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정치

初步
- 작성일
- 2016.11.17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 글쓴이
- 브라이언 스티븐슨 저
열린책들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약자들의 인권과 사법정의를 위해 일해온 변호사이다. 그는 로스쿨을 졸업한 후 가난한 사람들과
재소자들, 특히 '사형'이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법률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무료로 변호하면서 30년을 보냈다. 그가
변론한 사람들은 빈곤한 유색인종이나 장애인, 또는 버림받은 청소년들로 그들은 자신들의 죄에 비해 가혹한
형벌을 받고 있거나 또는 무고하게 형을 살고 있었다. 그의 적극적인 변론 덕분에 수많은 사형수들이 구제받았으며, 또한 미국에서 청소년에 대한 사형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폐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도 한다.
이
책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재소자들을 변론하면서 직접 겪었던 사법현실의 냉혹함과 편견, 그리고 인종이나 부에 따라 차별적용 되는
법 집행과정을, 자신이 맡았던 사건의 실화를 통해 그대로 드러낸 회고록이다. 백인여성을 살해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아프리카계 미국인 월터 맥밀리언의 사건을 통해 미국의
사법제도와 그 실상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가난의 반대말은 부가 아니라 정의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그는, 월터 맥밀리언 사건 이외에도 그가 변론했던 많은 사건들에서 사법제도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파헤치기도 한다.
사실
사법제도는 한 나라의 정의와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사법제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는 못할 것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법은 정의보다는 권력이나 금력에 의해 차별적용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말 한대로 정의의 반대말은 가난이라는 사실을 우리의 현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오죽했으면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에 법과 관련된 집단이 당당하게 상위권을 차지할까.
책은
무겁게 읽힌다. 경찰이나 검찰이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만 않았어도, 아니 설혹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자신들의 임무를 조금만 충실하게 한다면 밝혀질 수 있는 사건의 진실들이, 어이없게 파묻히며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을 읽으면서는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힌다.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더불어 과도한 투옥이 교도소건축업자와 민간위탁기업의 수익을 위한 로비의 결과라는 대목에선 과연 국가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월터가 사형수로 수감된 지 6년 만에
연방대법원 항소심에서 재심명령을 받고, 무죄가 확정되어 풀려날 때 브라이언은 기쁨보다는 분노가 앞선다. 판사가 배심원이 판결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사형으로 뒤집지 않았다면, 월터의
사건은 관심을 끌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월터는 평생 감옥에서 살았을 것이다. 그런 죄수들이 수백, 수천이 더 있다고 생각하니 후련한 마음보다는
분노만이 치솟는 브라이언의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다. 우리의 교도소에는 이런 억울한 사람들이 없을까? 우리의 경찰과 검찰은 편견과 권력과 금력에서 자유로울까? 부질없는
상념들이 머리 속을 어지럽힌다. 미국의 사법현실을 보면서 자꾸만 우리가 생각나는 것은 우리 역시 그런
사례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사회에도
빈곤층이 증가함과 동시에 이주민들도 나날이 늘어간다. 일을 찾아 국내에 들어온 조선족이나 동남아시아인들은
물론 탈북민도 어느새 3만을 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들을 의심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렇게 볼 때 '끊임없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기소되고,
감시 당하고, 의심받고, 불신의 대상이 되고, 유죄 추정을 당하고, 심지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유색인종이
짊어진 짐이며, 인종적 부당성으로 점철된 역사에 관한 깊이 있는 대화 없이는 절대로 이해될 수도, 직시될 수도 없는 문제다.' (451쪽) 라는 브라이언의 말은 우리에게도 유효함을 느끼게 해준다.
무죄로
풀려난 뒤에도 사형수 수감건물에서 겪었던 일 때문에 고통 받던 월터는 노인성치매를 앓다가 사망한다. 그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브라이언은 사람들에게 월터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며 말을 꺼낸다. 월터는 자신에게
가난하고 결백한 사람보다 부유하고 유죄인 사람을 대우하기만 하는 형사사법 제도를 왜 개혁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또한 두려움과 분노는 하나의 공동체를 감염시킬 수 있으며, 우리를
맹인으로, 비이성적으로, 위험인물로 만들 수 있음을, 그런 분노와 두려움이 정의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한다. 더불어
월터는 그를 부당하게 기소했던 사람들을, 그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사람들을, 그에게 자비를 베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용서했다며,
자비란 희망에 기초해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해질 때 의롭다는 사실을 월터는 몸소 실천하여 자신에게 가르쳐 주었다고 말한다.
브라이언과
같은 변호사들이 있어 그나마 세상은 이만큼이라도 움직이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지 그리고
우리는 정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끔 한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히며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어지럽힌다. 촛불이 피어 오를 때 우리의 사법현실도 권력과 금력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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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