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정리뷰

初步
- 작성일
- 2022.11.9
오해의 동물원
- 글쓴이
- 루시 쿡 저
곰출판
우리는 자연에 대해 말할 때 항상 우리 인간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평가한다. 동물이나 식물을 보는 눈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근한 예로 인간에게 쓸모없다고 해서 잡초라 부르며 박멸하려 하고, 농작물에 해를 끼친다하여 서슴없이 총질을 한다. 물론 그런 동식물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동식물의 세계가 실은 사실과 다른 우리의 편견과 오해 위에서 형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동물학자인 루시 쿡은 동물을 이해하고자 할 때 가장 핵심은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동물의 세계를 볼 때 인간의 좁은 프리즘만을 통해 바라보고 그 결과 많은 오해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해와 지식의 공백을 메우려고 만들어 낸 미신과 실수, 동물의 세계에 인간의 속성을 비추어보고 여기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시도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가 동물의 세계에 가졌던 편견과 오해, 실수와 미신을 모아 자신만의 ‘오해의 동물원’을 만들고 진실을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녀가 이 책에서 다루는 동물은 인간의 눈에 나태하고 가치 없는 동물로 비난받으며 수모를 당하는 나무늘보, 청소 동물이라는 이유로 혐오와 불신의 경계 사이에서 음해에 시달린 독수리, 인간과 불편할 정도로 닮았다는 이유 하나로 불결한 동물로 낙인찍힌 박쥐, 정치사회적인 이유로 인간에게 사랑받는 동물인 판다, 펭귄 등 총 13개 동물이다. 이런 동물 중에서 특히 관심을 끈 동물은 뱀장어, 하이에나, 박쥐, 펭귄이었다.
먼저 저자는 그 기원과 존재에 대해 그릇된 믿음과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난무하는 동물로 뱀장어를 꼽는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2000년이 넘게 위대한 동물학자들이 뱀장어의 출생 비밀을 찾아 헤맸지만 지금까지도 밝혀진 게 별로 없다고 한다. 유럽뱀장어는 대서양에서 가장 깊고 염도가 높은 지역인 사르가소해의 해저 숲에서 떠다니는 알로 시작하여 유럽의 하천을 향해 3년 동안 여행하고, 강바닥 진흙 속에서 수십 년을 살며 살을 찌우고 난 후 대륙붕 깊숙이 어두운 어느 구석에 알을 낳고 죽는다고 한다. 뱀장어가 민물에서 사는 시기는 뱀장어의 여러 생애 중 하나로 살을 찌우기 위해 뭐든지 심지어 동족까지도 잡아먹는다. 우리 인간이 뱀장어에 대해 말하고 믿고 있는 지식은 단지 민물에서의 모습을 보며 유추한 것이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뱀장어의 출생과 번식, 죽음의 메커니즘이 우리 인간의 호기심과 맞물리면서 오해와 편견을 증폭시킨 것이다.
동물 중에서 거짓된 진실로 난도질당한 동물로는 하이에나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하이에나는 총 4종이 있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가장 오해를 많이 사는 종은 점박이하이에나라고 한다. 하이에나가 자웅동체로 인식되어온 것은 암컷 하이에나의 ‘의사음경’때문에 빚어진 오해라고 저자는 말한다. 포유류 중 유일하게 암컷의 외부에 질구가 없어 가짜음경으로 소변도 보고 교미도 하고 새끼를 낳아야 하기 때문에 초산인 암컷중 열에 하나는 출산시 죽고, 최대 60%의 새끼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도중 질식사한다. 이런 하이에나는 평균적인 육식동물보다 훨씬 똑똑한 뇌를 가진 효율적인 동물이지만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로 수컷 성체의 지위는 맨 마지막인지라 진화하면서 인간과는 처음부터 적대관계였을 것이라고 저자는 추측한다.
박쥐는 최근에도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원으로 밝혀지면서 인간에게 혐오감을 주고 있다. 날개가 달린 포유류인 박쥐는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거나 곤충을 쫓아다닐 뿐 우리 인간에게 하나도 관심이 없지만 흡혈박쥐 혹은 마귀로 이미지화 되었다. 독수리와 마찬가지로 성경에 불결한 동물로 나열된 박쥐는 단지 인간과 불편할 정도로 닮았다는 사실이 부정적 이미지를 완성시켰다고 한다. 지나치게 큰 생식기에 비해 두뇌가 작은 것은 두 기관 모두 비용이 많이 드는 신체기관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지만 난혼과 구강성교라는 인간에게 교훈을 이끌어내기 적합한 소재와 어울리면서 오해와 편견을 완성하였다.
그런가하면 펭귄은 올바른 사회적 행동모델로 여겨져 온 동물이지만 대중이 인식하는 펭귄에 대한 이미지 가운데 사실인 게 별로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존하는 종의 절반은 북쪽으로 적도 가까이 즉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늑한 기후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이 바닷새는 인생의 80퍼센트를 바닷속에서 거침없는 포식자로 살아가지만 우리는 이들이 육지에서 뒤뚱거리는 20퍼센트의 시간만 보고서 이들을 전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펭귄은 일부일처제와 거리가 멀어 매년 85퍼센트 이상이 다른 배우자를 선택한다. 특히 아델리펭귄은 동성애, 집단강간, 시간, 소아성애까지 총체적 난국을 보인다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 인간이 이들을 얼마나 오해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처럼 저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동물들에게 덧씌워진 신화와 미신을 걷어내고 각각의 동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한다. 동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동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무지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지는 지난한 실험과정은 때로는 황당하기도 했고 잔인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물론 진화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인간의 끈질긴 노력에 의해 과학이 진보해왔지만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 속에서 동물들은 제대로 이해받을 수 없었다. 즉 ‘인간은 스스로 자신과 다른 종을 구분하는 경계 ?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하고 그 선을 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에 집착하는 순간 가장 잘못된 과학적 판단을 내리고 말았’(382쪽)으며, 그것이 동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강화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책을 쓰면서 얻은 교훈이라면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동물은 인간을 가르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물의 의인화와 인간의 오만이 동물에 대해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현대에 사는 우리 역시도 동물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접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알게 모르게 동물들을 오해하게 만들고, 그 결과 동물학대 혹은 종의 멸종을 앞당기는 촉매가 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동물을 볼 때 인간의 프리즘이 아닌 자연계에 공존하는 다른 종으로써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원하는 것 일게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동물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어찌보면 딱딱한 내용을 시종일관 유머스럽게 풀어내는 저자의 글쓰기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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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