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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쫑
- 작성일
- 2024.6.2
만남
- 글쓴이
- 강인숙 저
열림원
얼마 전 지방의 한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그는 조만간 자신의 학교와 같은 도에 위치한 다른 대학과의 합병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글로컬 대학이라는 이름 하에 다른 학교와 뭉친다는 이야기에 어디에선가 들어본 그 단어 '글로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
'글로컬'을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해 보니 세계성(global)과 지역서(local)의 합성어로 이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조어라는 답이 나왔다. 생각지 못한 신조어의 등장에 언어는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누가 만들어낸 것인지도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신조어들을 재빨리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숱하게 만나고 헤어진다.
오늘 나는 2022년 2월에 유명을 달리한 이어령 교수님의 부인인 강인숙 여사님이 집필하신 책 「만남 -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70년 이야기 (이하 '만남')」을 읽었다. 제목부터 눈을 끄는 책이지만 사실 나에게 이어령 교수님은 굉장히 낯익은 이름이었지만 그의 부인 강인숙 교수님은 낯설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등 워낙 유명한 책들을 많이 저술하신 까닭에 이어령 교수님의 책은 세간에 엄청난 유명세를 탔기도 하고 노태우 대통령 시절 문화부 장관을 지내셨기에 더 유명해지신 까닭도 있을 것이다.
나는 강인숙 교수님의 글은 실상 오늘이 처음 접한 것인데 책을 읽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유려한 문장 솜씨는 물론 90에 가까운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주 정확한 판단력과 기억력을 가지고 계심에 놀랐다. 이어령 이라는 한 인물에 대해 이만큼 정밀하게 분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분이 이 세상에 또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인숙 교수님이 이 책을 집필하시게 된 이유도 바로 그것에 있다.
부부의 연은 우연으로 맺어진 관계는 아닐 것이다. '만남' 이라는 노래 가사의 첫 소절은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로 시작하는데 부부의 만남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70년이나 함께 하신 세월이라니 그토록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가신 남편의 자취를 하나 하나 담고 정리해줄 사람이 아내 밖에 더 있겠는가.
독자로써 나는 (아마 다른 독자들 역시) 이어령 교수님의 작품들은 익히 알고 있지만 정작 그 글들을 쓰게 된 이유와 그 글들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글을 그냥 써지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만남」은 우리에게 그러한 그의 노력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가 평생토록 가장 사랑했을 그의 아내의 손을 빌어서.
만약 이 책이 이어령 교수님의 삶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아마 그 가치가 높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한낱 인간으로서의 삶 하나 하나가 그 자체로써 소중한 것임은 인정하지만 한 인간의 인생살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줄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겠냐는 말이다. 「만남」은 우리나라의 역사도 함께 담는다.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나는 전시 중 서울대학교가 부산에 가대학을 세워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너무 어렸을 적의 기억이라 나에게 88 올림픽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다. 그때 성화봉송이 어땠는지 어떤 퍼포먼스가 펼쳐졌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만남」을 읽다 보니 조금씩 기억이 나는 듯도 하다. 나는 이어령 교수님이 88 올림픽을 함께 준비하셨다는 것에 놀랐다. 그것 뿐인가. 작가로써의 삶은 그의 이야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그가 네오필리아였고 그 원천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었다는 것과 정신적 지주로써 그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이 교수님의 작품 활동에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내인 강인숙 교수님의 영향도 적지 않게 받으셨다고 생각한다.
자서전 아닌 자서전으로써의 역할도 야무지게 하고 있는 이 책은 어쩌면 이어령 교수님과 강인숙 교수님 부부 사이에서 공개를 피하고 싶은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모두 끌어안아줄 수 있었던 저자의 마음을 헤아리니 이 책이 더더욱 소중하게 읽힌다. 때로는 결점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는 강인숙 교수님의 말씀과 먼저 간 남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물씬 묻어나는 예쁜 책이다.
※ 이 책은 인간 이어령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입니다.
쫑쫑은 출판사에서 제공해 주신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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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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