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체험기
짱가
- 작성일
- 2021.7.27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글쓴이
- 김누리 저
해냄
책에 대해서 간략히 말해보고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서 써봐야겠다. 김누리 교수의 글은 처음 읽었는데, 이백 페이지 조금 넘는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대학에서 한 학기 강의를 들은 듯한 느낌이다. 배운 점도 많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으며, 기존에 어렴풋이 알던 지식에 튼튼한 논리와 근거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물론, 독일에 과한 칭찬과 한국을 헬조선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90%는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일깨워준다는 관점에서는 그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 내가 느끼는 행복지수는 70~80점 정도 된다. 100점 만점으로 보면 꽤 높은 점수다. 나는 지금의 나와 내가 누리는 현재의 삶이 만족스러운 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경제적으로 나는 인생 전체에 있어서 지금이 가장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시기이다. 부자는 아니지만, 불편하거나 쪼들리지는 않는다. 애당초 돈을 쓰는 것에 즐거움을 크게 느끼는 편은 아니다. 미래가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좀 아끼고 저축하면 노후에도 곤궁할 정도는 아니리라고 예상한다.
어렸을 때는 매우 가난하게 살았다. 그때는 마음도 가난했다. 생각이 좁고 편협했으며, 아는 것도 적었다. 경제적 궁핍은 아무리 삶에 달관한 성인에게조차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하지만, 최악의 가난을 벗어날 정도의 수준이 되면, 그다음에는 돈 이외의 것이 나의 행복을 결정한다고 느낀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다 담지 말라는 투자의 격언이 있는 것처럼, 인생에 있어서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여럿을 가져야 한다. 하나에 치우치지 말고 저글링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깨달음이 늘어가다 보면, 나 혼자 잘 되는 것보다 내 주변,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 모두가 잘 되는 게 나의 행복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 형편이 된다면,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고 믿는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지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도 된다. 경제적 이익과 여가, 육체적 안락함을 모두 포기하며 사회적 정의로움에 앞장설 정도는 안되지만, 조금 돌아가거나 내가 가진 것을 나눠서 세상을 바꾸는데 힘을 보태고 싶은 생각을 한다. 이게 내가 행복을 위해 저글링 하는 여러 공 중 하나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일을 하지만, 과도하게 몰입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직업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는 직장에 올인하는 것은 불행할 확률이 높은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은 내가 힘들 때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너무 기대거나 가까워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직업이나 가족, 친구는 나를 채워주기도 하고, 반대로 나를 소모시키기도 한다. 독서와 사색, 글쓰기는 이와는 다른 종류의 만족감을 준다. 정신적 활동의 즐거움도 내가 삶에서 저글링 하는 공 중 하나다.
한국은 시민들의 평화적인 촛불시위로 대통령을 교체했다. 세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민주주의 모범사례다.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의 2019년 발표에 따르면,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불 이상, 인구 5천만 이상) 선진국 중 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이 1등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OECD 국가 중 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수준은 꼴찌다. 자살률, 빈부의 격차, 노인 빈곤율, 근로시간 등 불행을 나타내는 수치들은 죄다 1등이다. 한국 사회에서 내가 느끼는 약간의 행복감은 어쩌다 운이 좋아 얻게 된 확률이 높지 않은 행운에 가깝다.
이와는 달리 독일은 민주주의 사회이면서 사람들도 대체로 행복한 것 같다. 독일을 보면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 그 사회의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라고 느꼈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남자나 여자나, 장애의 여부나 나이의 많고 적음과 상관이 없다. 인간 존엄에 대한 불가침 정신은 모든 권위와 압제와 차별을 거부하는 바탕이 된다. 사람을 소중히 하는 사회가 개인의 빈곤을, 소외된 자의 고통을, 소수자의 다양한 소리를 외면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내가 그려보는 좋은 사회는 사람이 먼저인 민주주의 사회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들의 연합체다. 개개인이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않으면, 부분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는 달성할 수 있으나, 공동체의 구성원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 사회는 요원하다. 독재를 타도하기 위해 싸웠던 우리 자신의 내면에 권위주의와 비민주성이 스며들지 않았나 돌아봐야 한다. 가정 안에서의 민주주의자가 진정한 민주주의자라는 말이 있듯,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