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로운리뷰

더오드
- 작성일
- 2022.6.29
깨어있는 부모
- 글쓴이
- 셰팔리 차바리 저
나무의마음
깨어있는 부모
- 내 안의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 셰팔리 차바리 지음
나는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 궁금했다.
다들 우아하게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아이의 행동을 참아내지 못하는지. 패배감과 좌절감이 깃든 육아를 하는지.
내가 문젠가?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나지 않으세요?
때론 놀이터 건너편에서 빈 유모차를 세워두고 천방지축으로 뛰노는 아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엄마에게 가서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대답은 아주 느리게 찾아왔다. 세상에는 아이에 관한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고, 전문가가 있었고, 책도 있었다. 거긴 내게 딱 맞는 답은 없었다. 어쩌면 엄마의 내적기질이라고 치부되고 말거나 끝이 안보이는 산후우울증처럼 단편적인 대답에 그쳤다. 그러한 대답으로는 부족했고, 나는 여전히 궁금했다.
<깨어있는 부모>는 어쩌면 진부한 제목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육아, 부모교육, 양육자의 심리, 프로이트까지 아우르는 이 책은 부모님과의 관계가 힘든 이에게도 적합하다. 이 책을 읽으며 붙인 인덱스들이 책을 다 읽었을 즈음에는 꽃갈피처럼 빼곡했다. <깨어있는 부모>의 표지에 튤립이 만개하듯, 꽃갈피를 만들어가며 책을 읽었다. 왜냐하면 내가 늘 궁금해 하던 답이 책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요구에 마음이 찢기고 부서지고 뒤틀리는 느낌이 들어도, 남들의 평가가 두려워 숨기고 만다. 결국 우리는 대부분 혼자라고 느끼며 부모의 길을 걷는다. 이따금 아이를 낳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완벽이라는 틀 너머로 손을 뻗으면 다른 부모와 동질감을 느끼고, 자신의 감정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다분히 인간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p180
아이들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돌발행동을 하거나, 두 아이가 심한 장난을 칠 때는 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렇게 행동하는 아이들을 보며 사람들은 엄마인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엄마가 집에서 어떻게 키웠으면, 애들이 나와서 저럴까. 하는 말없는 시선들을 느끼며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건 아동기 남자아이들의 당연한 기질인데도, 그 행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전전긍긍 했다.
나는 남들의 평가에 아주 기민한 사람이었다. 우수한 성적을 받아도 티나게 칭찬하지 않는 부모님의 태도에 나는 내 스스로의 성취감보다 다른 이들의 인정을 더욱 갈급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무의식중에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렇게 하면 아빠가 정말 좋아하시겠네.” “의젓하게 앉아서 진료를 보면 의사 쌤이 칭찬하시겠는걸?” 아이가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북돋는게 아닌 결과에 대한 타인의 반응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것이 아이 스스로 쌓아올릴 단단한 자존감을 와해시키는 것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아이의 느린 아동발달에 대해 상담하러 갔던 곳에서 첫 면전에 의사가 한 말은 잊히지가 않는다. 그 말은 나의 정곡을 찔렀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진료실에 들어와 하는 행동을 말없이 쭉 지켜보던 의사. 내가 아이에게 건네는 말에는 '엄마'라는 주체가 없다고 말했다. 엄마의 역할이 들어가야하는 자리에 '엄마'가 언급되지 않네요. 왜 육아에서 자기 자신을 배제하세요?
