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네이트4 이건 자존심 문제야!’를 읽으며 생각했던 '나는 뭘 잘하고 있을까' 다시 생각하고 '우리 애들은 뭘 잘 할까' 생각하고 천재라고 생각한 사람이 사실은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라는 걸 새삼스럽게 알면서 행운이란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얻는 거구나 느꼈다.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마에스트로 정, 정명훈 지휘자의 이야기를 객석 기자였던 류태형님이 풀어간다. 자서전의 느낌인데 명진출판의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라고 한다. 프랑스 사진작가 장 프랑수와 르클레르크의 ‘명훈 정: 소리의 조각가’ 사진집에 수록된 즐겁게 지휘하는 모습의 사진과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의 로고 ‘노란 딱지’를 형상화한 표지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청소년이 읽어도 좋은 책이고 어른들이 읽어도 무척 좋은 책이다.

프롤로그에 이 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들어있다. ‘음악과 함께하는 소박하지만 행복한 파티’ 음악전문지 ‘객석’의 기자였으면서도 막상 정명훈 지휘자를 만나지 못했지만 클래식 음악을 지원하는 ‘대원문화재단’의 제1회 대원음악상 수상자가 정명훈 지휘자가 되면서 드디어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정명훈 지휘자의 성공비결을 음악가로서의 직업의식과 유연한 리더십이라 말하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자 나도 파티를 즐겨야지.

정명훈을 생각하면 클래식 음악가족, 해외에 사는 사람들, 부끄럽지만 돈이 많은 어머니의 극성스런 교육열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존재감은 내 음악의 탯줄이야’로 시작되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너의 선입견을 없애주겠어’ 하듯이 내게 큰 울림을 준다. 신여성 어머니, 이원숙 여사님은 음악을 중시하는 기독교 학교인 배화여고에서 이과과목을 좋아하고 음악을 동경했다고 한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는 돈보다 아이들이 어떤 악기와 친한지 어떤 재주가 있는지 눈 여겨 보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재능을 우선시하는 모습에 고개를 숙여진다. 정명훈님이 재주도 있었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를 위해 선생님을 찾아가는 어머니의 맹모삼천지교가 떠올랐다. 명훈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피아노를 지휘하면서 피아니스트를 넘어 음악가가 되고자 한다면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제이콥슨 선생님은 연주기술보다는 곡 전체를 느끼고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주신 분으로 나무를 보기보다 숲을 보도록 지도해주셨다니 정명훈님은 운도 좋았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가 읽을수록 그가 하고자 했기에 길이 열렸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형제들은 처음엔 모두 피아노로 시작했다 그러다 자신에게 맞는 악기로 바꾸고 우리가 아는 플루티스트 정명소,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클라리넷 연주가 정명철, 포크음악을 했던 정명규, 사업가 정명근 그리고 피아니스트에서 지휘자로 음악의 영역을 넓힌 정명훈. 일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도 열심히 했지만 어머니의 관심과 노력이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어머니의 자녀교육법) 자식들이 모두 훌륭하게 자리를 잡고 컸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휘자가 된 후에야 세상에 존재하는 법칙을 배우고 깨달았다는 정명훈,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만남과 그들의 가르침이 정명훈을 더욱 큰 인물로 만들어주었구나 싶다. 모든 곡의 악보를 외워서 지휘하며 빼곡하게 쓴 자신만의 표시. 이하 경력은 생략하고 (책 말미에 마에트스로 정명훈이 걸어온 길에 자세히 나와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KBS 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자리를 받아들였지만 결국 결별했고, 오랜 역사와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있는 해외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과 상임지휘자를 겸업하면서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도 하고, 2005년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우리에게 다가왔고 더욱이 ‘찾아가는 음악회’로 만들어 파격적인 가격으로 평소 클래식 음악을 접하기 힘든 주민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직접 그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검색해서 보니 그 연주하며 심취된 모습이 살짝 뭉클해지기도 하다. 프랑스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의 한국으로의 반환에 힘쓴 전 문화부장관 자크 랑과 정명훈.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

나는 뭘 잘할까? 정리, 싫증 내지 않기 그리고 잔소리..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 혼자 잘 놀기 (역할놀이) 그리고 어지르기. 요리사가 되고 싶고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아이들..

음.. 좀 더 생각을 많이 해야겠다.

‘음악이 잘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기술은 기본에 불과합니다. 음악 안에서 무엇보다 자유로움을 찾아야 합니다.’ 347페이지. 은하수관현악단과의 마지막 연습 후.

2012년 3월14일, 파리 살 플레엘 극장, 은하수 관현악단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합동공연 ‘아리랑’

지휘자, 단원들의 연주 모습 그리고 아리랑!

< src="http://api.bloggernews.media.daum.net/static/recombox1.swf?nid=34582807" quality="high" bgcolor="#ffffff" width="400" height="80"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