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맘 속의 무지개

분홍쟁이
- 작성일
- 2021.7.15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 글쓴이
- 쯔진천 저
한스미디어
중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라 불린다는 쯔진천 작가를 처음 알게 해 준 작품은 역시 [동트기 힘든 긴 밤]. 중국소설을 잘 읽지 않고 별로 선호하는 편도 아니지만 이 작품을 읽은 뒤 쯔진천 작가의 책은 챙겨보게 되었다. [동트기 힘든 긴 밤]을 비롯해 지금까지 읽은 총 세권의 그의 작품은 모두 암울하고 안타까운 내용들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는 유쾌하기 그지없다! 작정하고 썼는지 '강도단이 부패 공무원 추적 수사에 끼어들다'라는 컨셉도 그렇고, 심각한 상황인데도 영 심각함을 느끼지 못하겠는 대사들에 계속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른 작품에서라면 심각하게 흘러갈 수 있는 사태인데도 위기감이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하필 경찰이 부상당하는 부위도 엉덩이. 엉덩이를 무시할 건 아니지만, 생각해보라! 엉덩이에 붕대를 감고 있는 그 모습을!
보석점 같은 건물보다는 사람을 털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2인조 강도 팡차오와 류즈. 사람 중에서도 강도를 당해도 절대 신고 못할 부패 공무원을 고르기로 결심한다. 그런 그들이 끼어든 사건은 장이앙이 수사하고 있는 예젠 살인사건. 본래 저우웨이둥의 행동대장이라 알려진 저우룽을 조사하기 위해 싼장커우 부국장으로 보내졌지만 예전 부국장이었던 루정의 실종 등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에 얽히게 된다. 으엄청 예리한 수사감각을 가진 것 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영 못나지도 않은 듯한 장이앙과 경찰동료들의 사건해결기!
이 작품에도 반전이 존재하는데 독자를 충격으로 몰아가는 반전이 아니라 엉뚱한 반전이라고 할까. 가령 예를 들자면.
여자 키는 160에서 163센티미터, 균형 잡힌 몸매에 체중은 50킬로그램 미만, 피부는 약간 까무잡잡하고 평소 옷차림은 깔끔하고 단정해. 걸음은 빠른 편이고, 목소리는 낮고 거칠거야.
p48
용의자가 도망간 현장에서 상황을 분석한 장이앙이 차분하게 용의자의 용모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런 장면을 접하면 '오잉? 실력 좀 있는데?'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그 뒤 등장하는 대사에 또 푸핫 웃음이 터졌다. 남자의 용모에 대해 부하들이 물어보자, 남자는 모른다며, 여자에 대해서는 어젯밤 보지 않았냐며 대꾸하는데, 대부분의 대사가 이런 식으로 엉뚱함으로 무장되어 있다. 심각한 분위기의 작품만 선보였던 작가가 '이번에는 제대로 웃겨주겠어!'라고 마음 먹은 듯한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소 뒷걸음질치다 생쥐 잡은 격'의 성공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것도 다 장이앙의 복이렷다. 경찰로서의 감각과 열정은 그 누구에도 뒤처지지 않는 듯. 이런 종류의 웃음을 좋아하는 편이라 장이앙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로 계획되어도 즐거울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 스릴러가 아니라 코메디로 분류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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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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