그 말은 내재된 무의식을 건드렸는지, 속으로 발끈하는 동시에 그마저도 나를 향한 질타라 생각해 처음보는 의사선생님 앞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눈물을 줄줄 흘렸었다. 나는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육아가 벅찼고, 아이들의 행동을 감당해내지 못했다. 완벽한 불협화음에 기쁨보다는 좌절감과 낙오감이 더 컸던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부모가 되는 것보다 정서적으로 더 예민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삶의 여정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아이가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할 때마다 우리는 정신적 성장의 기회를 얻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가 된다는 건 우리의 정서적 그림자에 환한 조명을 비춤으로써 우리 내면의 민감한 반응을 다스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물하기 때문이다. p97, 98
나는 두 아이를 키우며 내가 얼마나 타인의 시선을 중심에 두고 생활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좋은 엄마여야하고, 우리 아이들은 침착하고, 올바르며, 예절있게 행동하고 밖에서 말썽을 피우지 않는 좋은 아이들이어야 해. 그건 내가 바라는 이상을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 투사한 것이고, 그 근저에는 나의 무의식이 기반하고 있다는 것. 책에서는 ‘에고’ 라는 말로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는 어떤 식으로든 어렸을 때 느꼈던 것과 똑같은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그런 상황을 자초하든, 그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든 피할 도리가 없다. 무의식에 남아 있던 어린 시절의 감정은 의식으로 통합되지 않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것은 우리 아이들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그러니 아이가 부모의 무의식을 비춰주는 것은 귀중한 선물과도 같은 일이다. 아이는 부모가 무의식에 빠지는 바로 그 순간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면 우리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어렸을 때 길들여진 방식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을 기회를 얻게 된다. p37
내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는 에고를 깨닫고 바라보는 것. 거기서 벗어나는 것. 아이의 행동에 감정을 덧씌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 편협한 에고의 욕구에서 벗어나 일관된 태도로 아이를 대할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깨어있는 부모>다.
달리 말하면 부모는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도전이라고 여기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처리해야할 사명이 있다. 바로 부모 스스로 최대한 깨어있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양육의 기반이 된다. 이것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은 부모의 생각이나 기대, 지배나 통제가 필요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단지 깨어있는 상태로 아이들에게 적절히 대응하기만 하면 된다. p28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지침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들은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이다. 그래서 책을 다시 몇 번이고 보지 않고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책에서 배운대로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책을 덮는 순간 적어도 한뼘 정도는 달라지리라. (우리가 육아서를 읽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아닌가)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아이의 유머를 즐겁게 받아주며 아이와 함께 웃는게 중요하다. 또한 매일 아이가 자기 자신이나 부모에 대해서 뭔가를 알려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밤이 오고 잘 시간이 되면 그 시간을 성스럽게 만들어 보자. 아이가 원한다면 당신 품에 안겨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게 해주자. 그러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행복한 의식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p222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조치는 무언가를 사주는 대신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장난감을 사주는 대신 아이를 동물원에 데려가는 식이다. 비디오 게임을 하나 사주는 대신 자전거를 함께 타러 나간다. p236
방이나, 옷, 머리 모양 같은 부분을 결정할 때는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다. 아이가 자기 내면 세계를 어떻게 드러낼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p239
부모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홀로 조용히 내면과 교감하며, 매일 먹는 음식과 운동 그리고 겉모습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등을 통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전부 아이에게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도록 가르치는 방법이다. p262
한주 내내 <깨어있는 부모>를 읽으며 무수한 끄덕임과 입술을 깨물며 반성하는 타임이 핑퐁처럼 오갔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내가 가야하는 방향은 나의 무의식 속이 아닌, 현재에, 아이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임을 깨달았다. 작가의 철학을 담은 질문들이 책 안에 빼곡하다. 그 질문을 하나씩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깨어있음의 첫 시작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계속해 나에게 물었다. 내가 그때 그렇게 한 이유는? (대부분은 타인의 평가와 내 감정에 의한 것들이었지.)
책 속의 갈무리한 문장들을 노트에 하나씩 적어가며 마음에 새겨본다. 마음공부와 심리학을 접한 저자의 통찰은 비단 아이를 키우는 부모만이 아니라, 현재 삶에 충실하고픈 누구에게라도 꽃같은 조언이 되리라.
부모가 아이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이 정서적인 안정감, 인정과 안전이라면, 아이가 부모 인생에 초대받은 이유는 오직 아이만이 가르쳐줄 수 있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충실한 자세로, 진심을 다해서, 즐겁고 자발적으로 인생을 대하는 법이다.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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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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