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부풀어
- 작성일
- 2020.6.23
서울에 내 방 하나
- 글쓴이
- 권성민 저
해냄
서울에 내 방 하나-
참 오랜만에 오롯이 나를 위해 책을 읽었다. 아이들 키우면서 그림책, 동화책, 그리고 각종 추천도서들을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나를 위한 책읽기는 쉽지 않았다.
이 책은 세대가 다른 작가의 삶과 생각을 통해 나의 과거로, 그리고 현재의 삶과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작가의 외모에서 오는 이야기를 읽을 때는 나의 편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나에게는 대학을 다니기 위해 집을 떠나 방 한 칸을 세 얻어 연탄불을 갈며 방을 덥히던 시절, 월급을 한 푼 두 푼 모아서 보증금 있는 월세인 원룸으로 옮겼을 때 얼마나 행복했던 시절을 이 책을 통해 추억했고, 호호아줌마, 비디오테이프, 나모웹이터, 5.25인치 디스켓 등을 통해 나의 작은 이야기들을 기억해냈다. 고맙다.
[ 심리학 용어 중에 시간 수축 효과라는 말이 있다. 같은 시간도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p. 34
머릿속으로 삶을 그릴 때, 실제 삶의 무수히 많은 사소하고 잡다한 순간들을 생략해 버리고, 지금 내 눈앞의 중요해 보이는 사건들만 강조해 생각해 버리는 현상 p.35]
정말 실감한다. 어렸을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왜 이렇게 시간이 안갈까? 생각했는데, 그리고 젊은 시절엔 아이들 키우며 하루하루 살았는데. 이제는 잠깐 지나간 듯한데 일주일, 한 달, 일 년... 뭔가 한 일도 없이 스르르 손에서 모래가 빠져 나가듯 지나가버린다.
그리고 요즘은 한 순간에 두 가지 이상을 생각하지 못한다. 처리해야 할 일이 여러 가지일 경우 내가 급한 것부터 하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래서 지나고 나면 후회할 때가 많다. 어찌 작가는 내가 생각하는 마음을 잘 정리해서 표현했을까?
[ 사람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느끼는 ‘어른의 순간’은 뭘까. 두 가지 정도인 것 같다.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기 생활을 꾸려나갈 때가 하나. 결혼해서 자녀를 낳아 그 자신이 부모가 되는 순간이 둘. p.67]
‘어른의 순간’이란 표현을 읽으며 난 과연 언제부터 어른이라고 느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난 작가가 말하는 두 가지를 다 지나왔으니 어른일까? 내가 생각했던 어른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베풀고, 자애롭고, 푸근하고..그냥 큰 산이었던 같다. 하지만 지금 나는 제대로 어른의 삶을 살고 있을까?
[삶의 나머지는 내가 배려를 해야 하는 순간들로 가득 차 있을 테니까 p.131]
배려는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다. 상대방과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다. 요즘은 배려가 많이 아쉬운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 사회가 점점 개인화되다보니 내 것의 소중함은 알지만 남의 것까지 챙기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삶의 나머지란 표현이 왠지 나는 가슴 아프게 와 닿는다. 지금까지 내가 타인에게 받은 배려가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는 삶의 나머지를 배려하는 순간들로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게 만든다.
오랜만에 부담 없이 읽어 내려 간 책.
첫 페이지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는 책.
참, 잘 읽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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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