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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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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피라네시
글쓴이
수재나 클라크 저
흐름출판
평균
별점9.1 (39)
버니

처음에는 헷갈리고 당황스러웠다.

거대하고 아름다우며 광대한 배경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찰랑거리는 바닷물에 반쯤은 잠긴 성 같은곳에 대한 묘사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한참을 되짚어 보았다. 

'앨버트로스가 남서쪽 홀에 온 해'라고 표기하는 일기글 형식의 날짜 표기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아 한참을 메모하며 따라가느라 처음에는 무엇이 중요한것이고 어디에 무게를 두어야할지 갈팡질팡하며 그의 일기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그런데 그의 일기를 따라가다보니 그것들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헤매던것과 다르게 페이지는 순식간에 넘어갔고, 피라네시의 이야기속으로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어갔다. 제각기 다른 형태를 띄고 있는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큰 조각상이 홀마다 가득한 이곳, 때론 조수가 밀려들어와 흠뻑 젖기도 하지만 높은 단으로 이루어진 계단을 오르내리며 떠다니는 구름도 만나고, 날아다니는 각종 새들과 인사도 하며, 때론 낚시를 통해 물고기도 잡아먹는 이곳은 피라네시에게 안식과 편안함을 주는 '영원한 집'이었다.



 



세상이 존재한 이래 열다섯명만이 존재하는 이곳! 살아있는 자 2명과 죽은 자 13명이 함께 지내는 이곳은 나에겐 '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미궁'이다. 끝도 알수 없는 수많은 홀들을 매일 구경하고 탐험하면서 '나'는 홀 곳곳의 조각상의 형태와 갯수, 그리고 배치등을 기록하고, 조수의 특징과 주변곳곳을 변화등을 꼼꼼이 기록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거의 모든날들을 혼자 지내다가 또다른 살아있는 '나머지 사람'을 만나는 날이 있는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이 바로 그날이다. 때론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질때도 있고, 어떤날은 그가 요청하는것들을 조사해주기도 하고, 또 어떤날은 나에게 필요한 물자를 지원받기도 하며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내가 유일하게 믿고 있는 나의 친구다.



 



이렇듯 안온하고 평화로운 삶을 이어가던 피라네시는 '16'이 나타나며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나머지 사람'은 '16'이 피라네시를 죽이고 이 세계를 무너뜨릴것이라고 경고한다. 그즈음 피라네시는 미로같은 홀에서 '16'이라 추측되는 사람과 더불어 새로운 사람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홀 곳곳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누군가가 남긴 메모와 찢어진 종이조각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믿고 있던 세상은 무엇이고 '나머지 사람'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피라네시의 기록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미궁의 비밀과 또 다른 세상, 그리고 그들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미스터리하고 환상적인 미궁속을 피라네시의 기록들을 따라 거닐다보면 잔잔한 파도소리와 고요한 정취, 그리고 새들의 펄럭이는 날개짓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하다. 꿈같은 상상속을 그렇게 거닐다보며 끝도 보이지 않는 홀들에 취해 멍하니 서있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거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조각상들을 바라보며 관찰하고 있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간들을 거닐면서도 외롭다거나 두려움이라는 감정들보다는 감사함과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들이치는 조수를 높은 계단이나 조각상에 올라앉아 바라보는 장면을 서술한 부분에서는 마치 3D 영상으로 보는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큰 욕심없이 자연이 주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감사하며 미궁에서 살았던 '피라네시'



 



일기의 날짜를 '앨버트로스가 남서쪽 홀에 온 해'로 표기한것처럼 해와 달, 자연의 형상으로 기록물을 남길만큼 그 자체에 동화되어 살았던 그가 어쩌다 6년동안 그곳에 갇혀 살게 된것인지, 자신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그외 기억들을 잃고 왜 홀로 그곳에서 그토록 순수한 상태로 살게 된것인지, 진실을 찾는 여정에 가까워질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더욱 더 빨라질것이다.



 



처음에는 축축하고 눅눅함이 느껴져 어딘가 스산하게만 보였던 그 '집'이 모든 진실을 찾은뒤에는 고요하고 평화롭게만 다가온다. 수많은 사람과 세상속에서 지쳤을때, 문득 찾고 싶은 혹은 찾게 되는 공간! 아무도 없는 공허하고 거대한 그 미궁은 홀로 있어 외로운곳이 아닌, '혼자'여서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이 된다.



 



그런데 이 세계를 발견한 이는 이 공간을 '지류세상'이라 말한다.



 



=====

오래 머무를 수는 없네. 이곳에 머무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말이야. 기억 상실, 철저한 신경 쇠약 기타 등등.



134페이지 中

=====



 



 



그 '집'을 미궁이라고 말하는 그(케털리)에게 '나'는 질문한다.



 



=====

"왜 미궁이라고 묘사했다고 보시나요?"

(...)

"우주처럼 장대한 비전이겠지. 실존의 공포와 뒤엉킨 영광의 상징. 아무도 살아나올 수 없는곳"



252페이지 中

=====



 



그 곳에 들어가려면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상태로 의식을 되돌려야 하고 그 곳에 오래 머무르면 현재의 자아를 잃고 어린아이처럼 변한다고 말하는 그 곳!

미궁.. 아니 '영원의 집'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비록 기억을 잃고 순수한 상태로 자연을 벗삼아 살기는 했지만, 나는 그 '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

나는 집이 사랑하는 자녀다.



233페이지 中

=====



 



=====

방이 많은 어떤 집에 있었어요. 바닷물이 쓸려 다니는 집이죠. 가끔은 바닷물이 저를 덮치기도 했지만, 저는 매번 구원됐습니다.



329페이지 中

=====



 



누군가에게는 살아 돌아올 수 없는, 자아를 잃어버리는 곳이라고 평하는 그 곳이 나에게는 사랑하는 보금자리였고, 나를 보살펴주는 어버이였으며, 구원의 장소였다.



 



광활하고 단조로운 수많은 방을 보유한 홀로 이루어진 공간이 어느새 화려한 색을 입힌 마법같은 공간으로 변화하는것을 '피라네시'를 읽는 동안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나처럼 '어린왕자'를 떠올리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피라네시'가 방 곳곳을 탐험하는 동안 그를 따라 현실인지 가상의 공간인지 판별할 수 없는 판타지 속 곳곳을 여행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판타지 동화나 SF영화에서 볼법한 환상의 공간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피라네시를 만나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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