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쟁을 좋아한다. 축구 경기에서 팀 순위를 정하거나, 역사 속 나라별 전쟁에서 승패를 비교하며 누가 더 잘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전쟁놀이를 하거나, 곤충이나 스포츠에서 라이벌 구도가 나오는 책을 모으기도 하고, 엄마 아빠와 축구 게임을 하면서 지는 사람이 딱밤을 맞는 놀이도 한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거나, 내가 직접 이겼을 때 느끼는 희열은 나를 더욱 자극하고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에서도,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선수들이 있다. 바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다. 이 두 선수는 축구 역사상 가장 치열한 라이벌로 유명하다. 같은 시대를 뛰며 각자의 팀에서 놀라운 기록을 세운 두 선수는 팬들과 언론의 끊임없는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은 늘 누가 더 뛰어난지, 누가 더 많은 기록을 세웠는지 승패를 비교했지만, 메시와 호날두 자신들은 상대를 ‘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인터뷰에서 서로 친구 사이는 아니지만, 동료이자 경쟁자로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여러 번 표현했다. 실제로 이 라이벌 관계는 경기장 안에서만 존재했다. 이제는 각자 최고의 경력을 쌓아가면서 최고의 선수가 된 아름답고 의미 있는 라이벌이라고 평가받는다.

나는 우리 지역 독서 골든벨에 나가면서, 출제 도서로 우연히 [5번 레인]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도 메시와 호날두처럼 서로를 자극하며 라이벌 관계를 만들어가고, 그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주인공 나루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나루는 어린 시절 언니를 따라 재미 삼아 시작한 수영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며 수영부의 에이스가 되었다. 하지만 라이벌 김초희에게 연속으로 패하며 2등으로 밀리게 되고, 결국 예선 1위인 초희가 4번 레인, 나루는 2위로 5번 레인에 서게 된다. 이때부터 나루는 자신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기록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팔이 짧아서라거나 초희의 수영복이 특별해서 자신이 진거라는 억울한 마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사이, 반에는 과학자와 수영선수 사이에서 꿈을 고민하는 태양이가 전학 온다. 긴 팔을 가진 태양이를 보며 나루는 부러움과 질투를 느낀다. 또, 함께 자라온 친구 승남이는 여러 번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중학교에 올라갈 즈음 수영을 계속할지, 포기할지 5대 5의 마음에서 고민한다. 나루는 친구들과 작은 오해를 겪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며 화해한다.

대통령배 대회를 앞두고 여름방학을 맞이한 나루는 다시 1등을 목표로 훈련하지만, 음료수 내기를 건 초희와의 경쟁에서 또다시 패배한다. 초희의 수영복을 계속 의심하고 있던 나루는 탈의실에서 몰래 만져보다가 실수로 훔치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죄책감 속에서 괴로워하던 나루는 결국 용기를 내 초희에게 솔직히 사과하지만 바로 화해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흘러 맞이한 대통령배 대회에서 나루는 친구들과 코치님에게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결승에 나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초희는 나루를 찾아와 “도망가지 말고 결승에 나와. 우선 내가 너 이기고, 그담에 용서해줄게.” 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나루는 마음속에서 꺼져가던 불씨에 화르르 불이 붙었고, 자신의 힘으로 초희를 이기겠다는 결심과 함께 결승에 나간다.

나루는 비록 이번에도 1등을 하지 못하고 또다시 2등을 했지만, 실망하지 않고 더 빨라지고 더 강해지기 위해 다시 훈련을 이어간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두 팔과 다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그래야만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분함도 떳떳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나루의 곁에는 언제나 응원해 주는 친구들과 가족이 있었다. 또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지고 솔직하게 행동하며 나루는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고 초희를 진정한 자신의 라이벌로 인정하게 된 모습이다.

나에게 나루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친구들과의 관계였다. 초희는 단순한 라이벌이 아니라, 나루와 함께 성장하는 좋은 친구이다. 나루가 수영복을 훔쳤을 때, 초희는 처음엔 무섭게 화를 내며 떠났지만, 나루가 정정당당하게 경기에서 마주하고 난 뒤에야 진정으로 용서해줬다. 행운의 부적이라고 느꼈던 수영복이 없어도 가장 강한 힘은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행운의 부적보다 더 센 건 나 자신.” 이라고 하는 초희의 말은 정말 멋지게 느껴졌다.

