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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步
- 작성일
- 2022.2.7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글쓴이
- 김영민 저
어크로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타인과 얘기할 때 정치와 종교에 관한 이야기는 피하려고 한다. 설사 친구나 가족이라 할지라도 정치나 종교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을 붉히기 일쑤이다. 온화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는 사람도 그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쉽게 자신의 생각을 양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에서 정치와 종교를 빼놓고 살아가기란 어렵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또한 각자 생각이 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의 문제이며 정치는 그에 대한 응답’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영민 교수이다. [공부란 무엇인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이란 저서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그가 이번에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란 부제가 붙은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란 책으로 찾아왔다.
그는 인간은 싫든 좋든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타인과 더불어 사는데 정치가 있고 욕심과 질투와 배척을 넘어서 타인과 공존을 모색하는데서 정치는 시작된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고 정치는 바로 그런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삶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산다는 것은 고단함을 집요하게 견디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의 삶이 쉬울 거라고 함부로 예단하지 않는 것이 사람에 대한 예의라며, 이처럼 당연해 보이는 것이 더 이상 당연해 보이지 않을 때 정치가 시작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의 시작과 끝, 정치의 필요성, 권력, 국가, 선거, 대의정치, 정치 리더십 등 우리가 흔히 싸잡아 정치라 부르는 것들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꿈·사랑·신 등 모든 것이 허구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그런 허구를 통해 하루를 살아가고 삶을 지탱하고 있다. 국민주권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민주권이란 허구로 인해 대의정치가 유지되고 이런 허구들이 있기에 인간의 삶이 지탱된다는 것이다. 즉, ‘허구는 삶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 허구와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허구를 믿고 즐겨야 하지만 사실로 혼동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욕망과 목표가 있는 곳에 권력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정치는 파워를 지향하고, 파워는 소프트파워를 지향하고, 소프트파워는 ‘생각 없음’을 지향‘한다. 사람들은 제정신이 돌아온 다음 ‘생각 없음’을 두고 자신을 설득하기 시작하고, 그것에 대한 정당화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또한 우리는 정치가 우리의 삶과 거리가 멀고, 정치인이란 마치 외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야유하고 냉소를 보낸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정치적 논의 - 허구를 사실로 혼돈하고, ‘생각 없음’을 지향하고, 야유와 냉소를 보내는 것 등 -를 다룸으로써 정치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다시 말해 정치는 어디에나 있고, 우리가 사는 삶 그 자체가 정치임을 알려주고 있다.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정의하고, 정치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그러기위해서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정치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저자는 현실 정치의 폐해나 아쉬움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생각하는 시민이 되어줄 것을 주문한다. 권력은 항상 ‘생각 없음’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사회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다. 저자는 ‘여기에 쉽고 확실한 답은 없다. 오히려 쉬운 답이 있는 것처럼, 자기는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 일시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 그러기에 다음 세대만큼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양질의 선택지를 마련해 주려는 사람 말을 경청해야 한다. 우리 자신에게 좋은 선택지는 아마 이미 소진되어버렸음을 인정하면서’라고 말한다. 모든 대안은 그 나름의 부작용이 있다는 걸 그리고 일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것을 감안하고 있는 사람 말을 경청하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을 두고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다가오는 선거로 인해 유난히도 시끄럽다. 우리가 싸잡아 부르는 정치/정치인만이 난무한다. 그래서인지 ‘특정 정치인에 대해 열광하는 마음은 식고 정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마음이 뜨거워지길’ 바란다는 저자의 말이 유난히도 마음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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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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