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맘 속의 무지개

분홍쟁이
- 작성일
- 2020.6.9
군주론
- 글쓴이
- 니콜로 마키아벨리 저
스타북스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시즌이 끝났지만 방송에서 소개된 도서들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는 추세다. 나 또한 띠지에 이 홍보문구가 붙어있는 책이라면 평소 잘 읽지 않는 분야여도 한 번 더 눈길이 가곤 하는데, 이번에 고른 책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옴마. 아마도 방송이 아니었다면 절대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읽기 전까지도 '내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를 무척 고민했던 책이다. 왜냐! 나는 군주가 아니니까! 나는 신하가 될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읽다보니 왜 이 책이 방송에 소개되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군주나 신하 등의 단어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군주론]은 일종의 처세술에 관련된 책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이자 탁월한 정치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몰락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일곱 살 때부터 라틴어를 공부했고, 피렌체 대학에서는 인문학에 심취해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요직에 앉게 된다. 1492년 피렌체가 위대한 로렌초의 사망으로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공화국 외교관으로서 강대국을 오가며 '강한 군대, 강한 군주'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우여곡절 끝에 이 [군주론]을 지어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바친다. 총 26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1장 국가의 종류 및 그 획득 방법들>을 시작으로, 군주 국가의 종류와 군대의 종류와 용병, 용병과 원군, 혼성군, 국민군의 비교 내용, 군사에 관한 군주의 의무, 군주가 칭송받거나 비난받는 원인들, 군주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책은 결코 두껍지 않으나 익숙한 내용들이 아니라 그런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처음 몇 페이지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역시 늘 그렇듯 머리를 살짝 쥐어뜯었으나, 요상하게도 읽다보니 점점 빨려들어간다. [군주론]을 짓기 전에 고생을 좀 해서인지 단호하게 느껴지는 어조와 내용들이 흥미진진하다.
군주는 자기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악도 행할 줄 알아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선을 취하기도 하고 버리기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에게서 후하다는 명성을 얻기 위해 결국 탐욕스러워져 남들의 미움을 사느니, 차라리 불명예스럽기는 하겠지만 인색하다는 비난을 듣는 편이 현명합니다.
인간은 자기가 두려워하는 자보다 사랑하는 자를 해치는 데 덜 주저합니다. 애정은 의리의 사슬에 매여 있는 것인데 인간의 본성은 악하므로 경우에 따라서 언제든지 이를 끊어버립니다. 반대로 두려움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형벌이라는 공포에 의하여 지탱되므로 효과적입니다.
인간이란 아버지의 죽음은 곧 잊어버리지만 빼앗긴 재물에 대해서는 좀처럼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문장들을 읽다보면 마키아벨리는 인간을 좀처럼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을 지지하며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버지의 죽음은 곧 잊어버리지만 빼앗긴 재물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니, 뜨악하면서도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군주의 자리가 결코 쉽지 않음을, 그 간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올만한 문장들이라고 할까.
군주와 신하, 백성의 관계를 떠나 현실에서도 응용이 가능한 처세술이라 느껴지는 것은, 그 자리에 자신과 타인이라는 단어를 대입해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의 본성과 삶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을 발휘해 써내려간 군주론. 격변의 시대에 자신이 생각한 바를 글로 써 남긴 그의 각오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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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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