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늘봄처럼
- 작성일
- 2017.10.29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 글쓴이
- 장보영 저
새움
책을 읽으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그 아이를 낳아 키우며 보낸 무수한 시간들이 스쳐갔다. 사귀던 중 하던 일을 정리하고 백수가 된 신랑, 모아둔 돈으로 아낄 수 있을만큼 아껴서 치뤘던 결혼식, 중간에 한 번 아이를 잃고 생기지 않아 불임클리닉을 다녔던 날들, 그리고 나에게로 온 우리 딸... 키우며 힘든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 아이가 있어 내가 이렇게 성장했음을 안다. 큰 아이의 임신을 기점으로 신랑이 취업을 했고 나의 일 또한 안정기에 접어들어 몸과 마음이 한결 편해진 탓도 있었을테다. 우리에겐 정말 복덩이같던 아이였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건 다 해. 알겠지?"
뭐든 저렴한 것을 찾는 나에게 그는 넉넉한 여유를 보여주었다. 로망이 있었다면 다 말해보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것이다. 안 그러면 나중에 서운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서 우리는 포기할 것과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을 구분해갔다. p. 27
현명한 이들이구나.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출구를 만들어낸 이들이 예쁘다. 그 순간 나도 이런 말을 들었더라면 우리의 삶이 참 많이 달라졌을텐데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서글프기도 했다. 책을 끝까지 읽으며 저 부러움과 서러움 사이를 얼마나 오갔는지 모르겠다. 우스개소리로 하는 '이번생은 틀렸어.' 자조해보기도 하고 나의 로맨스를 실현시켜줄 신랑이 없을 뿐 성실한 실랑만으로 만족하며 살아야지 다시 한 번 다짐해보기도 했다. 나 역시 이 책의 글쓴이처럼 아낌없는 사랑을 신랑에게 쏟았는지는 자신이 없기에...내가 하지 못한 것을 생각지 못하고 마냥 부러워만 할 수는 없으니....
탄생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숱한 신체적 변화와 기쁨, 그리고 긴 기다림 속에서 부모는 성장한다. 아이가 자라듯 우리 두 사람도 자랐다. 감사한 일이다.p.80
글쓴이의 이야기 중 가장 많이 언급되기도 했고 나 스스로 가장 많이 공감되었던 말이다. 아이가 자라듯 부모도 자란다는 말......내가 그랬다. 단순히 아이의 키가 자라듯 엄마의 마음이 쑥쑥 자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커가는 순간 순간 내가 아이를 때로는 아이가 나를 상처입히고 상처받고 그 마음이 아물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성장한다. 지금 저자가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고민했듯 내가 아이에게 괜찮은 엄마인걸까를 매번 고민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인생이란 것이 늘 그렇듯 정답도 없으니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며 그렇게....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는 말을 많이 한다. 누구나 하는 것이라 쉽게 느껴지지만 10개월이라는 그 긴 시간에 임산부는 어마어마한 일을 경험한다. 임신 초기 입덧으로 몸무게가 5킬로그램 이상 줄었다가 남은 기간 빠진 것의 세 배정도가 훅 찐다. 몸이 고무줄처럼 줄었다가 늘었다가를 반복하며 살들을 트고 허리 다리 할 것없이 몸은 이상증세를 보인다. 그런데 그 과정을 옆에서 알아주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당근 서글퍼진다. 나 혼자 낳는 아이가 아닌데....나만이 이 고통을 겪는 것같은 막막함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 현명한 부부는 함께 함으로서 그 과정을 잘 꾸려온 듯 하다. 출산전까지 함께 산책을 가고 그날 있던 일을 이야기하고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들어가서는 함께 밀린 영화와 드라마를 봤다니 젊은 사람들의 젊은 마인드는 다르구나 싶다. - 나의 조리원 생활이 눈에 그려지지만 비교하지 않겠어...부러우면 지는거야....-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는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여성이 겪어야하는 과정을 고민을 그녀만의 사유를 통해 보여준다. 곰곰히 있었던 일을 곱씹으며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한 여성인데 임신과 육아가 그녀에게 그럴 시간을, 그 생각을 할 수 있는 심적 여유를 앗아갔다. 자신을 잃어버린 것과 같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자 고민하지 않고 남편과 상의하고 바꾸어가는 과정이 솔직하게 담겨져 있다.
더하거나 뺀 것 하나 없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글로 옮겨서인지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더 많이 나의 그 시절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부러웠지만 나보다 훨씬 나은 행동을 보이고
더 나은 결정을 실천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내가 못했으니 너희도 그렇게 하길 바라고 싶지 않다. 그러기엔 우리 딸들과 함께 성장한 내가 아깝다.
얼마전 아이를 가졌다며 임신 소식을 알린 남동생 부부가 이 책을 꼭 봤음 좋겠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제외하고서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과정이 녹록치 않은데 힘든 순간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기보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해나가려는 의지를 가지면 좋겠다. 이들을 따라할 필요없이 남동생 부부만의 방법이 반드시 생각날 거라고 믿는다. 1주일뒤에 만날 때 이 책을 선물로 들고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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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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