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고...

eunbi
- 작성일
- 2020.10.9
눈물점
- 글쓴이
-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미야베 미유키의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 6편 『눈물점』을 읽었다. 앞서 읽은 『삼귀』, 『환색에도력』, 『금빛 눈의 고양이』에 이어지는 뼈대인지라 별 부담감 없이 읽어나갔다. 전작에도 그러했는데, 이 책의 제목은 첫 번째 괴담의 제목인 '눈물점 泣きぼくろ (눈 밑이나 눈가의 검은 사마귀)'이지만, 원제목은 네 번째 이야기 제목인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 黑武御神火御殿'이다. 눈물점이 소개된 작품 중 가장 흥미로운 단어이기는 하나, 내용의 전개를 보면 일본판 제목이 더 표제작으로 어울린다.
이번 책에는 3개의 단편과 1개의 장편이 소개되는데, 이런 기이한 이야기 소재를 어디서 얻는지 대단하긴 하다. 단편은 그냥 담백했으나, 장편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은 장대하고 묵직하게 와 닿았다. 전작까지 화자가 괴담을 이야기함으로써 버리면, 청자는 듣고 버리는 '흑백의 방' 주인이었던 열아홉 살 오치카는 세책방 작은나리 간이치와의 결혼으로 퇴장하고,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차남 도미지로가 그 일을 이어받는다. 듣는 이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뀜으로써 흐름이 다른 느낌으로 전해졌다.
1화 눈물점 泣きぼくろ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작품이다. 화자의 큰 형수가 둘째 누나의 약혼자인 고용살이 일꾼과 뒹굴다가 들킨다. 소동이 일어나지만 정작 큰 형수는 몽롱~한 얼굴로 엷게 웃을 뿐이다. 그러다가 얼굴을 한 대 맞고 제정신이 돌아왔는데, 새된 비명을 지르는가 싶더니 정신을 잃고 만다. 그러곤 깨어나서 전혀 기억을 못 한다. 그 모든 것이 왼쪽 눈 밑에 생긴 좁쌀만 한 점 때문이다. 흔히 요염하다고들 하는 그 눈물점. 이것이 이 사람에게 붙었다 저 사람에게 붙었다 하면서 한 가족을 풍비박산 해체해 버린다.
2화 시어머니의 무덤 姑の墓
산벚나무에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의 봄꽃이 어우러져 온통 꽃에 파묻힌 산속 마을의 괴담이다. 벚꽃이 만개한 묘지가 있는 언덕에서 꽃놀이하는 것이 마을의 관례지만, 화자의 집만은 기묘한 이유로 집안 여자들이 이 절경의 언덕에 절대 올라가지 못하게 금하고 있다. 증조모가 며느리를 구박하고 죽이려다가 실패하고, 묘지의 언덕 꼭대기에 있는 산벚나무 가지에 목을 매달아 죽은 이후의 사건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집요한 원념은 대를 이어 며느리의 목숨을 빼앗아 버렸고 가족은 뿔뿔이 헤어지고 만다.
3화 동행이인 同行二人
화자는 타인의 서찰이나 중요한 짐 등을 맡아 두 다리로 달려 전해주는 파발꾼이다. 결혼하고 옥 같은 딸을 낳고 잠시 보름달 같은 행복을 누리지만…. 딸이 두 살 되던 해의 한 겨울에 못된 고뿔이 돌아 모두 죽고 만다. 혼자 살아남은 그는 (자신의 오만과 횡포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만 같아)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러다가 얼굴이 흐릿한 한 남자의 혼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저세상과 이 세상의 경계에 펼쳐져 있는 강가, 삼도천! '너는 얼굴을 잃었지만 나는 마음을 잃어버렸다.'라는 말이 가슴을 엔다.
4화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 黑武御神火御殿
책의 반 이상 분량을 차지하는 4화는 판타스틱한 비주얼 이미지가 머릿속을 관통하는 가히 블록버스터급 괴담이다. 길을 잃고 괴기스러운 저택에 갇혀버린 여섯 명(남4, 여2) 중 둘만 살아남는다. 짙은 안개 속에서 변화무쌍한 시간과 경관의 변화는 마치 생문과 사문이 중첩된 무협지 속의 절진에 빠진 광경과 비슷하다. 영상화해도 충분히 통할 스토리이다. 에도 시대의 금기였던 예수교와 맞물리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의 '원한'이 응집되어 있다. 저택 3년의 세월이 현실에선 3일에 불과했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 黑武란 검게 빛나는 갑주를 입은 무사란 뜻이고, 御神火란 '귀한御, 신神의 불火 즉, 화산을 일컫는 의미인가 보다... '화산에는 신이 깃든다는 생각으로 섬기는 풍습은 어디에나 있지.(533쪽)'
○ 이 저택은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니노야 모 님의 분노가 형체를 이룬 것, 원념이 만들어 낸 환상일세. (5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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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댓글 10
- 작성일
- 2020. 10. 11.
@지나고
- 작성일
- 2020. 10. 16.
- 작성일
- 2020. 10. 16.
@cOcOgOOn
- 작성일
- 2020. 10. 22.
- 작성일
- 2020. 10. 23.
@mr.Dar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