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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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글쓴이
한비자 저
글항아리
평균
별점8 (10)
初步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기 전인 중국 주나라 시절의 정치제도는 분봉제도 이었다. 중앙에는 천자가 있고, 그 아래 제후들은 천자가 나누어 준 땅을 다스렸다. 또한 천자와 제후, 그리고 제후국의 각 대부들은 대부분 친족관계에 있었다. 그러기에 예()와 형()이라는 규범만으로 유지가 가능하였다. 그러나 주왕조가 쇠퇴하면서 시작된 춘추전국시대에는 이러한 신분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패자(覇者)들이 나타나 각 제후국들의 맹주로 자처하기 시작하고, 힘으로 지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제자백가들은 이들에게 패자가 되는 논리를 제시하기 시작하였으나, 대부분이 현실적이지 못하여 외면 당하였다. 오직 법가만이 진()나라의 지배사상으로 채택되어 춘추전국시대를 종결 짓고 천하를 통일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한비자]를 흔히 동양의 [군주론] 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한비자]를 지은 한비를 동양의 마키아벨리라고 부르며, 군주의 권력유지를 위한 법치 리더십의 창시자로 본다. 그러나 법가는 한비가 [한비자]라는 책을 저술하기 이전에도 원래 세 갈래의 학파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상앙이 백성들의 사익추구를 막고 나라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법()을 강조한 것과, 신하들이 내세우는 이론과 비판을 그들의 행동과 일치시키는 신불해의 술(), 그리고 군주만이 가지는 유일한 권세를 내세운 신도의 세()가 바로 그것이다. 한비는 이 세가지가 다 갖추어져서 시행되어야 한다고 보았고, 따라서 법은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도구, 즉 제왕의 도구로 생각했다. 이후 법가는 역대 군주들이 현실정치에 활용한 통치술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한비가 말하는 법이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법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이러한 법가의 대표격인 한비는 전국시대 한나라 귀족의 후예이다. 그는 이사와 함께 순자의 문하에서 학문을 배웠으며, 전국7웅중 가장 약한 나라였던 한나라 왕에게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분통을 터뜨리며 쓴 책이 [한비자]라고 한다. 이 책을 본 진시황이 한비를 마음에 들어 하자, 그에게 왕의 총애를 빼앗길 것을 우려한 이사의 모함으로 죽임을 당하였다고 한다. 한비는 순자의 영향으로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래서 인간을 다스리는 유일한 방법으로 법()을 제시하였다.


 


[한비자]는 원래 [한자]로 불리었으나 송나라 시절, 당나라 학자 한유를 한자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이 둘을 구별하기 위하여 [한비자]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한비자]가 몇 편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근거가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다만 원나라 때 발견된 [송건도본]에 따르면 55편으로 되어 있으며, 오늘날 전해지는 것도 55편이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 한비의 글인가 하는 점은 여전히 의문시 된다고 한다. 이 책은 [한비자]의 전편을 완역한 것은 아니다. 주요 편 32편만을 번역했지만, 한비의 사상을 이해하고 알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국시대 유세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더군다나 군주를 상대로 유세한다는 것은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귀곡자]는 유세의 기술로 패합술(闔術)과 췌마술(揣摩術)을 들기도 했다. 한비 역시 난언(難言)편에서 모든 일은 군주의 결정에 따라 좌지우지 되기 때문에, 신하가 군주에게 의견을 제시할 때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난(說難)편에서는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신하의 유세술이라는 [귀곡자]나 군주의 통치술이라는 [한비자]에서 똑같이 유세의 어려움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시절 유세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한비는 [한비자]의 많은 편에서 군주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이야기하면 신하가 해서는 안 되는 일 이기도 하다. 신하들이 군주의 생각을 알 수 없게 하기 위해 허정(虛靜: 마음이 비어 조용한 상태)을 군주가 지켜야 하는 도리로 제시하고 있으며, 신하들을 다스리는 두가지 도구로써 상과 벌을 들고 있다. 법을 어긴 자에게는 벌을 주고, 법을 잘 지킨 사람에게는 상을 줘야 하지만, 상을 함부로 주지 말고 벌은 반드시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인재등용은 법률에 따라서 해야 하며, 총애하는 신하라도 그 분수에 맞는 봉록과 권한만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총애하는 신하의 권세와 지위를 자신보다 높게 하면 법이 문란해지고 군주의 신변이 위태로워 진다고 보았으며, 신하는 권위를 만들어서도, 이익을 만들어서도 안되며 오로지 군주의 뜻만을 좇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한비자]의 대표적인 편으로 고분(孤憤)과 오두(五蠹)를 꼽았다. 고분은 자신의 주장을 알아주는 이가 없어 홀로 울분에 가득 찬 마음을 터트린다는 말로, 진시황도 이 글을 읽고서 감탄했다고 한다. 또한 오두는 다섯 마리의 좀 벌레란 뜻으로 한비는 오두를 힘으로 없애야 나라를 강하고 부유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오두란 인의도덕의 정치를 주장하는 유가, 세객과 종횡가, 사사로운 무력으로 나라 질서를 해치는 유협, 공권력에 의지해 병역이나 조세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는 권문귀족, 그리고 농민들의 이익을 빼앗는 상공인을 꼽았다. 한비는 신하에게 이로운 것은 군주에게 해롭고, 군주에게 이로운 것은 신하에게 해롭다고 하였다. 현대와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맞지 않지만, 현대에 사는 우리가 군주를 국가로 보았을 때, 우리에게도 분명히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비는 군주의 재난은 사람을 믿는 데서 시작되며, 따라서 오직 법률로만 다스릴 것을 말 하였다. 군주가 동정하는 마음이 있으면 허물 있는 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베풀기를 좋아하면 공을 세우기도 전에 상을 주며, 이는 신하들의 권세를 높이어 궁극적으로는 나라를 망하게 이른다고 보았다. 형벌은 백성들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것이지만, 거꾸로 그들의 간악한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진시황은 법가를 통치이념으로 삼아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군주만을 위한 통치술 이었기에 천하를 통일한 진이 그토록 쉽게, 허무하게 단명에 그쳤는지도 모른다.


 


한비는 [한비자]에서 극도의 인간 불신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오로지 통치자의 세위(勢位: 권세와 지위)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있다. 그에게 신하란, 또는 백성이란 자기가 맡은 일만 하면 되는 국가의 부속품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그가 살았던 시기가 전국시대임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나라가 무너지고, 새로운 나라가 새로이 세워지는 때, 군주의 힘은 곧 국가의 힘이었다. 그러기에 군주가 믿을 것은 오직 자신뿐 이었으리라. 현대에도 수많은 국가가 법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한비가 [한비자]에서 얘기했던 법치와는 다르다. 그렇지만 한비가 주장했던 법치가 오히려 필요한 시기인지도 모른다. 군주는 무엇보다도 법을 분명하게 밝히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던 한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난무하는 현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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