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스크~라는 지명을, 정확히 말해서는 이 책의 제목을 보거나 들을때마다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곤했다. 분명 나는 읽어본 적도 없고, 처음 들어본게 분명한듯한 제목인데 곰스크~곰스크~내 뇌리에 깊게 박혀 쉬이 잊혀지지 않았다. 곰스크라는 곳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소설의 제목일 뿐인데도..꼭 이 곳은 지구상에 존재해야만 할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왜그리도 들었을까.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금해할 과연 '곰스크는 어디인가? 존재하는 곳인가?' 라는 물음에는 '아니' 라고 답해야겠다. 곰스크는 새로 생겨나지 않는한 현재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세계다. 有가 아닌 無의 공간이지만 우리의 이상의 공간에서는 有로 존재 하는 곳. 그렇다. 곰스크라는 곳은 꿈의 세계다. 왜 그런 상상은 어릴때부터 많이 하지 않는가, 지금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이 공간이 아닌 다른 차원적이라던지, 공간적이라던지..이상한 나라로 가버린 앨리스나, 네버랜드의 피터팬처럼(물론 이곳들은 소설속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듯이 그려지지만)..그런 공간..나의 상상의 무한나래에서만 존재하는 곳. 한마디로 이상적인 모든걸 갖춘, 출판사의 리뷰를 빌리자면 유토피아적인 도시가 곰스크다.

이것은 우리 개개인에게 한발 다가서면 내 理想과 직결되는 문제. 누구나가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내일을 향해 정진한다. 하지만 그 끝에 암울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걸 미리 알게된다면 바로 주저앉거나 좌절하고 말것이다. 그게 아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난 이 곰스크라는 가상의 도시라고 생각한다. 이 도시를 향해 망망대해에 배 한척을 띄우고 열심히 노를 저어가든 험한 산길을 무던히 오르고 내리든, 지루하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기차를 타든, 수십수백만킬로를 해와 달에 의지해 걷고 또 걸어가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우리는 살아간다. 그래서 이 모든 여정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꿈을, 미래를 이 책에서는 곰스크라는 도시로 표현한다.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걸 포기했고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 때 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59페이지

총 8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이 작고 얇은 책의 표제작인 '곰스크로 가는 기차'에서는 부부중 남편는 곰스크를 향한, 이상향을 찾아 떠나려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부인은 현실에 안주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에게 수없이 들어온 미지의 도시 곰스크..비록 여의치 않는 사정이 계속 생겨나 그곳으로 향하지는 못하고 포기하게 되지만 이 남자는 삶의 참 의미는 깨닫게 된다고 생각한다. 꿈은 꾸어야 꿈이지, 그걸 손안에 잡았다면 그건 더이상 꿈이 아니다. 곰스크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나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어야 진정한 곰스크지.. 이 남자가 그 곳에 당도했다면 뿌듯함보다는 불안을 메워줄 또다른 새로운 꿈의 대상을 찾아 헤매는 여정을 쉼없이 해야됐을 것이다.

각 단편마다 시원스런 끝맺음을 한다기보다는 뭔가 여운을 남기고 끝을 낸다. 그 뒷이야기는 독자가 알아서 찾아가야할 답인것 마냥 해피엔딩도 아닌, 그렇다고 결코 새드엔딩도 아닌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작은 물음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게 만들 정도의 그런 여운. 서정성이 가득한 부드러운 문체는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휴식을 맛보게 해주지만 삶에 대한 많은 생각의 거리도 던져주는 이 단편집은 어떻게 보면 참 동화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역자가 말했듯이 언젠가는 정말 내 자식에게 꼭 읽혀줘야 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내 삶에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키는 작은 불씨같은 책을 만났다.

< src="http://api.bloggernews.media.daum.net/static/recombox1.swf?nid=21319538" quality="high" bgcolor="#ffffff" width="400" height="80"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