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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ddong
- 작성일
- 2022.9.7
묘사의 힘
- 글쓴이
- 샌드라 거스 저
윌북(willbook)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그 말.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 모든 작법서에 한 번씩은 꼭 등장하는 문장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말하기보다 보여주기가 세련된 표현방법이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
근데 보여주기가 도대체 뭐야?
나처럼 보여주기가 뭔지 싶었던 사람에게 <묘사의 힘>은 저자가 답을 숟가락으로 떠서 내 입에 넣어주는 책이 될 것이다. 보여주기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답게, 이 책은 보여주기가 무엇인지 구구절절 말하지 않는다. 간결하면서도 정확히 핵심만 짚는 어법으로 보여주기를 쉽고 확실하게 설명해준다.
<묘사의 힘>에 따르면, 말하기와 보여주기는 여러 측면에서 대조된다.
말하기 | 보여주기 |
---|---|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여지가 없다. | 독자가 스스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
이미 일어난 사건을 보고하는 | 진행중인 사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
요약하기, 설명하기 | 실시간으로 지켜보기 |
녹화방송을 보는 기분 | 생방송을 지켜보는 듯한 기분 |
추상적인 서술 | 구체적인 서술 |
사실을 전달 | 감정을 전달 |
서술적 요약 | 극적 각색 |
독자가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 독자를 능동적인 참여자로 만든다. |
독자의 주체적인 해석이 가능한지 여부가 말하기와 보여주기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인 듯했다. 작가가 "주인공이 화가 났다" 라고 쓰면, 독자는 주인공이 화가 났다고 생각하는 것만 가능하다. 작가가 주인공의 감정 상태를 단정적인 언어로 직접 설명하는 대신에, 그 감정에 빠진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A는 화가 났다. -> 말하기
A는 집안 전체에 소리가 울릴 정도로 문을 세게 닫았다. -> 보여주기
화가 났다고 쓰여있을 때와 달리, 주인공의 감정 상태를 보여줄 경우 독자는 지금 주인공이 어떤 기분일지 자유롭게 상상해볼 수 있다. 이처럼 보여주기는 독자로 하여금 적극적인 책 읽기를 가능하게 만든다. 당연히 독자 입장에서는 보여주기로 서술된 소설을 읽는 게 훨씬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말하기로 써 놓은 부분을 보여주기로 바꾼다면 보다 재미있는 책이 될 수 있다. 독자의 만족도도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어느 부분이 말하기로 쓰였는지 찾아내야 한다. 쉽고 간단한 아홉가지 체크리스트로 말하기로 쓰여진 부분을 찾아내는 명탐정이 될 수 있다.
- 결론을 제시했다면 그건 말하기
-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썼다면 그것도 말하기
- 사건을 요약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말하기
-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보고하고 있다면 걔도 말하기
- 부사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말하기
- 형용사를 썼을 경우도 말하기
- 서술격 조사나 (~이다, ~였다) 수동적 동사(느꼈다, 듯했다, 보였다)를 썼다면 빼박 말하기
-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면 말하고 있는 것
- 보았다, 냄새를 맡았다, 들었다, 느꼈다, 지켜보았다, 알아차렸다, 깨달았다, 생각했다, 알았다, 같은 동사(상태를 인지하는 동사)를 사용헀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말하기
자신이 쓴 문장을 위의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점검하라. 체크리스트에 해당되는 문장이 있다면, 그 문장은 의심의 여지 없이 말하기로 쓰인 문장이다. 그런 문장을 보여주기 형태로 바꾼다면 훨씬 근사한 문장을 쓸 수 있다. 저자는 아홉 개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찾아낸 말하기 문장을 보여주기로 바꾸는 아홉 가지 방법 또한 뒤이어 설명한다. 그 내용은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보여주기가 말하기보다 항상 나은 선택지는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보여주기와 말하기는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서술 화법이 아니다. 둘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모든 것을 보여주기로 설명하다 보면 이야기는 한없이 늘어질 것이다. 말하기는 이야기의 진행 속도를 앞당겨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독자에게 관심 없는 사건의 보고서를 읽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정말 중요한 부분은 반드시 보여주기로 서술하되, 핵심이 아닌 부분은 말하기로 빠르게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소설의 대가들은 낄끼빠빠를 잘하는 작가들이다. 언제 보여주기를 써야하고, 언제 말하기로 써야 하는지, 그때를 정확한 감으로 알고 있는 귀신들이다.
나 같은 초보는 보여주기와 말하기의 적절한 타이밍을 아직 알지 못한다. 문장을 여러 번 고쳐쓰면서 이 부분에서는 말하기가 나은지, 보여주기가 나은지를 계속 가늠해볼 수밖에 없다. 작법서를 뒤적여야 할 일이 많은 나로서는, 책이 두꺼우면 하루에 고작 몇 문장 쓰고 나머지 시간은 작법서를 뒤지는 데 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묘사의 힘>은 책이 얇아서 그때 그때 필요한 부분을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곁에 두고 수시로 뒤적이기에 참 좋은 작법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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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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