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제니
- 작성일
- 2015.5.28
나라는 여자
- 글쓴이
- 임경선 저
마음산책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사회에선 열 살 까진 친구란다. 그렇다면 아홉 살 차이 나는 임경선과 나는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 아니, 친구가 되고 싶다.
나이, 살아온 환경 모두 다르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동질감을 느낀다.
“이렇게 생판 모르는 타인과 감정의 교집합을 이뤄도 되는 건가,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정말 단짝 친구가 될 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사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고, ‘자신이 상상하는 최고치를 상대에게 투영’한 독자의 입장이므로 그녀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건 나만의 착각일 확률이 높지만.
사실 나는 ‘캣 우먼’이란 닉네임을 이전에 들어본 적도 없었고 더더군다나 그녀가 꽤 유명하고 잘나가는 칼럼니스트란 사실도 몰랐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우연히 읽게 된 문장이(“아무리 봐도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정말로 가급적 아이가 가진 운명을 방해하지 않는 것, 그뿐인 것 같다.”) 감명적이라 지은이를 찾아 헤매다,『엄마와 연애할 때』란 책에 이 문장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책을 찾아 읽으면서 임경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외교관의 자녀, 갑상선 암 투병, 누구보다 열성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한 그녀가 딸을 낳아 기르는 이야기는 꽤 그럴싸했다. 일단 그녀는 현실적이었고 있는 척 하지 않았다. 실제론 어떨지 모르겠지만 책에 그려진 모습만으로 보면 자기 포장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매력을 느껴 그녀의 이름으로 출간된 또 다른 책을 찾았다.
『나라는 여자』.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임경선의 A-Z이다. 어떻게 자라왔고 어떤 생각을 해왔고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자문자답 같은 에세이.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 좀 당황스러웠다.
사귄지 백일 쯤 된 연인끼리 첫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기차간에서 서로의 유년기를 속닥이며 몸과 마음뿐 아니라 흘러간 시간까지 공유하려는 것처럼, 그녀는 첫 장 ‘외동딸이던 시절’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굉장히 솔직하게. 아니나 다를까. 그건 서막에 불과했다.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면서 이렇게 까지 자신의 과거를 까발려도(?) 되나 싶을 정도의 솔직하다 못해 정직한 자기 고백들이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내 앞으로 밀려 왔다. 그러나 그녀가 만든 도미노 조각들이 촤르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꽤나 볼만했고 흥미진진했다. 급기야 자학적이기까지(?)한 그녀의 솔직한 자기 고백이 나로 하여금 묘한 안도감을 갖게 했다.
“자신의 전혀 잘나지 않은 미흡한 부분들이야말로 스스로를 더 사려 깊게 설명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그러한 불완전함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낸 인생이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받아들임과 깨달음이다.” 책을 내면서 중.
이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왜 굳이 들춰내지 않아도 되는 과거를 시시콜콜 털어 놓았을까, 이런 이야기를 마음산책은 왜 출간 했을까, 잘 못 하면 가십거리 밖에 되지 않을 텐데.”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이 여자 참 용기 있고 건강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쭈뼛대다가 한 사람이 물고를 트면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것처럼 임경선의 고백은 읽는 이로 하여금 오히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녀가 자신의 미흡한 과거를 선창하는 순간 나 또한 그녀와 같은 과거를 떠올리며,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말간 삶의 과오들을 꺼내어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성찰 없는 삶은 흘러가는 강물에 튜브 띄워놓고 하염없이 아래로 아래로 떠내려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학적으로 보였던 그녀의 고백들이 처절한 자기 성찰의 과정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세상 사람들이 임경선 만큼만 용기를 내면 참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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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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