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정리뷰

初步
- 작성일
- 2020.11.26
코로나 사이언스
- 글쓴이
- 고규영 외 16명
동아시아
코로나19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다시금 유행의 징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방역’으로 그나마 가장 안전한 국가에 속했던 우리나라지만 지금의 유행은 일말의 불안감마저 자아내게 만든다. 더욱이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패러다임 속에서 그에 대응하는 사람들이 지쳐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위태위태하고, 겪어보지 못한 일상의 변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과 정서적인 불안마저 안기고 있다. 그에 따라 말들도 많고 일탈도 많다. 그리고 그것은 확진자 증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서로를 불신하고 비난하는 사회적 분열양상마저 초래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에 대해서 아직도 우리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그래서 언제 이 팬데믹이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시중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많은 책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따라서 우리는 그렇게 변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즉 포스트 코로나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코로나19가 무엇이고 지금 당장 우리들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그러다보니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온갖 말들이 난무하는 인포데믹이 찾아왔고, 이는 사람들에게 혼란과 불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책 [코로나 사이언스]는 이러한 때 우리에게 코로나19의 실체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책을 펴낸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말 그대로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기관이기에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들을 알려줌으로써 우리가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토대를 만들어준다. 분명한 과학적 사실들은 우리를 혼란으로 몰아넣는 코로나19 인포데믹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연구현장의 최전선에서 써내려간 과학자들의 코로나19 분석보고서’란 부제가 붙어있다. IBS는 국립보건원과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약점을 찾아내고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기위해 올 2월말 공동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4월초 학술지 <셀(Cell)>에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자지도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고, 그 이후에도 코로나19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과학적 사실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IBS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를 통해 경험했다는 IBS는, 과학자들의 연구내용이 더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 동안의 연구결과들을 이 책에 요약해 담았다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투경로와 세포내 증식, 그리고 그런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우리 몸의 방어 전략인 면역체계 등 전문적인 지식은 물론, 코로나19에 맞서는 우리 사회의 대응전략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것을 과학적 사실의 기초위에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할지라도 전공자가 아닌 우리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온갖 가짜뉴스와 불안에 질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위안이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우리가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책의 구성은 모두 3부로 되어있다. 먼저 ‘1부 신종 바이러스의 침투경로와 방어전략’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구조와 우리 몸에 침투한 후 일어나는 세포증식과정 등을 살펴보면서 어느 부분에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략이 있을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증식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자주 일으켜 치료제에 대한 내성이 잘 생기며 심지어 숙주를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다고 해도 이러한 변이로 인해 효과가 기대보다 적을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식명칭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라고 한다. 이는 지난 2002년 출현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이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명을 코비드-19라 명명했고, 국내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부르는데 언론에서는 이를 줄여 코로나19로 통칭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막 표면에는 돌기형태의 단백질이 촘촘히 달려있으며 그 형태가 태양의 코로나와 비슷하여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한 코로나19는 감염자의 침이나 분비물을 통해 밀접접촉자를 감염시키지만 특이증상을 보이지 않는 무증상감염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팬데믹으로 발전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심한 폐렴이 동반된다. 그 이유는 바이러스가 기관지와 폐포 안의 상피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섬모상피세포는 병원균을 입과 코 쪽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꺼번에 많은 바이러스가 침투하거나 겨울철 낮은 온도로 인한 건조한 날씨는 세포의 섬모운동을 저하시킨다. 폐포 안의 상피세포가 주기능을 상실하고 염증세포로 변할 때 폐에 염증(폐렴)이 생긴다. 마스크는 바이러스가 코나 입을 통해 전파되는 것을 막아주는 동시에 기관지에 적당한 습도를 유지시켜 상피세포가 섬모운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2부 가공할 전파능력, 궁극의 방어시스템’에서는 코로나19에 슈퍼전파자가 많은 이유와 우리 몸의 면역체계 및 작동원리, 과도한 면역반응인 사이토카인폭풍 등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관심을 끈 부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온 과정과 에어로졸로 감염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표적인 코로나바이러스인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는 낙타, 사향고양이, 천산갑이라고 한다. 이중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간숙주인 천산갑은 야행성 포유동물로 멸종위기종이지만 여전히 약제와 보양식으로 소비되면서 세계에서 밀매가 가장 많은 동물이라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천산갑, 천산갑에서 사람, 사람에서 또 다른 사람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자연유전자 재조합으로 전파력과 증상 모두가 강력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또 코로나19의 에어로졸 전파가능성은 사실이라고 한다. 사람이 말할때나 재채기를 통해 나온 분비물 중에 탄도학상으로 이동하는 분무형태를 비말이라 하고,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입자를 에어로졸이라고 한다. 비말은 대부분 중력 때문에 2미터 이내에서 떨어지지만 에어로졸은 공기의 흐름을 타고 7-8미터 가량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에어로졸 전파에는 에어로졸 내에 병원체가 있어야 하고 충분한 시간동안 공기 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제한조건이 따른다. 최근의 연구결과는 바이러스 입자를 함유한 에어로졸이 공기 중에 3시간 동안 떠다닐 수 있고 실제로 환기가 불충분한 실내에서는 감염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개방된 실외보다는 밀폐된 실내공간에서 마스크쓰기가 더욱 중요한 이유이다. 연구자들은 전파방식에 상관없이 마스크쓰기, 손 자주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 예방에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3부 코로나19에 맞서는 사회’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나타난 여러 사회현상들에 대한 글이다. 팬데믹과 인포데믹의 영향, 사회적 거리두기와 그로 인한 코로나우울, K-진단과 과학자들의 연대, 그리고 코로나19의 정복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그것이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현시점에서 코로나19를 정확히 빠르게 진단하고, 격리치료를 통해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방패이다. 우리의 진단 및 방역시스템은 ‘K-방역’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는 사스와 메르스를 거치면서 감염병이라고 하는 재난상황에 대한 대책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특히 진단은 숙주세포에 침입한 바이러스가 세포내에 복제하는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검출하는 과정이다. IBS는 자체진단 프로토콜을 개발하여 오픈했고, 세계 각지에서 보내오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활용하는 연대는 인류공동의 재난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를 완전정복 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주기를 두고 나타나는 코로나19 감염에 대응하며 살아갈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2-3년내 백신과 치료제의 대중화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바이러스의 급격한 유전자 변이라는 말하는 과학자들은, 우리가 언제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가 답이라고 한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전문적인 지식이 포함되어 읽기가 만만치 않은 책이지만 기초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읽으면서 코로나19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과학이 우리 삶에 있어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실감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감기나 독감처럼 평생 함께 해야 할 질병이 된다 해도,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의 습격은 인류의 삶의 방식이 변하지 않는 한 언제고 다시 나타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다. 그렇다고 해도 방역이 최상의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지금도 전 세계 과학자들이 백신과 치료제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IBS의 연구결과가 코로나19 감염병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단서가 되길 기대하며, 기초과학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아울러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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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