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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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홀링과 함께 한 나의 전쟁

작성일
2015.10.22

홀링과 함께 한 나의 전쟁
  -『수요일의 전쟁』을 읽고- 

 

서울 당현 6학년 반 김효*

                                 

 

  요즘 들어 멍하니 앉아 있거나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자주 있다. 그런 나를 유심히 지켜보던 어머니께서 어느 날 말없이 건네주고 가신 책이 바로 『수요일의 전쟁』이다. 나는 혼자 있는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아 조금 민망했지만 이내 책 속의 홀링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홀링의 고민이 나의 고민이 되고 홀링의 두려움이 마치 나의 문제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좌충우돌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홀링의 모습에서 불안하게 뒤뚱거리며 세상 앞에 홀로 서기를 연습하는 나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읽는 내내 나는 홀링과 함께 웃고, 울고, 슬퍼하고 억울해하며 마구 달려갔다. 어느 덧 홀링과 나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친구가 되어 있었다.

  주인공 홀링 후드후드의 삶은 수요일 오후 베이커 선생님을 만나기 전과 만나고 난 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고민도 없이 그저 아버지 사업체를 물려받아 별 노력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법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홀링이 베이커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경위가 참 인상적이었다. 홀링이 다니는 카밀로 중학교는 수요일 오후만 되면 종교적인 이유로 각자의 교리공부를 위해 유대교 교회나 성당으로 간다. 하지만 홀링은 유대교도 카톨릭 신자도 아닌 장로교도였다. 할 수 없이 혼자 교실에 남아야 하는 홀링과 혼자만의 시간을 홀링 때문에 방해받게 된 베이커 선생님의 만남이 첫날부터 썩 유쾌하지 못한 건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홀링은 베이커 선생님이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 단정 짓고 선생님의 모든 행위를 색안경을 끼고 판단하기 시작하면서 그만의 외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다. 한 편 교실 밖의 세상은 더 혼란스러웠다. 1960년대 미국은 막 사춘기로 접어든 홀링의 나이처럼 위태롭고 아찔한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 곳에서는 매일 반전 시위가 벌어지고 한 곳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빨려 들어가듯이 참전하는 젊은이들이 죽거나 다치고 불행해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도 저도 싫다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히피가 되어 버린 누나를 둔 홀링. 홀링은 베이커 선생님과 치르는 내면의 전쟁과 베트남 전쟁이라는 외부의 거대한 전쟁 사이를 맨몸으로 부딪쳐 가는 위태로운 소년 같았다.

  나는 베이커 선생님이 홀링에게 ‘셰익스피어’의 책을 권하는 순간, 역시 베이커 선생님이 홀링을 싫어한다는 추측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 짐작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처음에는 따분해 하던 홀링이 차츰 책을 깊게 읽기 시작했다. 어휘도 풍부해지고, 생각을 하는 범위도 넓어졌다고 느꼈다. 특히 메릴 리와 홀링이 주고받는 대화는 마치 실제로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마치 자신과 여자 친구 메릴 리와의 이야기처럼 느끼고, 현실의 문제로 관심을 넓혀가는 홀링에게 ‘셰익스피어’는 더 이상 어려운 책이 아니었다. 나 역시 홀링의 눈으로 따라 읽으며 몇 가지 의문에 다가갔다. 왜 세상에 모든 사랑은 비극적일 때 더 아름답게 비칠까? 왜 사람들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는 사랑의 결말에 대해서는 더 이상 흥미를 갖지 않는 것일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왜 세상 사람들이 존경하는 훌륭한 인물들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일까?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에이브람 링컨, 김구 선생. 모두 훌륭한 분들이셨지만 불행히도 암살 당하셨다. 왜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해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분노와 슬픔이 치밀어 올랐다.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의 진실들이 모두 거짓의 허울을 쓰고 있을 것만 같아 가슴이 답답해졌다.

  또한,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벌어진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힘들어했다. 그 가운데 베이커 선생님의 고통도 있었다. 베이커 선생님의 남편도 전쟁에 참전해서 실종이 되었고, 베이커 선생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도 혼란을 느꼈다. 왜 어른들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일까. 생명을 무참히 살상하는 핵무기에 집착하는 모순적인 태도는 더욱이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이런 의문들에 휩싸이자 세상은 두려운 괴물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용히 홀링과 마음의 교감을 나누었다. ‘어쩜 세상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진실을 숨겨 두고 조금씩 꺼내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비밀스러운 생각들을 주고받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확실히 아군이 되어갔고, 나와 홀링을 제외한 사람들은 마치 적군 같았다. 우리는 동맹군처럼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이면에 가려진 곳을 응시할 줄 알아야 제대로 진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홀링도 베이커 선생님이 자신을 무척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는 책을 통해 소통하면서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결국 홀링은 베이커 선생님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극복하고 내적으로 성장해 가는 계기를 맞이한다. 그러기에 홀링과 나의 전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비극적인 전쟁과는 달리 우리에게 정신적인 성숙을 가져다주는 유익한 전쟁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푸른 종소리를 들은 것처럼 심장이 뛰었다. 문득 홀링의 성장만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성장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커 선생님은 남편의 실종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그런 내면의 슬픔과 고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홀링 앞에서 선생님으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어른들도 저마다의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과 사람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죽을 때까지 성장해 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완벽해 보이는 나의 부모님도, 세상의 모든 어른들도 저마다의 고민과 상처를 견디며 아프게 성장의 계단을 밟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하는 것처럼 두근거렸다.

  책을 읽는 동안 나와 홀링은 함께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만 같았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기지개를 켜고 훌쩍 자란 마음의 키를 가늠해 보았다. 그리고 하나의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세상은 참 공평하다. 시련과 고통이 있어도 그 속에 반전이 숨어 있기에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란 사실이었다. 정의는 정의로 통하는 것처럼, 불행하게 죽임을 당한 세상의 위대한 사람들이 결국 죽음 뒤에 영원한 존재 가치를 얻게 됨으로써 공평해 진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야호!’ 탄성을 질렀다. 베이커 선생님은 불행했지만, 남편이 살아 돌아옴으로써, 다시 행복해질 수가 있었다. 한 순간 불행이라고 여겨졌던 것이 결코 불행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통쾌한 반전이 아닐까? 이처럼 혼란스러운 현실도 한순간 행복한 현실로 보상해 준다는 사실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주었다. 책장을 덮으며 나와 홀링은 약속했다. ‘세상은 살아 볼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햄릿’도 아주 오래 기다려야 했던 것처럼 우리도 열심히 기다리며 우리 삶의 멋진 반전을 준비하자고 가만히 속삭였다. 말없이 나의 사춘기를 견뎌주고 계신 부모님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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