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김대식, 전중환은 대학교수이자 내가 요즘 자주 읽는 대중과학서의 저자들이다. 내가 이들이 쓴 책을 학창시절에 교과서 삼아 공부했다면 천문학자나 물리학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과학에 아예 초심자라면 약간의 진입장벽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중고생 정도의 과학 상식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나 각자의 수준에 맞게 과학의 재미를 맛보게 해주는 안내자 들이다. 어려운 부분과 마주친다면 과감히 넘어가도 전체를 즐기는 데는 별 영향이 없다.
최근에 과학적 지식을 조금씩 늘려가는데 재미를 붙이다 보니 가끔 초등학생 딸에게 주제 하나를 정해서 과학 상식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책에서 읽은 내용 중 기억나는 것들을 대충 얘기해 주는데, 실제로 읽을 때는 쏙쏙 이해가 되던 내용이 아이에게 설명해 주려니 잘 되지 않는다. 내가 다 이해하고 넘어갔다고 생각했던 게 아직 한참은 멀은 거였다. 다른 사람에게 지식을 전달하려면 많은 부분을 암기 내지는 기억해두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최근에 책을 읽을 때는 내용을 초등학생 딸에게 설명해 준다고 생각하고 읽는다. 재미있는 이야기, 지식, 정보 등은 읽으면서 머리 한편에 잘 기억나도록 정리해 둔다. 그러다 보니, 일단 책을 읽는 집중도가 높아지고, 콩나물시루에 물이 빠져나가듯 기억 속에 구멍이 숭숭 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아이와도 양질의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솔직히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예전처럼 뒹굴고 몸으로 노는 데도 한계가 있던 차에 말이다.
최근에는 지구, 우주, 빅뱅과 같은 천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곤 한다. 과학을 공부가 아닌 재미로 접근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내용들이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 삼아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아이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책을 다시 찾아보게 되고, 이전에 설익게 이해했던 부분이나 조각난 지식의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경험도 하게 된다. 이제는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핑계로 좀 더 정리된 지식의 형태로 머릿속을 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책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에서는 딸아이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로 아주 딱 좋은 두 개의 주제가 있어 딸에게 이야기하기 앞서 정리해본다. 주제는 에너지불변의 법칙과 산소이다.
에너지는 불변한다. 다만 순환할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공을 높이 던지면 공은 얼마 안 가서 땅으로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공의 낙하하는 운동에너지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열에너지와 소리에너지로 바뀐 거다. 공의 운동에너지는 어디서 왔나? 내가 공을 들어 높이 던질 때 내 몸의 에너지 일부를 쓰면서 공의 운동에너지를 증가시킨다. 내게 있던 에너지가 공에게 전달된 것이다. 그럼 내가 사용한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호흡을 통해 들이킨 산소가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 내의 당을 태워서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당, 즉 유기물은 내가 섭취한 식물이나 동물에서 온다. 동물도 결국 식물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식물은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까? 식물은 태양으로부터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든다. 모든 에너지와 힘의 근원은 태양이다. 이런 태양조차도 에너지가 거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태양은 수소의 핵융합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만든다. 그럼 수소는 어디서 왔나. 수소는 138억 년 전에 빅뱅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모든 에너지는 빅뱅으로부터 생겨나고 끊임없이 순환한다.
그럼, 우리 몸의 에너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리는 호흡을 통해 산소를 들이마신다. 산소는 폐 속의 단백질의 일종인 헤모글로빈과 만난다. 헤모글로빈 내의 철에는 산소와 결합하기 좋은 딱 들어맞는 자리가 있다. 철은 산소를 만나면 산화되는데, 붉은색을 띤다. 철이 녹슬면 나오는 그 색이다. 헤모글로빈 내의 철은 산소를 만나 붉게 되는데, 이게 바로 피가 붉은 이유다. 피는 헤모글로빈 내의 산소를 온몸으로 전달하는데, 각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가 당을 태우게 되고 이를 통해 인간은 에너지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