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맘 속의 무지개

분홍쟁이
- 작성일
- 2021.7.14
위대한 유산 (하)
- 글쓴이
- 찰스 디킨스 저
열린책들
갑작스러운 후원자의 호의로 막대한 유산을 거머쥐게 된 핍. 신사가 되는 교육을 받는 것이 주목적이었지만 갑자기 부유해진 경제상황에 정신 못차리고 흥청망청 사치의 길로 들어선다. 빚은 점점 늘어나고 설상가상으로 누나인 조 가저리 부인은 세상을 떴다. 앞으로 조와 비디를 잘 보살피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지만 그의 그런 다짐이 부질없다는 것을, 조와 비디가 누구보다도 잘 알지 않았을까. 미스 해비셤이 후원자이고 사랑하는 에스텔라의 짝으로 자신을 점찍었다고 철썩같이 믿는 핍 앞에 드러난 진짜 후원자의 정체!
이 후원자가 등장하면서 핍은 이제야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 덕분에 이 자리에 와 있고, 사실은 자신이 어떤 그릇의 사람인지 깨달은 핍은 이제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기 위해 움직인다. 여기에 성장소설로서의 요소가 엿보인다. 배은망덕하고 흥청망청 돈을 쓰며 향락의 길로 접어들었던 핍이 자신이 받은 진정한 유산은 돈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진짜 '신사'로 거듭나는 것.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용서와 이해, 화해의 순간들이었다.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찰스 디킨스는, 독자로 하여금 이 [위대한 유산]에서 출생의 비밀, 사랑과 우정, 성공과 야망, 범죄 등 흥미로운 소재 속에서 핍의 성장을 지켜보도록 유도한다. 그리하여 인생 속에서 참다운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신사 혹은 숙녀로 살아가는 길인지 가이드를 제시하는 듯 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핍의 행보는 뜻깊었지만 한 가지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은 비디에 대한 감정이었다. 미스 해비셤의 도구로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에스텔라를 여전히 잊지 못하면서, 이제 자신은 새사람으로 거듭났으니 비디와 결혼하여 겸손한 삶을 살아보리라-는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온 발상인 것인가! 비디가 오매불망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비디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핍의 오만함을 보면서 아직 더 커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핍의 인생에 일어났던 한 편의 영화같은 기적. 그 기적을 통해 우리 각자가 발견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필요에 따라 '과거'를 잊기도, 잊어서는 안되기도 하다는 것이다. 미스 해비셤처럼 과거의 그늘에 사로잡혀 현재와 미래까지 포기하지도 말고, 핍처럼 바로 눈앞에서 반짝거리는 것들로 인해 소중한 과거를 잊어서도 안된다는 것. 우리는 모두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존재들이지만,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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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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