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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향기
- 작성일
- 2025.3.10
할머니의 이별
- 글쓴이
- 클라우스 엥브링 글/이본 호페-엥브링 그림/백훈승,백다라 공역
리시오
할아버지께서 먼저 떠나시고 2년이 지났네요.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할머니는 그 2년간 아무렇지 않게 삶을 살아가셨어요. 일상은 그대로 잔잔하게 흘러갔지요. 그래도 할머니의 마음속에 허전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하늘에서 할아버지의 삶을 즐겁게 살고 계셨네요. 하시던 일도 여전히 열심히 하고 계셨고요. 너무나도 훌륭하신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하느님은 문을 하나 열어 주십니다. 할머니에게 불어오던 그 허전한 바람은 그 문을 통해 왔나 봅니다. 문을 발견한 할머니께서는 어떻게 하셨을까요? 제목만으로도 예측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는 이 과정을 놀랍도록 담담하게 서술해 나갑니다. 단 한 번의 눈물도 없고, 단 한 번의 울음소리도 나오지 않아요. 그렇다고 이 아이가 슬프지 않은 것도 아닐 텐데. 너무나도 담담한 회상을 따라가니, 이상하게 울음소리가 가득 묻은 떨리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별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이제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뜻이 담겨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별 앞에서 많은 이들이 슬퍼하고 눈물도 흘리지요. 그리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이제 그 사람은 떠났다는 것을 알고 이별마저 축복해주기 위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만 같아요.
그림책을 보니, 이별이란 참으로 삶 속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예고된 이별이 얼마나 될까요? 떠나는 사람은 마음의 준비를 하겠지만, 남는 사람에게는 한순간의 일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요. 남는 사람들에게 이별이 아름답게 남으려면, 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의 아이처럼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하겠지요.
이별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삶을 살아가면서 분명히 필요한 노력이겠요. 슬픔에만 매몰되기보다, 그 사람을 회상하고 이해하고 결국에는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요. 그러함에도 그 과정을 통과한 사람에게서는 삶의 깊이가 묻어나지 않을까요? 저는 그 깊이를 이 책의 첫 간지와 마지막 간지를 비교하면서 느꼈습니다. 왠지 쓸쓸한 처음과 무언가 깨달음이 가득한 마지막. 갑작스럽다고 생각할 법한 이야기의 끝을 통찰로 마무리하는 듯한 이 구성과 배치가 정말 훌륭합니다. 실제로 읽으시면서 꼭 한 번 느껴보시면 좋겠어요.
#이별 #시작 #여행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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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