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步
  1. 소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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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글쓴이
요나스 요나손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8.9 (403)
初步

하도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기에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긴 했었다. 우연찮게 책을 받고서도 차일피일 미루며 쉽사리 읽기를 시작할 수 없었다. 묵직해 보이는 책, 그러나 촘촘한 글씨 속에서 쉽게 읽혀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읽다, 멈추고 또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간신히 읽기를 다했다. 몇몇 곳에선 읽기를 멈추지 못하고 읽는 속도가 빨라지긴 했지만, 다 읽고 난 다음 드는 생각은 피식 웃음이 나왔을 뿐이다. 하긴 모든 소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깊은 의미를 찾고, 무언가 생각해 볼 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평소의 관념을 확인한 기분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100세 노인이 벌이는 해프닝들의 모음이라 할 수 있다. 가볍게 읽고, 가볍게 넘겨버린다면 책은 의외로 재미있다 싶기도 하다. 그러나 우연의 연속과 다소 과장스러운 설정은 아무리 소설이 픽션이라 할지라도 황당한 것은 황당한 것이다. 100세가 된 노인이 생일 파티를 피해 양로원에서 도망치는 것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그가 살아온 인생을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두 가닥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처음 제목을 보고서, 그리고 서두에 백 살 노인이 생일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것을 보고서, 고령화 사회에서 백 살이 된 노인의 살아가는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니 그리 꼭 빗나간 것만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주인공인 노인 알란의 현재 이야기는 양로원을 탈출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는 다른 곳으로 떠나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가고, 그곳에서 우연찮게 어느 갱단의 돈가방을 훔치게 된다. 이후 자신을 추적하는 갱단을 피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알란을 추적해 오는 갱단과, 그리고 백 살 노인의 실종으로 발칵 뒤집힌 마을에서 노인을 찾기 위해 파견된 형사반장의 추격을 피해 도망 다닌다. 그 과정에서 돈을 찾으러 온 갱단들이 죽어 나간다. 한 명은 냉장고 안에서 얼어 죽고, 또 한 명은 코끼리에 깔려 죽는다. 갱단 두목이 탄 자동차는 알란 일행이 몰고 가던 버스에 받쳐서 폐차 수준이 되지만, 살아난 두목은 결국 그들 일행에 합류한다.


 


알란의 과거 이야기는 그가 어려서부터 양로원에 들어오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폭약회사에 취직해 배운 폭약제조기술 때문에 벌어진 일들은, 100년의 현대사가 고비고비마다 그의 활약으로 우리가 아는 현대사가 되어 버렸다. 스페인 내전에서는 프랑코 총통의 목숨을 구해 그의 친구가 되는가 하면, 2차대전 중에는 미국 과학자들에게 핵폭탄 제조의 결정적 단서를 주어 당시 미국대통령 트루먼과 친구가 된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국공내전에서는 장제스 부부를 돕기 위해 나섰다가 뜻하지 않게 마우쩌둥의 아내 장청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한다. 그의 황당무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히말라야를 넘어 이란에 도착해서는 샤의 비밀정보국을 폭탄으로 박살내고, 윈스턴 처칠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며, 드골과 존슨의 회담에 참여하기도 한다. 술김에 소련과학자에게 핵무기 제조기술을 발설하여 소련의 핵폭탄제조에 일등공신이 되었는가 하면, 스탈린에게 밉보여 블라디보스톡 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하기도 한다. 그곳을 탈출한 알란은 북한으로 와 김일성과 김정일을 만나고, 마우쩌둥 덕분에 목숨을 구한다. 종래에는 미국 CIA의 첩보원이 되어 소련으로 들어가 미소 핵무기 대결 완화에 기여하기도 한다. 재미있다고 웃어야 할지, 황당함에 웃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은, 내가 소설을 잘못 읽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저자는 알란의 삶을 통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알란의 비종교적이고, 비정치적인 색채는 소설 속 이야기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것이 인간을 배제하는 현대의 정치를 비웃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정치인들의 위선을 꼬집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오로지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어쩌면 저자는 우리에게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종교는 종교인들에게 맡겨두고, 그저 관심 끊고 살아라 하는 메시지를 전달 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 내가 오독을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산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알란처럼 풍족한 술과 음식만 있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최고라는 식의 생각은 혹 우리에게 배부른 돼지가 되라고 하는 것은 아닐런지.. 책을 읽고서 느낀 생각은 처음에는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지만, 그 다음은 황당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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