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步
  1. 에세이/심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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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쓰고, 함께 살다
글쓴이
조정래 저
해냄
평균
별점9.5 (42)
初步




조정래 작가의 [황홀한 글감옥]을 읽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서 10년이 흘렀다고 한다. 등단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독자와의 대화를 마련했고, 그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인생관, 문학관, 역사관을 피력했던 그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해 좀 더 이해가 깊어지지 않았었나 싶다. 그럼에도 비록 등단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독자와의 대화를 엮은 책을 선뜻 읽겠다고 구매한 것은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한번 읽는다는 생각에서였다. 어찌되었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고, 전작읽기를 했던 몇 안되는 작가였기에 그냥 넘어가기 싫었던 것도 이유의 하나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10년 전에 읽은 [황홀한 글감옥]의 책 내용은 몇 가지만이 기억에 흐릿하게 남아있었다. 허나 이 책을 읽어가면서 드문드문 다시 생각나기도 했고, 어렴풋이 생각나는 것들이 제대로 된 기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의 구성은 독자들의 질문을 크게 문학과 인생, 작가의 대표작인 대하소설 3부작의 세계, 그리고 문학과 사회 세 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변이 실려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전과 달리 독자들의 질문을 읽는 것도 즐겁단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내가 궁금했던 것이기도 했고, 때로는 작가를 난처하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해서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그 질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책읽기가 즐겁단 생각이 들기는 전에 없던 일이었다. 작가의 답변은 때때로 다소 교과서적이기도 했지만 작가가 그것을 증명해내었으니 글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의외로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독자와 작가의 문답을 읽으면서 가슴에 와 닿는 말은 10년 전에도 읽었던 말들이었다. 문학의 길은 ‘읽고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쓰고 쓰고 또 쓰면 열리는 길’이라고 작가는 송나라 시인 구양수가 말했던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의 순서를 바꾸어 말한다. 문제는 그 길을 알고 있음에도 실천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물론 내가 문학의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읽고, 생각하고, 쓴다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삶이 제대로 된 삶인지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까닭은 스스로 생각해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또 ‘소설은 현실의 모순과 문제점들이 반영되어야 하고, 그 시대적 갈등과 고통들이 재구성되고 형상화 되어야한다’고 말하며, 순수문학과 참여문학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그러고 보면 작가의 작품들 모두는 시대적 갈등과 모순, 고통들이 형상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단편, 장편을 막론하고 초기의 작품들이 그 시대의 모순과 문제점을 고발했다면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이어지는 대하소설 3부작에서는 민족의 고통과 현실의 갈등들이 그대로 형상화되었다. 이후 쓰여진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허수아비 춤]에서부터 [정글만리], [풀꽃도 꽃이다], [천년의 질문]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우리사회가 지니고 있는 모순들을 파헤치고 있다. 물론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에서 느꼈던 감동을 똑같이 느끼지는 못했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소설의 본질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작가는 평생의 목표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하는 문학’작품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또 다른 작품을 구상 중에 있다고 한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그의 강인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아울러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떤 화두를 들고 나올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10년 전 [황홀한 글감옥]을 읽고서 [태백산맥]을 다시한번 읽어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흐지부지 했던 것 같다. 이 책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읽으며 또다시 같은 생각을 해본다. 이번에는 단지 서사를 따라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면 장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보며 읽어봐야겠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제시했던 의미들, 예를 들어 빨치산의 인간선언을 그린 장면이나 평화통일을 상징하는 장면들을 찾아가며 읽는 것은 지금까지 읽었던 것과는 다른 또 다른 책읽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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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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