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수첩-근교산행

나우시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3.11.17
어젯밤 천둥번개 요란하게 비가 내린 덕분에 아침 공기는 청아하지만 낙엽은 이제 매달린 것 반, 떨어진 것 반으로 가을이 막바지로 치닫는 것 같습니다. 고려대 주변에 갈일이 있어서 핑계김에 고려대 뒷동산인 개운산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교정은 대운동장이 없어지고 넓은 지하광장이 주차장으로 만들어지는 등 옛 기억이랑 많이 달라졌지만 교문앞 상가거리는 고대다니던 친구따라 와봤던 수십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오히려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고대 정문에서 인촌기념관앞으로 왔더니 추운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분수에서 물이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환영해주는 마음이라고 기쁘게 받았습니다.


높이가 134m에 불과하니 산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걸어볼만한 길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산행이라기 보다는 아침산책을 하는 길로 생각하고 걸어보았습니다.

개운산 안내지도의 오렌지색 길을 따라 산을 커다랗게 도는 둘레길을 걸으면 한시간 반정도가 걸린다니 오늘의 일정에 딱 맞는 길입니다.

그러나 이 작은 산에 수많은 샛길이 있고 그나마 이정표가 잘 되어 있지 않아 올바른 길을 찾는 것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다만 둘러보면 산주변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원하면 아무때나 동네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아 편한 마음으로 발길이 가는대로 걷다보니 산마루길이라는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우레탄으로 포장된 길위에는 노란 은행잎이 소복하고 쭈욱 따라 가니 성북의회옆으로 포장도로를 건너서 마로니에마당까지 이어졌습니다.

동네주민들이 마당을 둥글게 돌고 있고 팔각정에는 노인분들이 장기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곳이 북한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서울시 우수조망명소입니다.

왼쪽 보현봉에서 오른쪽 삼각산까지 한눈에 조망되어 눈과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기분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에서 평양의 진산은 대성산이고 서울의 진산은 북한산인데, 북한산의 기세때문에 서울에서는 뛰어난 인물이 많이 났지만 평양에는 인물이 많이 나지 않았다는 대목이 생각납니다. 정말이지 대단한 기상을 가진 산입니다.

다시 고려대 교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름답게 물든 단풍에 연고전기간도 아닌데 펄럭이는 붉은 교기가 화려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작은 산이라도 한바퀴를 돌아보니 약 5Km로 아침 산책에 마침 맞는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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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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