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서평

alstudskfk
- 작성일
- 2021.8.1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 글쓴이
- 김은주 글/워리 라인스 그림
허밍버드
고백한다.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라는 제목과 셀프가드닝이라고 적힌 문구 때문에 나는 내가 식물을 키우면서 나의 마음을 도닥이는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식물로 치환할 생각을 하지 못했어서 책을 받아들고 잠시 당황했다. 그렇지만 요즘 신경쓰이는 일도 많이 발생하고 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를 못하고 있었던 찰나라서 기분 좋게 읽기 시작했다. 에세이답게 술술 읽혔고, 귀여운 그림과 책 내용과 함께 셀프가드닝 코너가 있어서 오랜 시간을 들여 충분히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는 총 7가지의 스텝으로 이루어져있다. 가드닝에 초점을 맞추어 씨를 뿌리고 적당히 물을 주고, 시든 잎은 잘라내고 나비와 벌을 기다리고, 미세먼지를 닦는 등 화분을 사면 내가 그 화분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의 과정을 '나'에게 향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가 생소하고 충격처럼 다가오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많은 나에 대해 이야기 하는 에세이에서 다루었던 내용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독특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가드닝 과정에 나를 편입시켰다는 점이다.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떠들어대지만 실제로 나 자신을 아는 방법은 쉽지 않다. 수많은 책과 심리 상담을 받아보면서,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를 알아간다고 생각하지만 매일 바뀌기 마련이다. 그런 시간들을 가드닝에 치환해서 나 자신을 향해 걸어가는 길을 통일성있게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꽤나 만족스럽다.
더욱이 살면서 화분을 안 길러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혹은 주변에서 한 번쯤 화분 관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가드닝 과정이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고 따라가기에 쉬웠다. 그리고 앞서 말했다시피 나에게로 가는 길을 명확히 셀프가드닝이라고 표현해줌으로써 여러가지 생각하지 않고 천천히 나를 식물을 바라보듯 사랑을 줄 수 있었다. 공감가는 문장들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의 상황을 좀 더 명확히 바라보고 내 자존감과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자라길 바라는 지 되새김질할 수 있었다.
심리와 관련된 에세이는 가끔 강요스러운 느낌으로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데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는 셀프가드닝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그저 상황만을 제시해줄 뿐이고,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직접 내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쉬어가는 코너가 중간 중간에 배치되어 있어서 에세이에 공감을 하는 것은 둘째치고 에세이와 함께 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귀여운 그림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은, 내용의 묵직함과는 별개로 가독성이 무척 좋았다. 물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어내려갈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인데 그럼에도 가독성이 좋아서 느린 속도에 발을 맞춰 끝까지 읽는 게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문장들은 정말 다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다. 에세이는 대체로 그렇듯이 실천의지가 생기지 않아 항상 공감하면서 끝날 수 있는데 나를 토닥여주기까지 하니 읽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운지, 고맙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너무 많아서 다 소개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나 자신에 대한 시간을 가져보길 원하지만 어떤 식으로 가져야 할지, 방향성이 맞는 것인지 헷갈릴 때 이 책을 꺼내서 하나씩 스텝을 밟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나 자신을 알고 다독여주면서 계획적이지 못하고 낭비하는 시간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아서 더욱 좋다. 최근 잡다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데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즐거웠다. 일단, 한 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달까.
이번 주말에는 내 방 정리를 해야겠다. 나만의 공간을 좀 더 명확히 만들고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지. 그리고 하나씩 이 책과 함께 다시 한 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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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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