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리뷰

나나
- 작성일
- 2022.3.2
[eBook] 웹소설의 신
- 글쓴이
- 이낙준(한산이가) 저
비단숲
웹소설 작법서라면 자고로 이래야 한다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웹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웹소설로 보여주는 건 지극히 웹소설 작가다운 방식 아닌가. 일반적인 작법서와 다른 방식에 놀라기가 무섭게 원투 펀치가 정신없이 들어온다. 뼈를 맞아가며 배운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신의 팩폭은 거침이 없고 ‘나’의 고집과 고민은 여러 지망생들의 자화상과 같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에 홀린 듯이 페이지가 넘어간다. 말맛 나는 대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저 즐거울 뿐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말맛의 재미는 떨어지긴 하는데 배울 게 계속 이어지므로 별 지장은 없다. 게다가 그 시점엔 이미 주인공들과 정이 든 상태이므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무난하게 달려갈 수 있다. ‘주인공과 정이 든 상태이기에’ 같은 말은 책 속에서 배운 것이다. 큭큭 웃기만 한 게 아니라 배우기도 열심히 배웠다. 3500화가 넘는 웹소설을 쓴 경험치가 있는 데다, 남들은 어렵다는 일일 연재를 동시에 진행하는가 하면 하루에 세 개, 네 개씩 소설을 써내는 작가에게 언제 또 비법을 전수받아보겠나.
웹소설 제목은 어그로가 필수라며 제목부터 몸소 보여주고 있는 작가였다. 신뢰감을 느꼈다. 저자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책 속의 신이 ‘한산이가’라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다이내믹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였다. 저자는 웹소설 신의 입을 빌려 자신을 칭찬하거나 평가하거나 자신의 실패작을 두둔하거나 다시 구상해 보기도 하는데, 그 모든 과정이 웹소설 작가가 되려는 ‘나’의 시행착오와 닮은 구석이 있어서 뜻밖의 재미를 줬다. 그러니까 뼈 맞고 옆구리 짚는 게 ‘나’만이 아니란 말이었다. 후광을 번쩍거리며 가르침을 하사하는 신의 뒤에 있는 누군가도 옆구리를 짚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옆구리 짚고, 잠깐 눈물 좀 하고 눈 밑을 훔치며 쓰도 또 쓰고, 어쩌면 처음부터 다시 쓰기도 하는 것.
작가란 결국 비슷한 문양을 그려가는 존재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는 방식은 모두가 알고 있고, 그걸 얼마나 크게, 또렷하게, 깊이, 오래 그려가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인 것 같다.
책 속에는 총 40개의 주제로 웹소설을 쓸 때 필요한 정보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제목 짓기나 빌런 디자인 같은 기초 부분부터 연재 방식이나 투베 공백기 줄이기 등의 실전 편까지. 신의 가르침을 받아 웹소설을 쓰고, 비축분을 쌓다가 연재를 시작하고 다시 쓰게 되는 ‘나’를 보며 몸소 체험하는 기분으로 배울 수 있다.
현대 판타지 작가가 쓴 작법서이다 보니 책에 내용도 그에 한정되어 있다. 연재 방식에 관한 조언도 문피아에 맞춘 것이어서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먼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가 쓰려는 장르에 대해서 자꾸 돌아보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이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더하여 이런 스타일의 작법서가 장르마다 나와도 좋겠다는 즐거운 상상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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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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