자신의 꿈을 위해 부모님을 설득하고 수영부에 들어온 나루의 남자친구 태양이는 거짓말을 했던 나루에게 실망하고 탓하기보다 스스로 반성하도록 기다려 주었다. 태양이는 나루에게 좋아하는 마음만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보기엔 환하게 빛나는 나루의 실력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자주 표현하는데, 이 모습이 참 어른스러워 보였다.

또 다른 인상 깊었던 등장인물은 나루의 언니 버들이였다. 계속 성적이 떨어졌던 수영선수에서 다이빙 선수로 전환했는데도 좋은 성적을 내진 못한다. 하지만 버들이는 여전히 즐겁게 훈련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는 모습이 참 멋졌다. “날개가 없어도 아주 잠깐 하늘을 날 수 있어. 나는 물속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야. 왜나면 누가 밀쳐서 빠지는 게 아니거든. 내가 뛴 거지. 뛰면서 계속 생각해. 최고로 아름다운 비행을 해야지.” 라는 버들이의 말을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정도로 깊은 감동이었다. 요즘 사회는 결과가 좋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거나 패배자로 취급한다. 나루도 언니를 수영에서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버들이는 그런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나도 버들이처럼 결과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5번 레인] 속 친구들의 모습은 소설이라서 가능한 것 아닐까? 싶었다. 실제 학교에서는 친구의 성적을 질투하거나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학교만 하더라도 시험을 잘 본 친구가 시험을 못 본 친구의 딱밤 때리기 내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5번 레인’ 속 친구들은 경쟁자이면서도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잘못을 저질러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쿨하게 받아준다. 나는 이 점이 정말 부러웠다. 현실에서는 친구가 실수를 하면 비난하거나 놀리기 쉽지만, 나루의 친구들은 오히려 자기의 과거 잘못까지 고백하며 나루를 공감해주었다. 빵을 훔친 일, 동생 옷을 가위로 자른 일, 친구의 장난감을 훔친 일…그런 경험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진짜 친구의 모습 같았다.

나는 이런 관계가 책에만 있을게 아니라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따돌리는 게 아니라, 기다려주고 이해하는 친구.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용기, 나를 더 성장하게 하는 라이벌. 그런 관계가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1등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앞으로 친구와 오해가 생기더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싶다.

수영 대회의 경쟁에 대한 이야기 일줄 알았던 『5번 레인』은 나와 같은 초등학생들의 성장과 도전, 꿈, 친구들을 담은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끝에서 나루가 2등을 하면서도 만족할 수 있었던 건, 더 이상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레이스를 했기 때문이고 그런 나루를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시합은 이기려고 하는 거잖아요. 저는 이기고 싶어요.” 말했던 주인공 나루와 많이 닮아 있었다. “1등 못해서 미안해요.” 내가 우리 지역 독서 골든벨에서 2등을 하고 돌아와서 엄마, 아빠에게 처음 한 말이다. 부모님이 많이 응원해 주시고 기대도 하셨을 텐데, 1등을 하지 못한 게 너무 미안했다. 다른 친구들이 내 답을 볼까봐 가리느라 힘들기도 했고, 1등을 한 아이는 내가 미처 몰랐던 걸 혼자서 어떻게 알고 정확하게 답을 적었는지 조금은 의심하고 질투도 했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나에게 “그게 왜 미안해? 2등이 얼마나 대단한데. 정말 아주 잘했어.”라고 말씀하시며 하루 종일 칭찬해 주셨다.

그 후로는 나도 마음의 부담을 덜고, 내가 해 보고 싶은 대회를 골라 즐기면서 도전해 보고 있다. 나도 이젠 대회나 성적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도 마냥 속상해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어떤 대회에서는 떨어지기도 하고 또 2등을 하기도 했지만, 대회가 끝난 후 1등한 다른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도 하며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장난치기도 한다. 이제 더는 부러움과 질투심으로 화가 나있는 게 아니라 나도 대회장에서 라이벌이자 경쟁자였던 친구를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나에게도 꿈에 대한 고민을 함께 견뎌내고,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며 응원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바로 태양이가 물속에서 나루에게 “아.어.오.아.애(나 너 좋아해)”라고 고백하는 장면이다. 물속에서 숨을 참고 해야 해서 짧게 하던 태양이의 고백은 마치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용기가 나지 않아서 다른 것에 기대어 마음을 표현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도 앞으로도 여러 가지에 도전하며 나만의 레이스를 즐길 나에게 독후감 쓰기라는 이유를 빌려 부끄럽지만 고백하고 싶다.

“아,어,오,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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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5번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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