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시

初步
- 작성일
- 2016.3.4
[예스리커버] 어린 왕자
- 글쓴이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
열린책들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보았음 직한 소설이
바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아닐까 싶다. 아마 나도 어렸을 때 읽어보았을 것이다. 그게 언제인지 기억에는
없지만, 만약 읽지 않았다면 단편적으로나마 아는 것들, 그것도
조금은 많다 싶은 걸 설명할 길이 없다. 어찌되었던 시간이 날 때마다 어려서 혹은 그 후에라도 당연히
읽었으리라 생각되는 고전들을 다시 읽어보려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로 택한 책이 [돈키호테]였고, 두 번째로 [어린 왕자]를 골랐다.
일전에 생텍쥐페리가 10살의 나이에 어머니 곁을 떠나,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제2차 세계대전 때 실종되기 전까지, 어머니에게 보낸 100여 통의 편지를 책으로 엮은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읽고서 생텍쥐페리를 비로소 알게 되었고, 저자를 조금이나마
안 상태에서 그의 작품을 읽어보려 했으나 차일피일하다 이제야 읽는다. 생텍쥐페리는 1900년에 태어나 1944년에 실종된 현대의 인물임에도 막상 그를
생각하면 더 오래 전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아마 [어린 왕자]를 그만큼 오래 전에 읽었기에 그렇게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항공사에 취직하여 조종사로 일하면서 모래와 싸우고 또 고독과 목마름과 실의와도 싸웠다. 그런 경험이 그로 하여금 자신을 닮은 [어린 왕자]를 쓰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아 뱀이 코끼리를 소화하고 있는 그림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어른이 되어서 읽는 [어린 왕자]는, 그럼에도 글자 한자, 한자, 그리고
한 구절, 한 구절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그림 하나하나를
또 한번 바라보게 만들었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모순덩어리이다. 우리가 보아 뱀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했듯 말이다. 어린 왕자가 일자리도
찾아보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 자신의 별인 소행성 B612를 떠나 방문한, 이웃 별에서 본 어른들의 모습은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자신이 명령하고 나머지는 명령 받는 타자로 구분하는 왕, 자신밖에
모르는 허영쟁이, 그리고 아집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술꾼의 모습에서 우리사회를 이끌어나간다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겹쳐졌다면 나 자신이 예민한 것일까? 또한 세상을 소유관계로만 파악하는 사업가, 자신의 일은 제쳐두고 다른 것에만 정성을 기울이는 가로등 켜는 사람, 그리고
실천 없이 책상 위에서 입으로만 모든 것을 파악하는 지리학자 역시 우리사회에 널려있는 모든 어른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물론 거기에는 어른이 된 나 자신도 포함되지만 말이다. 단순하고
짧은 글 속에 담겨있는 삶에 대한 통찰이 통렬하기만 하다.
여행을 떠난 어린 왕자가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서 본 것은 자연과 사람이다. 헌데 사람은 그가 지난 별을 여행할 때 보았던 어른들과 다를 바
없다. 그저 바쁘기만 한 전철수나 삶의 의미를 생각하지 못하는 장사꾼은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자연 즉, 사막에서 뱀을 만나고, 장미를 만나고, 여우를 만나면서 어린 왕자는 우리들에게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어린 왕자]를 읽고 나면 누구나 기억하는 '길들인다'는 것도 여우와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고.." 우리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바로 내 삶
속에 그가 있고, 그의 삶 속에 내가 있음을 어린 왕자는 알려준다. 그러기에
어린 왕자는 자신이 떠나온 별에 두고 온 작은 꽃 한 송이에 목숨을 거는 것 일 게다.
어려서 읽을 때,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렇지만 지금 읽는 [어린 왕자]는
어리지가 않다. 그의 눈을 통해서 바라보는 우리들의 세계가 오히려 미성숙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것들, 자신에게 유,불리를 계산하면서 살아가는 어른의 눈에는 하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에 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어린 왕자는 보여주고 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과연 그때는 또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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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