시골 마을의 작은 서점에 배본되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러던 차에 긴가도 서점의 점장이 전화를 걸어와 사장과 만났었고, 오후도 서점에 <검푸른 바람> 신작이 들어왔다. 무려 5권 씩이나.

 

소설은 서점에 얽힌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작고 오래된 서점에서 위로 받았던 일. 편집자인 아빠가 만든 모든 책을 좋아했던 아이. 말이 없지만 마치 사진처럼 기억력이 좋아 그 기억을 그림으로 펼칠 수 있었던 아이들. 모두 책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알게 모르게 오후도 서점을 중심으로 츠키하라 잇세이와 연결되어 있다. 혹은 연결되어진다. 인문 서가를 꾸리려는데 음악 카페 가제네코 주인인 전 편집자 후지모리 쇼타로가 일하겠다고 하고, 만화와 아동 서가엔 오래도록 그림을 그려온 구루미가 하겠다고 했다. 구루미는 오후도 서점을 방문하고 자신의 알을 깨고 세상에 한 발을 내딛은 거나 마찬가지다.

 

책에는 수많은 '사랑'이 넘치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을 향한 '사랑'이었고, 많은 사람을 향한 '사랑'이기도 했다. 울면서 부르는 '사랑'과 춤추며 노래하는 밝은 '사랑'도 있었다. (239페이지)

 

세상의 좋은 것은 모두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간다. 서점도 마찬가지다.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전우라고 생각해왔던 전국의 서점들. 서점에 이끌려 취재하고 집필해 엮은 서점들의 이야기. 훌륭하고 열정적이고 흥미로웠던 많은 서점들의 기록은 여러 권의 책이 되어 출간되었지만, 그 서점들 중에서도 많은 훌륭한 서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가 빠지듯 문을 닫고 말았다. (297페이지)

 

마을에 서점이 있다는 건 그런 거라고 생각해. 그 마을에서 자란 아이에게 꿈의 세상으로 가는 문을 준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지금 우리 동네 서점을 지키고 싶어. 그것이 현재, 그리고 미래 누군가의 꿈을 키우고 지키는 것으로 이어질거라 믿으니까. (397페이지)

 

책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지만 서점에 대한 애정은 늘 남아있다. 책만 팔아서는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각종 굿즈를 판매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서점들이 있다. 출판사에서는 동네 책방을 살리자는 취지로 동네 책방 에디션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 그 책을 사러 1시간이 넘는 동네책방까지 간 적이 있지만 혼자 가기엔 너무 먼 거리다.

 

가까운 곳에 오후도 서점 같은 책방이 생기면 좋겠다. 물론 걸어갈 수 있는 거리면 더 좋겠다. 젊고 잘생긴 책방 사장님이 계시면 더 좋겠고, 차도 한 잔 마실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무엇보다 서점의 풍경이 예쁘던 더 좋겠다. 아, 내가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굿나잇 책방' 은섭이를 바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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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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