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생계를 위해 사회로 진출하지만 사회 진출의 소명이 단순한 밥벌이에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존재인식, 세상에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것. 돈도 벌면서 나름 보람도 찾고 싶은 것. 그러면서 뽀대도 나면 좋겠지.
뽑아만 주십시오. 이 회사를 위해 열정을 다하겠습니다. 라던 마음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것을 배우게 되리란 기대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마음에 가장 커다란 배신감은 어차피 나하나 없어져봐야 싶은 스페어(spare) 부품같은 존재감이다. 고위급 간부들도 서로 견제하고 세력 다툼이야 하겠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는다해도 그래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선을 바라보며 꾹, 꾹 눌러참아 살아가지만 늘 아슬아슬하고 참 험난한 세상이다.

이라희는 운좋게도 졸업전에 조기취업된다. 그것도 알아주는 신문사에. 신문사, 잡지사 하면 가장 선호되는 직장이다. 남들보다 아는 것도 많고(많아지고) 정보를 발빠르게 전달하는 그곳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뽀대나는 직장이란게 까발려보니 대수롭지 않다. 인터넷의 기술적인 수많은 가십성 기사들이 만들어지는 실체, 평온한(?) 일반 회사와는 달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빠르게 흘러가는 여러 사건들 속에 흔히 접하기 힘든 곳의 속내를 보는 재미도 재미지만 어디서나 다를 것 없는 이 더럽고 치사하고 구질구질하고 그럼에도 악착같이 붙들어야 하는 고된 직장인생사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출근 첫 날부터 어이없이 예의찾고 조직내 반란을 주동하던 인물이 실은...이었다는 배신감도 묘한 쾌감으로 다가온다. 재벌 2세와 결혼하는 법, 남자스타와 결혼 하는 법에 대한 우스개 소리를 아는가? 무조건 따귀를 때려라. 그러면 지금까지 너같은 여자는 없었어 라며 반하게 된다는 이야기.에 폭소했던 것처럼 그렇게 웃기기까지 하는 것이다.
<열정...>은 드라마속에 말도 안되는 빈부간의 로맨스처럼 소설에서나마 어떻게 대리만족을 느껴볼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끝까지 현실감각으로 마무리해 주신다.  이라희의 첫 직장입문기를 통해 우리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한 마디, "열정?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 말의 의미를 강하고 시원하게 쏴주고 있는 것이다.

  가볍운 마음으로 소설 한 편 보고 싶은데 그렇고 그런 유치한 소설은 보기 싫고 보고 나서 책 본 시간이 허무할 책은 더더욱 보기 싫어서 고민될때 읽으시라. 나름의 카타르시스로 후회 없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