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렇게 넘쳐나는 이야기를 따라 그것을 쫓는 사람들이 마치 순례자가 된 것처럼 여기저기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쏟아낸다. 나는 먹는 것에 대해 별다른 욕심이 없는지라, 그렇게 흘러 다니는 이야기들을 한쪽 귀로 듣고, 또 다른 쪽 귀로 내보낸다. 그럼에도 간혹 밖에서 밥을 먹을라치면 방송에 나오는 누군가가 다녀간 집이라 하여 사람들이 북적대는 것을 보면 솔직히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젊은 날, 나는 육식을 잘하지 못했다. 혹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는 날이면 그 후로 일주일 정도는 고기 근처엔 가지도 않았다. 이상하게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서이다. 그러다 보니 해외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음식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식성이 변하기 시작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육식을 해도 아무렇지 않더니, 이제는 거의 주기적으로 육식을 한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것 그 자체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때가 되어서, 배가 고파서, 술 한잔 하니까 먹는 것이지, 특별하게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거의 음식을 찾지도 않는다. 하루에 한끼, 기껏해야 두 끼이다. 아마 집에서 떨어져 생활하면서 습관이 그렇게 든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의 먹는 습관, 음식에 대한 습관을 돌아보게 하는 선재스님의 말씀이 눈에 들어온다. '불교에서 업은 습관이다. 전생에 지은 죄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생각과 행동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입맛도 습관이다. 쌓이고 쌓여 나의 몸과 정신을 만들어간다. 잘못된 입맛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이다. 어떤 입맛을 갖고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나의 미래가 조금은 그려질 것이다.' (92쪽)

먹는 음식에 대한 이런 생각이 조금이나마 변한 것은 귀촌을 하고 나서이다. 텃밭에 이것, 저것 심어서 먹는다는 것, 그리고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하여,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또 맛도 다른 것 같았다. 사실 인공조미료도 들어가지 않고 해서 입맛에 맞지는 않았겠지만 아마 나의 노동이 들어갔다는 생각에 그렇게 느껴졌을 게다. 그렇지만 그렇게 먹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끼니마다 찾아 먹는다는 것은 번거롭기만 했다. 그러다 선재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 '음식의 진정한 완성은 만드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이들의 마음에도 달려있다. 음식에 깃든 정성을 알고 단지 혀로만 먹지 않고 마음으로 헤아려 고마운 마음으로 먹는 것, 그리고 그 음식을 먹고 훌륭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 바로 그것이 음식의 완성이다.' (45쪽) 사실 텃밭에 이것, 저것을 심어보면서 그것들을 재배한다는 것이 얼마나 수고로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집을 떠나 혼자 살면서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지를 깨달으면서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이제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스님은 사찰음식의 궁극적 목표가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自他不二)의 진리를 스스로 깨우치도록 돕는데 있다고 말했지 싶다.

처음 이 책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의 제목을 보고서 흥미를 느꼈다. 그것은 아마 사찰음식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사찰음식 그 자체에 대한 것보다는 먹는다는 것과 산다는 것에 대한 태도였다. 간경화로 1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고 철저하게 부처님 말씀처럼 살기로 마음먹었다는 선재스님. 스님은 경전에 쓰여있는 '모든 병을 음식으로 치료한다'는 말을 믿고 그대로 실천했다고 한다. 스님의 투병생활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스님들의 평범한 일상식인 사찰음식이 상업화되고 일반음식과 결합되면서 왜곡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스님은 오늘 내가 먹은 것이 무엇인지 한번이라도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그래서 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본다면 그것은 삶의 태도를 바꾸는 작은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는 시간이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음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된 것이다.

사찰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 건강만을 위한 방편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만들기 위한 수행의 한 방법이라는 스님의 말씀이 마음에 남는다. 비록 사찰음식은 아니래도 제철에 난 먹거리들로 스님이 말한 삼소의 마음가짐으로 먹으리라 생각해본다. 즐겁게 먹는 소식(笑食), 채소를 주로 먹는 소식(蔬食), 적게 먹는 소식(小食). 마음먹은 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먹거리들을 스스로 재배하여 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불교에서는 공양을 하기 전에 오관게를 암송한다. 절에서 먹는 밥은 수많은 불자들의 염원과 노고가 담긴 정성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그들은 공양을 하기 전에 이 음식이 어디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공양이 단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뜻 일 것이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에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