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서평

바부탱이
- 작성일
- 2020.3.6
사람사전
- 글쓴이
- 정철 저
허밍버드


위로를 주는 정철, 피식 웃음을 주는 정철, 아픈 곳을 콕 찌르는 정철도 있고, 꼰대처럼 인생을 간섭하는 정철도 곳곳에 숨어있다고 되어 있었다.
궁금했다. 1234개의 다양한 단어를 어떤 형식으로 저자 정철만의 생각을 담아 두었는지..
책의 첫 페이지부터 정말 일반 우리가 아는 사전처럼 목록 ㄱ ㄴ ㄷ 으로 되어 있다.
[ 기억에 남는 몇가지 단어 정의]
p12 #3 가구
큰 집을 작은 집으로 만드는 물건. 우리는 공식처럼 안방엔 침대, 거실엔 소파, 주방엔 식탁을 모신다.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며 서른 평 집을 단숨에 열 평으로 줄여버린다. 그러곤 흐뭇해한다.
==> 정확한 핵심을 찌르는 단어의 정리인 것 같다. 거기다 공감도 된다.
p19 #29 가장
으뜸을 뜻한다. 가장 많은, 가장 높은, 가장 앞선, 가장 예쁜. 이처럼 우리는 가장이라는 단어를 으레 영광과 연결한다. 그러나 이 단어는 상처에도 그대로 사용된다. 가장 낮은, 가장 뒤진, 가장 추한, 내가 가장 유쾌한 시간을보내는 그 순간 누군가는 가장 아픈 시간을 견디고 있을지 모른다. 내 웃음소리가 그에게 드릴 만큼 클 필요는 없다.
==> 요즘은 가장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희미해져 버린 단어가 되어가는 것 같다.
어떤 이에게는 그 무게에 짖눌러 삶을 지치게 할 수도 어떤 이에게는 그 의미가 살아가는 힘이 될 때도 있는 것을 보면, 가장이라는 뜻에는 삶의 무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서 인 것은 아닐까...
다양한 문장을 자신만의 환경과 생활 그리고 생각으로 정의를 내린 언어들이 모여모여 저자의 생각을 읽어내려가는 느낌의 도서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조금은 위트한 유머도 내게는 간간히 웃음을 주기도 한다.
p49 #142 교도소
병원과 함께 아픈사람 치유해 준다는 곳. 치유법은 같지 않다. 병원은 아픈 사람에게 보살핌을 처방하고 교도소는 보살핌으로부터 차단을 처방한다.
==> 병원과 교도소를 같이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그렇게 생각해보니, 이렇게 정의 내리는 것도 맞는 듯하다.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오히려 병원이 교도소같은 느낌이다. 계속 모든 것에서부터 차단을 해야하는 상황이니...안타깝다...
p84 #272 뇌물
고요한 선물. 준 사람이 받은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선을. 아니다. 받은 사람이 아니라 받아주신 사람
#276 눈사람
어른만 외로울까. 아이들도 외롭다. 그래서 자꾸 사람을 만든다.
p96 #316 독서
나는 책을 읽고 책은 나를 읽고.
책과 내가 마주보고 서로를 읽는 것이 독서.
나도 그러지만 책도 맨날 똑같은 나를 읽으면 재미없겠지.
싫증나겠지.
책에게 늘 새로운 나를 보여주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독서다.
==> 눈사람을 보며, 외로워서 친구를 만드는 것일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어쩌면 정말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늘 외로워서 친구를 만들려고 하는 심리를 잘 담아낸 단어이지 않을까 싶다.
[독서]에 대한 단어는, 나만의 일방적인 시선보다는 독서를 사람으로 인지하는 시선이 새롭다.
어쩌면 내가 읽고 있는 책들도 사람과 같은 감정이 있다면, 다양한 사람들에게 읽혀지면서 어떤 기분을 느낄까?
p119 #384 마스크
입이 입는 옷. 감기에 걸렸을 때, 미세먼지 가득할 때 입는 옷이지만 평소에도 치마나 바지 입듯 입고 다녔으면 좋겠다. 우리말로는, 쉿!
p159 #531 부부
한 글자로는 짝. 두 글자로는 하나. 세 글자로는 나란히. 네 글자로는 평생친구. 다섯 글자로는 사랑합니다. 열아홉 글자로는. 당신이 그랬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 [마스크]라는 단어에는 정철 작가의 유머가 돋보이는 부분인 것 같다. 입이 입는 옷~ 센스있는 표현인 것 같다. 그리고 [부부]라는 단어를 나만의 사전으로 표현하자면, [평생 함께 하며, 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다양함을 평생동안 보여주는 사이] 라고 정의 내려보고 싶다. 이 도서처럼 나만의 단어사전을 만들면 기억에 남는 추억하나 쌓여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p200 #687 시소
놀이터에 설치한 조기교육 프로그램. 혼자 탈 수 없다. 친구와 마주보며 타야 한다. 세상 혼자 살 수 없음을 가르쳐준다. 한 가지 슬픈 건, 누군가 주저앉아야 내가 올라가는 아픈 현실까지 가르쳐 준다는 것.
p221 #763 어린이
5월 5일의 주인. 5월 6일부터는 손님. 주인이 하루아침에 손님이 되는 놀라운 역전을 경험하며 어린이는 조금씩 어른이 된다.
==> 한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 이런 단어에 관심이 가기 마련인 것 같다.
[시소]라는 것에 대해 저자가 내린 의미를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공감이 많이 가는 글귀였다. 어쩌면 아이들을 위한 가장 현명한 놀이시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던 건 개인적인 느낌이다. [어린이] 그러고 보니, 어른이 되어버린 나도 겪어봤던 어린이날!! 그날 하루만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특별한 날이라 늘 기대했던 것 같다. 다음날은 일반적인 날이 되어 버리는 물거품 같은 마법의 날이 맞는 것 같다.^^
p285 #991 집
피로의 끝. 갈들의 끝. 압박의 끝. 전쟁의 끝. 이것이 우리가 내리는 집의 정의다. 그러나 같은 집에 사는 누군가는 정반대 정의를 내릴수도 있다. 피로의 시작. 갈들의 시작. 압박의 시작. 전쟁의 시작. 둘다 맞다.
==> 옛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집이 편해야지!' 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요즘 나이가 들면서 그말의 의미를 새삼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내가 생각하는 [집]의 정의는 [어떤 모습으로 엉클어져 있어도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하는 작은 사회인 공간] 인것 같다. 그래서 자유와 규칙과 사회가 조화로울 수 있는 작은 국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어떻게 우리 집의 국정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집안의 분위기가 달라지니 말이다~
차례대로 보는 것보다 어느 곳을 열어 보았을 때, 또는 사전처럼 어떤 단어에 대한 의미를 도움 받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사전같은 느낌이 강한 도서다. 언제든 책장에서 무심코 꺼내어 단어 하나 ..둘.. 읽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거나, 피식 웃음을 날만한 도서인 것 같다. 책을 펼치면 어느 정도 호기심이 충족 될 것 같았는데, 오히려 다음 단어 단어마다 어떤 의미로 단어를 해석해 두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더 증폭되는 것 같다. 재미있게 읽을 수도 흥미롭게 읽을 수도 때로는 따뜻한 감성이나 공감을 느낄수도 있는 도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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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