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들

책읽는엄마곰
- 작성일
- 2022.8.20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 글쓴이
- 김진명 저
이타북스
아버지의 주머니에는 미술 도구값은커녕 일 원짜리 동전 한 닢도 없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그 믹서 또한 당신이 집을 비울 긴 세월, 가난할 수밖에 없는 아내가 괄시받지 않도록 남기고 간 배려였던 것이었다. (p.13)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하고(?), 심지어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도 '읽은 책' 목록을 작성할 때 꽤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김진명'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살수' 등 요샛말로 저절로 '국뽕'이 되는 책들이 수두룩하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사실 내가 역사서를 좋아하게 된 까닭에도 그가 한몫했다. '황태자비납치사건'을 읽고 부들부들 떨며 이게 진짜인지, 몇 퍼센트나 진짜인지 묻는 내게 아빠는 “네가 역사책에서 찾아보는 게 더 재미있을걸?”하고 대답해주셨다. 그래서 역사서들을 찾아 읽었고, 읽다 보니 재미있어졌다. 출간된 그의 책을 모두 다 읽었다는 것은 그의 소설을 읽고, 역사서에서 그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여전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그의 에세이라니. 그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가득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꽤 많은 것을 얻는 나도 생각 부자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소탈한 인간적인 면모와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던 강단과 소신을 모두 만날 수 있었는데 역시나 마음에 크게 남은 것은 독서를 대하는 그의 자세와 역사적 의식에 대한 소신이었다. '역사 속 이야기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묶인 부분을 읽으며 내가 느낀 것은, 내가 그의 책을 처음 읽을 때보다는 많은 이야기에 대해 내 생각을 가지게 되긴 하였으나, 그런데도 여전히 배우고 알아야 할 것이 많단 것이었다. 국·영·수에 밀려 역사가 찬밥신세가 되는 것이, 미래를 두고 볼 때 정말 괜찮은 것인지를 다시 고민하게 했다. 또 아이와의 역사 공부 계속 부지런히 해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있다는 것도 되새겼다.
무언가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하는 것이 맞다. 다른 어떤 계산도 해서는 안 된다. (p.40)
세상에는 공부 잘하는 길 외에도 다른 길이 얼마든지 있다 생각했던 내가 삐삐에게 권해본 게 타인과의 소통이었다. 긴긴 세월 남과 소통하며 살아온 삐삐의 내면에는 실제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어떤 세계가 생겼을 것으로 생각한다. (p.58)
스스로 절실한 노력 없이 남들이 알아서 대접해 주기를, 우리를 대신해 외국의 학자들이 오롯이 밝혀내어 공정히 알려주기를 기대하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무엇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p.203)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숙제를 무사히 마치면 상으로 받는 이야기 한 토막이 바로 과거니까. (p.263)” 충실하게 하루를 살아야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그의 가르침을 다이어리에 옮겨적으며 생각해본다. 우리의 오늘도, 우리나라의 오늘도 충실히 살아내야 한다고. 나의 과거도, 나라의 과거도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으니 말이다. 물론 그 하루하루가 영광의 순간일 수는 없다. 책 제목처럼, 때로는 우리의 하루가 불행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불행도 충실히 살아내야 조금 더 깊어지고, 조금 더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소설을 읽은 후처럼 마음이 묵직하다. 그는 무겁지 않은 문장과 이야기를 주었는데, 내 마음이 이렇게 묵직해진다. 그의 글은 언제나 그랬다. 이번에도 나는 그의 문장을 곱씹으며 마음의 묵직함을 스스로 하나하나 꺼내 보아야지.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조금 더 깊어지고, 자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숙고하는 시간을 선물해준 작가님과 이 책을 선물해주신 분께 감사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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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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