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우연하게 연관성이 있는 책을 읽게 된다.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을 읽고 비무장지대가 마음에 남았는데 황선미님의 ‘희망의 단지 DMZ’ 김훈님의 ‘내 젊은 날의 숲’에 나온 비무장지대가 또 반가웠다. 그리고 주인공 연주의 직업이 이 책을 다시 펼치게 해주었다. 세밀화가. 작년 8월에 까탈님 그림책 이벤트로 받고 읽으며 감동 받았는데 다시 봐도 역시. 이태수님은 ‘잘 가, 토끼야’ ‘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로 만났는데, 스케치와 수채화 그림이 정말 예술이다.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 감탄을 하고 감동을 받고 내가 이렇게 우리의 풀을 모르나 반성도 했다.

(책 표지로 나온) 꽃다지 본 날 – 3월31일 늦은 1시쯤/ 일산 장항동 가로수 밑

보통 땅을 쳐다보기 보다 앞을 보면서 걷는데 가로수 밑에 핀 저 꽃을 알아보는 작가님의 눈도 놀랍고 꽃다지와 함께한 벌레와 꽃에 이름을 넣어주니 내게로 와서 칠성무당벌레와 큰개불알꽃이 되었다. (참 이름이 난감할세) 나팔꽃과 닮은 메꽃을 보며 메꽃의 이름도 불러주었다.

강아지가 예쁜 날 – 5월25일 이른11시쯤/ 서울 서교동 어느 집마당

그림 하나하나 스케치도 색도 참 부드럽다. 벋음씀바귀, 질경이의 세밀화도 예술이지만 참새의 깃털과 강아지의 털은 정말 사진보다 더 진짜 같다. 아 표현이 너무.. ‘내 젊은 날의 숲’에서 연주가 그렸을 다양한 꽃 그림도 유골 그림들도 어떤 모습일지 감히 상상해본다.

그림책을 볼 때는 그림을 우선 보고 글을 읽는다. 작가의 말을 듣기 전에 그림을 보며 나름 느끼고 글을 읽기 시작한다. 휘리릭 본 책도 있고 이처럼 여러 날을 공들여 읽어야 하는 책도 있다. 그림 하나하나를 보면서 연주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이태수님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도 느낄 수 있다. 작가후기인 ‘쓰고 그린 이야기’를 보면2001년 봄부터 초겨울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속 생명’을 본 대로 그리고 글도 썼다고 한다. 이 삭막한 곳을 다시 찾아주는 작고 보잘것없는 풀벌레들을 그리고 작은 생명들이 우리를 품고 있고 그 작은 생명들이 없다면 우리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한다. 책 속에 들어있는 16편의 작품도 소중하고 작가님의 말씀도 참 소중하다. 공연장으로 전시회로 도서관으로 아이들을 끌고 다녔지만 정작 공원이나 숲으로 산책을 간 적이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소중함을 아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날이 풀리면 이 책을 들고 공원으로 숲으로 돌아다녀야겠다. 너무 숙제에 얽매이지 말고..

보너스. '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의 한 그림.
이 책 '가로수 밑에 꽃다지가 피었어요'에 한 아파트 화분 받침대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 가족이 나오는데, (새끼 황조롱이 날던 날) '늦어도 괜찮아'는 그 가족이 둥지를 틀고 어떻게 지냈는지의 모습이 나온다. 다시 봐도 나무와 황조롱이의 깃털이 정말 섬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