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들

책읽는엄마곰
- 작성일
- 2022.2.4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 글쓴이
- 한민 저
부키
자신들이 아는 범위 안에서 머무르는 한,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도 자아의 확장도 요원한 일일 겁니다. 벽 밖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은 무작정 나를 죽이려는 존재가 아니며 그들과 함께 얼마든지 어울려 지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찾게 되는 날이 있을까요. (p.345)
이 문단으로 리뷰를 시작함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며 늘 단절, 철벽 등의 단어를 느껴왔는데 그것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 심리적, 민족적, 문화적 등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알 수 없는 안타까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문단을 읽은 후에야 '선을 긋는 일본인'이라는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작년, 한 책을 읽고 “우리 깊숙이 들어있는 공통의 감정 중, 반일 혹은 혐일 감정은 아마 그리 낯선 일이 아닐 것이다. -@책과함께 #한국과일본은왜 의 리뷰 참조-” 라고 썼다. 리뷰 끝에 “이 한 권으로 모두의 사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듯, 지금도 한국과 일본은 평행선을 걷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과거에는 미움으로 등 돌린 평행선이었다면, 요즘은 너는 너, 나는 나. 같은 느낌이랄까. 일본의 참혹함을 겪은 세대들이 팔순이 되어 미움도 사그라든 것인지, 우리나라의 분골쇄신 덕분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과거의 미움보다는 새로운 무엇인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자리에 채워야 할 것은 묵은 감정이 아니라, 올바른 마침표와 선한 경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 지피지기를 제대로 실천한 책이다. 이 책에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가득 들어있다. 그러나 그것이 “비교”가 아니라, “이해” 관점이다. 특히나 좋았던 점은, 단순한 현상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대중심리, 민족심리 등을 반영하여 그것이 끼치는 영향과 결과를 자세히 분석해냈다. 단순히 '먹방의 나라'와 '야동의 나라'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떠한 심리에서, 어떤 욕구에서 기인했는지를 제대로 풀어냈다는 뜻이다.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피드백하며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는 것.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사회적 교류의 방법입니다. 각자의 영역에 선을 긋고 그 안으로 침범하는 것을 꺼리는 일본인들과는 다른 방식이죠. (p.25)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상대방을 위한 또 다른 모습을 내세우는 일본인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비교적)솔직하게 드러내는 한국인. 이러한 차이는 한국과 일본의 '나와 타인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p.107)
한국과 일본을 이야기하는 책 중,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 가장 쉽다는 생각을 했다. 문화와 유행, 그 요소들이 일상적이어서였을까. 재미있게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가 정신을 차릴 때쯤 되면, 냉철한 어퍼컷 한 방에 얼얼해진다. 이런 사람들이 강의하면 일타강사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재미있는 주제를 미끼로 던지고, 핵심으로 낚아채는 기술이라니.
그야말로 백전백승의 문장력이다.
작가가 이 책이 무심히 보아온 문화적 요소들에 숨어 있는 두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회. (p.99)가 되기를 바랐듯,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꽤 감정적이었고, 그들을 다소 곡해해왔음을 깨달았다. 물론 모든 독자의 깨달음은 다를 테고, 때때로 어떤 사례는 들은 불편할지도 모른다. 작가 역시 “뭔가를 이해한다는 것이 그것이 '옳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거나 나도 그것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문화가 옳고 무엇을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달려있습니다. (p.189)”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차이를 아는 것 아닐까. 너와 내가 근본적으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 아닐까. 그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그 가치를 다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일 문화의 맥을, 심리적 차이를 정확하게 짚어낸 책이다.
'지피지기'는 작가가 도와주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백전불패'를 할지, '이해와 발전'일지 결정하는 것 역시 각자 몫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나아감을 위해 후자인 편이 좋겠지만 말이다.
훌륭한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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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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