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학

初步
- 작성일
- 2016.7.8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 글쓴이
- 리처드 도킨스 저
옥당
리처드 도킨스, 생존해 있는 진화생물학자 중에서 아마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저서를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가 하면, 또
많은 사람들은 그를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자칭 골수다윈주의자라고 칭하는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창조론이나 사이비과학에 맞서 꿋꿋하게 진화론을 설파하고 있다. 처음
[이기적 유전자]를 읽을 때는 문장의 모호함과 난해함으로 인해 고생께나 했는데, 그 후 도킨스의 저작을 하나하나 찾아 읽으면서 과학의 경이와 진화의 매력에 푹 빠져 나도 모르는 사이 도킨스의
팬(?)이 되지 않았나 싶다.
영국왕립연구소의 대중과학 프로그램인 '크리스마스 강연'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진화론에
대한 입문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원제 '불가능의 산에 오르다' (Climbing Mount Improbable)가 말해주듯 진화는 깎아지른 절벽을 단숨에 뛰어오르는 마술이
아니라, 완만한 오르막을 서서히 기어오르는 생존의 역사라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설계론자들은 눈앞에 보이는 깎아지른 절벽을 올라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설계되었다고 주장하지만, 도킨스는 봉우리 그 너머에 있는 완만한 경사지를 따라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생명체가 설계되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우연을 잘못 이해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우연과
설계의 차이는 뚜렷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며, 이러한 구별의 모호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들이 설계되었다고
믿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구별이 모호한 제3의 범주에
속하는 대상을 '유사설계물'이라 부르며, 생명체와 그 산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유사설계는 설계처럼
보이지만 우연히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형성되고, 주조되고, 빚어지고, 조립되고, 조합되면서
축적된다. 여러 세대에 걸쳐 발견이 축적된 끝에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유사설계 대상은 완벽한
설계처럼 보여지며, 따라서 사람들에게 설계되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고 한다.
도킨스는 원시지구에서 자가복제를 하는 최초
복제자의 등장은 엄청난 행운이었지만 생명의 역사에서 행운은 단 한번으로 충분했다며, 단순한 유기화합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다양한 생명체로 진화되었는지를 거미줄, 날개, 눈
등을 통하여 우리에게 알려준다. 설계론자들은 날개나 눈과 같이 복잡한 신체기관을 예로 들어 이런 기관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적설계론을 내세우지만, 도킨스는 깎아지른 벼랑 뒤편에 있는 완만한
경사지를 가리킨다. 최초의 눈을 가진 생명체는 빛의 유무를 통해 밤낮의 차이만을 알았겠지만, 자연선택을 통하여 복잡한 진화의 길을 걸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음을 스웨덴 생물학자들의 컴퓨터 모의실험
결과를 통하여 우리에게 소개한다.
다윈주의는 무작위적인 우연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 무작위적 돌연변이와 무작위적이지 않은 축적되는 자연선택에 관한 이론이라고 말하는 그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 어떻게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진화했는지를 시종일관 불가능의 산에 오르는 등반가에 비유하며
설명한다. 깎아지른 절벽을 뛰어오르는 일은 신이 아니면 할 수 없지만,
자연선택은 불가능성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잘게 쪼개어 행운의 필요성을 제거하고, 완만한
경사를 따라 기어올라 불가능한 복잡성이란 봉우리들을 정복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을 떠나서는 생활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과학은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위기의 맨 앞에서 사람들을
부추기고 호도하는 것이 지적설계론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도킨스의 결론은
항상 명쾌하다. 그가 말하는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화론에 대하여 알고 싶다면 입문서로써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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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