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들

책읽는엄마곰
- 작성일
- 2023.5.8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 글쓴이
- 낸시 실즈 콜만 외 16명
책과함께
점점 더 많은 역사학자가 폭력이 -그리고 특히 과거의 폭력을 은폐하려는 욕망이- 역사에 대한 선별적 기억상실의 지배를 받아왔음을 깨닫고 있다. 거듭된 사례에서 밝혀진바, 과거 역사로부터 배제된 인간 집단은 종속적 지위의 집단이었다. 이것은 격언처럼 (윈스턴 처칠 덕분에 유명해진) 단순히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인다.”로 설명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승리는 대개 엄청난 피를 흘리고 나서야 확보되었다. (p.586)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는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에 반발하기 위해 18가지 반박을 모아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스티븐 핑거의 책을 읽지 않았기에 사실 그걸 먼저 읽어야 하나 고민도 했으나, 늘 좋은 책을 추천해주시는 몇몇 분들이 거품을 물고(?) 시간 낭비였다고 말씀하셨기에 이 책을 먼저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의 한마디도 틀린 말이 없는데, 도대체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에는 무슨 말이 씌어있었을까 하고.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는 총 18장으로 이루어진 다소 방대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서문에서부터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드러내셨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역사의 기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보냈다. 물론 나는 그럼에도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믿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전달된 역사 앞에서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을 감히 “당연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를 논할 때는 할 말이 없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역사의 이면에 상처받고 고통받은 “산증인”들이 여전히 함께 살아가고 계시지 않나. 또 사회가 발전하며 오히려 약자에게 가해지는 언어적, 정신적, 기타 등등의 폭력이 날로 민감하고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를 읽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스티븐 핑거의 책을 읽지 않았기에 종종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의 내용을 스티븐 핑거가 읽으면 상처받지 않을까, 그것 또한 '기록의 공격'은 아닐까 생각해본 것도 있지만 (사실 그래서 더욱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가 읽어보고 싶어졌고, 혹시 이것은 노이즈마케팅인가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에서 펼쳐지는 내용이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사회에 만연한 여러 모습의 폭력과 전쟁이 과거의 그것보다 가혹하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다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4장, 인권과 불평등, 폭력에 관한 부분이었다. 스티븐 핑거가 계몽사상에 담긴 복잡성과 모순을 태평스럽게 무시했다며 이어간 내용이 매우 치밀하여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역사는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당연한 사실을 또 한 번 짚으며 역사의 여러 시각을 파악하는 눈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사실 나의 지성이 부족하여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를 완벽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저자들처럼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도 못했고.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의 선함과 악함에 이어 역사의 빛과 그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나도 이 정도의 깨달음을 얻었으니, 분명 다른 분들은 더 깊은 사유와 깨달음을 얻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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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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