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마법의 약
 

서울 대치 4학년 반 배윤*

 

 

 ““정말?진짜로?

내 눈이 개구리처럼 톡!튀어 나왔다. 가슴이 쿵쾅쿵쾅! 마치 거인이 걷는 듯했다.퍼펑!하고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진 장면이 퍼펑 떠올랐다. 어서 도망가지 않으면 안되고 무엇을 먼저 챙기고, 누구를 먼저 챙겨야 할지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띵! 하고 어지러워졌다. 바로 메르스라는 전염병 때문이다.

““선경아파트 8동 3,4라인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생겼대.”

 내 친구 재은이가 말하였다. 나는 얼른 가방에서 손 소독제를 꺼내 소독제를 듬뿍짜 덕지덕지 발랐다. 그리고 메르스 바이러스가 우리 동네를 뒤덮는 끔찍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치동에 메르스 환자가 생겼대.”

학교에도 학원에도 가지 않는 상황속에서 끊임없이 소문들이 퍼졌다. 소문중에는 사실보다는 잘못된 유언비어가 훨씬 많았다. 가장 큰 피해자는 대치초6학년 현수오빠였다. 현수오빠가 메르스에 걸렸다는 잘못된 소문 때문에 엄마, 아빠, 친구, 동네사람할 것 없이 사람들이 그 오빠를 피해 다녔다. 카톡으로는 하루종일 그 오빠가 지나다닌 곳, 오빠랑 친한 아이, 오빠의 엄마 아빠 신원이 카톡카톡 울려대며 소문을 끊임없이 퍼트리고 다녔다. 나는 오빠가 불쌍했지만 불안하고 무서웠다. 그래서 오빠가 다닌 곳곳을 체크하며 오빠를 바이러스 덩어리 취급했다.

그런데 얼마후에는 대치초 학생이란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나를 꺼리기 시작했다. 내가 같은 대치초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를 불편해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는 친구들에게도 오히려 내가 먼저 꺼리게 되었다. 우연히 다른 학교 친구를 만나거나 가까이 갈 때 내 몸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듯해서 미안해 미칠지경이었다. 그래서 마음껏 뛰어놀 수가 없었다. 하하호호 웃을 수도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현수 오빠가 얼마나 힘들지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현수 오빠는 메르스에 걸리지 않았다. 헛소문 때문에 오빠 가슴에 깊게 새겨져있을 아픔과 상처를 생각하니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내 마음도 저려왔다.

그리고 나는 <내 친구 위딕시>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생각났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마음의 상처가 있다. 오티스 아저씨는 감옥에 갔다온 마음의 상처, 아만다는 카슨을 잃은 마음의 상처,  글로리아 할머니는 마녀라고 불렸던 마음의 상처,오팔의 아빠는 아내를 잃은 상처를 갖고 있다.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는 상처가 아니라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몸에 난 상처는 약을 바르고 시간이 지나면 되지만 마음의 난 상처는 영원히 영영 지워지지 않는 것도 있다. 현수오빠도 그 상처가 영원히 영영 남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치료방법도 나와있다. 그것은 바로 따뜻한 마음이다. 버려진 개 윈딕시 역시 상처를 품고 있다. 하지만 아만다의 상처, 그리고 윈딕시의 상처가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하나가 되어

저절로 치유가 된다. 나는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도 치료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치료했기 대문이다. 늘 찡그렸던 얼굴이 서로를 알고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를 사랑하면서 점점 더 밝아지고 환해진다. 사랑이 딱딱하게 굳어있던 상처받은 마음을 사르르 녹여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아마 현수 오빠 마음도 차갑게 굳어 있을 것이다. 배신감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만들어낸 마음의 상처이니까 우리가 함께 치료해주어야 한다.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오빠와 친구가 되어준다면 오빠의 마음의 상처가 눈녹듯이 사르르 녹아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가진 힘은 위대하니까 말이다. 사랑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마법의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